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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미군 수갑사건 보도 1년 6개월…SOFA 체결 반세기만에 첫 개정

주한미군, 민간인 상대 법집행 금지

[취재파일] 미군 수갑사건 보도 1년 6개월…SOFA 체결 반세기만에 첫 개정
 외교부에 출입하는 동기에게 문자 한통을 받았습니다.

“형 이제 주한미군이 영외순찰 할 때 우리 국민을 건들지 못하게 됐어”

 지난해 7월, SBS는 경기도 평택에 있는 미군기지 앞에서 영외순찰 중이던 주한미군이 민간인 3명에게 불법으로 수갑을 채운 사건을 보도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보도에 공감해 주셨습니다. 그 뒤 거의 반세기 만에 처음 SOFA(주한미군 지위협정)가 개정됐습니다.

 한미 양국은 서울 용산 미군기지에서 제192차 SOFA 합동위원회를 열고 ‘미군 영외순찰 규정’ 개정안에 서명했습니다. 1967년 SOFA가 체결된지 46년 만에 처음으로 개정됐습니다. 개정안을 통해 주한미군의 영외 순찰시 ‘합동 순찰’과 ‘총기 휴대 금지’ 원칙이 명문화됐습니다. 민간인에게 과도한 물리력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입니다. 주한미군이 민간인을 상대로 법집행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반세기만에 SOFA 규정에 적시된 겁니다.

 이제 주한미군은 영외 순찰을 할 때 반드시 대한민국 경찰과 동행하는 합동순찰을 해야 합니다. 1967년에 제정된 SOFA에도 ‘합동순찰’이라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규정에 “합동순찰을 최대한 활용한다”라고 모호하게 명시돼 있어 지금까지는 주한미군이 단독 순찰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경기도 평택의 미군 기지에서 발생한 민간인 수갑 사건도 주한미군 헌병 7명이 단독으로 순찰하다 일어난 사건입니다. 하지만 이제 SOFA가 개정되면서 미 헌병대는 순찰하기 전 반드시 인근 지구대나 파출소와 협력해 우리나라 경찰관과 함께 순찰에 나서야 합니다. 순찰자 숫자도 같이 맞춰야 합니다. 주한미군 헌병이 3명이면 우리나라 경찰도 3명이 함께 해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또 영외 순찰에 나서는 주한 미군 헌병이 사병이었는데, 앞으로는 장교급이 인솔하게 됐습니다. 총기 휴대 금지 원칙도 명문화 됐습니다. 지난해 7월 민간인 수갑 사건 이후로 주한미군이 순찰할 때 총기를 지니지 않았지만 개정안을 통해 총기를 휴대하지 않도록 못 박았습니다. 다만 테러 등 실질적으로 위급한 상황에서는 총기를 지닐 수 있고, 평상시에도 가스분사기와 같은 호신장비를 휴대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우리나라 경찰과 협의를 거쳐야 합니다.

 지난해 7월 SBS가 주한미군 민간인 수갑 사건을 보도한 다음 날 당시 소파 합동위원회 우리측 위원장인 이백순 외통부 북미국장이 미측 위원장인 잔 마크 주아스 주한 미군 부사령관을 외교부 청사로 불러들여 항의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한미 양군은 SOFA 합동위원회 산하 법집행 분과위원회에서 미군의 영외순찰 문제 개선방안을 협의하기도 했습니다. 그 뒤 거의 1년 반 만에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 냈습니다. SOFA문제는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한미관계라는 큰 틀에서 처리해야 하는 부담스럽고 힘든 문제임이 자명합니다. 그럼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낸 우리 외교팀이 그동안 얼마나 고심하고 노력했을지 감히 상상이 됩니다. 유연한 자세로 협상에 임해준 미국의 변화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그런데, 아직 아쉬움은 남습니다. SOFA에는 아직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있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에게 일어난 일입니다. 우리나라 경찰이 열심히 수사했고, 검찰도 사상 처음으로 미군의 공무집행증명서에 이의제기까지 하면서 할 수 있는 범위내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사건의 당사자들은 법의 심판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법기관은 처벌 의지가 있지만 SOFA에 가로막혀 있기 때문입니다. 경찰은 미 헌병 7명에 대해 ‘불법 체포죄’를 적용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습니다. 검찰은 사건을 넘겨받은 지 7개월 동안 기소하지 못해 그동안 피의자 신분임에도 미 헌병들은 모두 한국을 떠났지만, 그래도 지난 6월 미 헌병 7명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공동체포) 혐의로 기소방침을 정하고 미군측에 의견을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미군측은 SOFA 규정을 근거로 공무집행중에 발생한 것이라는 취지의 공무집행증명서를 법무부에 제출하며 일차적인 재판권이 미군에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미군 법정에서 재판할 테니 이미 한국을 떠난 미 헌병 7명의 신병을 우리나라 사법기관에 넘겨줄 없다고 선을 그은 겁니다. 이에 우리 검찰은 처음으로 미군의 적법한 공무수행으로 볼 수 없다며 미군이 제출한 공무집행증명서에 대해 이의제기서까지 제출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 미 헌병의 신병처리 문제를 놓고 검찰과 주한미군의 협의가 열렸지만 결렬됐습니다. 결국, 이 사안은 외교채널을 통한 협의만 남겨 놓고 있습니다.

* 경찰과 검찰 수사, SOFA 규정에 대한 논의는 아래 링크의 글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http://news.sbs.co.kr/section_news/news_read.jsp?news_id=N1001684470
     ‘수사받던 수갑사건 미군 슬그머니 출국’

 SOFA 체결 이후 첫 개정을 이끌어낸 것은 고무적인 일입니다. 앞으로 더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이 있다는 방증이기 때문입니다. 변화가 시작된 겁니다. 그동안 변하지 않을 거 같았던 SOFA가 개정되고 우리나라 검찰이 이의를 제기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작점이 되기를 바랍니다. 단지 우리나라 국민을 위해 SOFA를 무조건 개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주한미군이 우리에게 주고 있는 혜택에 대해서도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한미 관계의 중요성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앞으로 이를 출발점으로 더 많은 논의가 진행되기를 바라는 겁니다. 그래서 SOFA가 한미 관계의 걸림돌이 아닌 올바른 기준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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