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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무탈'한 김한솔…침묵해야 하는 '백두혈통'

[월드리포트] '무탈'한 김한솔…침묵해야 하는 '백두혈통'
    지난 8월 말 김정남의 아들인 김한솔 군을 처음 봤습니다. 프랑스 파리정치대학 르아브르 캠퍼스에 막 입학했을 때입니다. 당시 그의 태도로 볼 때 당분간 만날 일이 없겠다 싶었습니다. 언론 앞에서 철저히 입을 다물었기 때문입니다. 북한 김씨 일가, 이른바 ‘백두혈통’이라는 존재감은 크지만, 어차피 그의 육성을 들을 수 없다면 평범한 대학생활을 하도록 멀리서 지켜보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운명은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습니다. 북한의 권력 지각 변동이 그를 다시 뉴스의 중심권으로 몰아 넣었습니다. 한솔 군의 아버지인 김정남이 어려서 고모인 김경희, 고모부인 장성택의 보살핌을 받았고, 후계자로 거론될 때는 상당한 후원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장성택 숙청을 전후로 그의 측근들은 처형되거나 줄줄이 북한으로 소환되고 있어 김정남-한솔 부자의 거취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9일 북한 방송에서 권력의 2인자였던 장성택이 처량하게 체포되는 장면이 공개되자, 한솔 군의 현재 상황을 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생겼습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숙청 장면을 공개했기에 ‘칼날’이 어디로 날아갈 지 예측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입니다. 지난 여름에는 한솔 군의 말 한 마디가 필요했지만, 지금은 그의 존재 자체를 확인하는 게 중요해진 것 입니다.

   정확히 106일만에 다시 르아브르를 찾아갔습니다. 아침 시간이라 한솔 군이 머물고 있는 기숙사부터 확인했습니다. 우편함에 붙은 이름표는 그대로였습니다. 우편함을 들여다 보니 다른 학생들과 비슷한 양의 우편물이 있는 걸로 볼 때 신변을 정리한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학교도 가봤습니다. 건물은 대부분 불이 꺼져 고즈넉했습니다. 관리인 정도만 보일 뿐 오가는 학생도 거의 없었습니다. 다음 주가 시험기간이라 이번 주는 수업 없이 시험공부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거리에서 만난 몇몇 학생들에게 한솔 군에 대해 물었더니 대체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습니다. “변화가 없다, 특별한 게 없다” 등으로 한솔 군이 여전히 머물고 있다는 걸 우회적으로 알려줬습니다.

김한솔 캡쳐_500

   눈으로 확인해야겠기에 다시 기숙사로 돌아가 기다렸습니다. 때마침 한솔 군이 걸어 나왔습니다. 가방을 메고 학교로 가는 길이었습니다. 회색 재킷을 단정히 차려 입었습니다. 구레나룻을 살짝 기르고, 안경을 금테에서 검은 뿔테로 바꾼 것이 지난 여름과 달라진 점입니다. 건강해 보였습니다. 반갑다는 인사와 함께 질문을 시작했습니다. 학교까지 가는 1백 미터쯤 되는 짧은 거리에서 학교 생활부터 현안인 장성택 숙청까지 몇 가지를 물었습니다. 예상대로 그는 역시 입을 굳게 다문 채 학교 건물로 사라졌습니다. 그래도 한솔 군이 르아브르에서 평범한 대학생활을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확인한 셈입니다. 정황상 한솔 군이 프랑스 유학을 중단하고 떠난다든지 하는 긴박한 변화는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습니다.

   김한솔은 지난해 10월 핀란드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 권력자를 독재자로 표현해 세계 언론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일로 심한 고초를 겪은 뒤 입을 다물었다는 풍문이 돌고 있습니다. 아버지 김정남도 한때 일본 언론과 거리낌없이 인터뷰하면서 북한을 비판하기도 했지만, 요즘은 행방을 드러내지도 않습니다. 부자가 동시에 침묵을 지키는 건 칠흑같이 어두운 그들의 앞날을 헤쳐나가는 방법 가운데 하나일 것입니다. 그런 그들을 굳이 만나려 하고 대답없는 질문을 던지는 이유는 그들이 ‘백두혈통’으로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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