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전세계 사로잡은 나윤선, 국립극장 재즈 공연의 문을 열다

[취재파일] 전세계 사로잡은 나윤선, 국립극장 재즈 공연의 문을 열다
 "빠으 라두두~ 두디두디두~ "

 무슨 말이냐고요? 노래 가사입니다. 
 
재즈 가수 나윤선 씨의 신곡 '모멘토 매직코(Momento Magico)'의 가사입니다. 가사만 특이한게 아닙니다. 옥타브를 넘나드는 보컬은 거칠었다가 이내 수줍어지고, 숨소리만 남은 듯 절실하다가도 하늘을 날아갈 듯 자유분방합니다. 손짓도 빼놓을 수 없죠. 몸을 두드려 내는 소리, 손목으로 공기를 저으며 내는 소리, 여튼 이 모든게 다 이 한곡에 담긴 연주입니다. 잠깐 감상해 볼까요?  

▶ 나윤선 신곡 '모멘토 매직코(Momento Magico)' 감상하기

 '나윤선'이란 이름은 익숙하지만, 재즈는 여전히 좀 생소한게 사실입니다. 나윤선의 대표곡을 얘기해 보라면 대부분 머뭇거리다가 최근엔 CF에 잠깐 나온 '아리랑'을 기억하시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선 아직 재즈 음악이 대중적이지 않지만 '나윤선'이란 이름만으로 재즈에 대한 관심도 상승세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내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그녀가 이번 연말에는 국립극장에서 공연을 하기로 해 화제입니다. 국립극장이 1950년에 개관한 이후 63년만에 처음으로 가수에게 단독 공연을 열게 된 건데, 대중 가요가 아닌 재즈에 그 자리를 내줬다는게 더 볼 만 합니다. 재즈 공연은 클럽이나 몇 안되는 전용 극장에서 열리는게 대부분인데, 1천 7백여석인 극장에서, 그것도 나흘 동안 열린다는 건 이례적입니다. 매년 해외에서 1백회 넘는 공연을 해온 나윤선 씨는 물론 대극장 공연도 무수히 많이 해왔습니다. 그리고 지난번 '자라섬 재즈 페스티벌'에서도 3만여명의 관객 앞에 선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공연은 대단히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국립극장은 저한테도 굉장히 남다른 곳이거든요. 왜냐하면 제 아빠께서 이 국립극장의 국립합창단 초대 단장을 하셨고요. 굉장히 오래도록 이 국립극장에서 지휘를 하셨기 때문에, 어렸을 때 저는 국립극장이 개관했을 때도 왔던 기억이 있거든요. 그 무대에 제가 서게 됐다는 것에 저한테는 꿈같은 일이예요."

 이번 공연은 기존 나윤선 콰르텟의 공연과 국악과의 협연 공연 등 2가지 종류로 열립니다. 거문고 명인 허윤정과 생황 연주자 이향희 씨가 협연자로 함께 무대에 오릅니다. 이미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나윤선 씨의 공연은 이미 실험적(?)입니다. 콰르텟의 스웨덴 출신 기타리스트인 울프바케니우스는 손가락 대신 빈 물병으로 기타를 치기도 합니다. '아리랑' 역시 울프바케니우스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곡이라고 합니다. 그런 그녀가 처음으로 선보일 국악과의 협연이 기대된다는 반응이 많습니다. 신기하게도, 연습을 따로하진 않는다고 합니다.



"재즈라는 음악은 할 때마다 매일 달라지는 음악이거든요. 그래서 (저희 콰르텟은)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것들을 이 아름다운 공간에서 채울 수 있을까' 이런 것을 좋아하고, 일단 한국을 굉장히 좋아해요. 이번에 특별히 국악 연주자분들과 협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서 그 부분에도 굉장히 기대를 하고 있습니다. 한국 음악이 즉흥성이 많은 음악이기 때문에, 재즈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거든요. 저는 국악 연주자 분들께 굉장히 자유를 많이 드리고 싶어요."

 지난 2008년 한국인 최초로 독일 재즈 레이블 ACT와 정식 계약부터 스위스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 재즈 보컬 부문 심사위원장까지, 나윤선 씨의 목소리는 유럽을 사로잡았습니다. 매년 1백회 넘는 무대에 서면서 그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독보적인 카리스마를 발산합니다. 하지만 곡이 끝나고 객석에서 박수 갈채가 쏟아지면, 어쩔 줄 몰라하면서 언제 그랬냐는 듯 수줍은 여성으로 돌아옵니다! 무대 공포증이 있다는데요...믿어지시나요?



"저는 굉장히 많이 떠는 편이거든요. 무대 공포증이 있거요. 항상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는 사시나무 떨듯 떨거든요. 그런데 일단 무대 위에 올라가면 훨씬 안정이 되고요. 저는 노래를 하라고 하시면 24시간 쉬지 않고 하겠는데, 말을 하거나 그러면 다시 그런 공포증이 생겨요."

 재즈는 역사가 오래된 음악입니다. 그만큼 노래에 담긴 정서나 분위기를 가수가 소화하고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해외 언론의 찬사를 받으며 좀처럼 보기 힘든 재즈의 매력을 가감없이 발산하는 가수, 연주자들이 많이 늘었습니다. 공연을 할 무대가 적고 관객들도 적지만, 재즈는 꾸준히 관객들의 가슴을 뜨겁게 울리는 음악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빨리 올라가면, 빨리 내려가게 돼 있다는 나윤선 씨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많이 인내하는 만큼 좋은 음악을 할 수 있다고, 따뜻한 진심을 전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