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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두환 콜렉션' 첫 경매 100% 낙찰률 달성

시작부터 끝까지 뜨거웠던 경매 현장

[취재파일] '전두환 콜렉션' 첫 경매 100% 낙찰률 달성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를 위한 경매’가 시작됐다. 12월 11일 오후 4시, 서울 신사동 K옥션에서 첫 경매가 열렸다. 검찰이 전 씨 일가의 미술품을 압수한 게 지난 7월, 5개월 만이다. 전체 600여 점을 국내 양대 경매사 서울옥션과 K옥션 두 곳에 절반씩 나눠 경매를 진행했다. K옥션이 11일 먼저 포문을 열었다.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던 대통령 일가의 소장품이라 하니, 애호가 뿐 아니라 일반인들의 관심도 상당했다. 경매 전 전시인 프리뷰 때부터 일반 다른 경매 때보다 2배 이상의 관람객이 몰릴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경매 현장도 열기가 뜨거웠다. 응찰 고객 뿐 아니라, 관람객, 취재진까지 500명도 넘게 몰려 경매장이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결국 자리가 모자라, 지하 전시 공간에 스크린을 설치해 인터넷 생중계로까지 보여주었다. 경매 번호 1번 작품부터 응찰에 응찰이 이어졌고, 마지막 80번 작품까지 경합이 치열했다. 80번 민화 모란도 8폭 병풍은 2,200만 원에서 시작해 1억 원에 낙찰되었다. 예상가 5천만 원의 2배되는 금액에 낙찰되며 박수로 경매를 마무리 지었다.

결국 80점 가운데 단 한 점도 유찰되지 않고 100% 낙찰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100%는 보통 자선경매에서나 볼 수 있는 낙찰률이다. ‘누구의 콜렉션’이라는 주제가 있는 경매에서는 거의 처음 있는 일이다. 한국 경매 역사에서도 거의 드문 일이라고 한다. 낙찰금액도 예상을 훨씬 웃돌았다. 애초 80점 예상 낙찰금액은 20억 원, 실제 경매에서는 25억 7천만 원을 달성했다. 워낙 시장에서 인기 있는 작가들의 작품은 물론이고, 예상치 못했던 작은 작품들에서도 최소 2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추정가를 뛰어넘은 작품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워낙 관심이 폭발적이다 보니, K옥션 측은 경매를 마친 뒤 이례적으로 브리핑 자리를 마련했다. 이 자리에서 이상규 대표는 “떨린다”고 말했다. 말도 많고, 걱정도 많았던 경매가 예상 밖의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일 것이다.
김환기
                    ▲김환기 '24-Ⅷ-65 South East'/ 낙찰가 5억 5천만 원


전 콜렉션 첫 경매에서는 역시 ‘시장에서 알아주는 작가’들의 작품이 인기를 끌었다. 애초 K옥션 경매에서 최고가로 꼽히던 한국 추상미술의 대가 김환기의 유화는 4억5천만 원에서 8억 원 정도가 될 것이라고 추정되었다. 경매는 4억 원에서 시작했고, 몇 번의 경합을 거쳐 5억 5천만 원에 낙찰됐다.

김환기 무제
김환기 '무제'/ 낙찰가 1억 1,500만 원

사실 또 다른 김환기의 작품이 더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4,200만 원으로 시작한 김환기의 과슈 작품이었다. 유화 작품은 아니지만, 김환기의 최고 작품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와 흡사한 작품으로 관심을 모았던 작품이다. 전화와 서면, 현장 응찰까지 치열하게 붙었다. 어느 정도 올라가나 싶었는데, 갑자기 서면에서 “1억!”을 외쳤다. 순간 경매장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가격은 더 올라가다 1억 1,500만 원에 낙찰되었다! 박수 소리가 터졌다.

오지균
▲오치균 '가을정류장'/ 낙찰가 2억 2천만 원

김환기
▲김종학 '설경'/ 낙찰가 1억 1천만 원


손가락으로 물감을 이겨 캔버스 위에 그림을 그리는 오치균, 설악산과 자연 그림으로 유명한 김종학도 인기 작가였다. 가을 풍경, 고향 풍경에서 감 시리즈로 넘어가던 시기의 오치균의 그림 ‘가을정류장’은 9천만 원에서 시작해 2억 2천만 원에 낙찰되었고, 김종학의 설악산 ‘설경’은 5,200만 원에서 시작해 1억 1천만 원에 낙찰되면서 박수를 받았다.

김대중 서산대사시
▲김대중 '서산대사시'/ 낙찰가 2,300만 원

김대중 실사구시
▲김대중 '실사구시'/ 720만 원

전두환 고진감래
▲전두환 '고진감래'/ 낙찰가 1,100만 원


가장 흥미로웠던 경합은 김대중 전 대통령과 경매의 주인공이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글씨였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글씨 ‘서산대사시’는 160만 원으로 시작해 현장 경합을 통해 2,300만 원까지 치솟으면서 낙찰이 결정되자 경매 작품 가운데 가장 큰 박수를 받았다. 특히 이 작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전 전 대통령의 아들인 전재국 씨가 결혼을 할 때 선물로 주었던 것이다. 다음 작품도 역시 김 전 대통령의 ‘실사구시’ 글씨였는데, 150만 원에서 시작해 720만 원에 낙찰되었다. 이어서 전 전 대통령이 ‘고진감래’라고 쓴 글씨가 나왔다. ‘사랑하는 이원식’에게 준다고 써있는데, 전 전 대통령이 아끼는 조카가 대학 시험을 본 뒤에 준 선물이라고 한다. 이 작품은 80만 원에서 시작해 1,100만 원에 낙찰되었다. 응찰이 계속되자, 곳곳에서 헛웃음소리와 함께 ‘참 나...’ 하는 탄성소리도 터져 나왔다. 역사 속 얄궂은 인연이었던 두 전 대통령의 글씨 작품들이 이렇게 또 만나다니, 두 사람이 이 현장을 봤다면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싶었다.

전 콜렉션 경매는 K옥션 경매를 시작으로, 오는 18일 서울옥션 경매, K옥션 온라인 경매까지 올해 이뤄진다. 이렇게 절반 정도 진행하고, 내년 3월까지 나머지 작품들도 경매에 붙일 계획이다. 첫 경매가 나름 ‘성공적’이었으니, 앞으로도 화제를 모으며 ‘잘 될 것’으로 보인다. K옥션 경매에는 서울옥션 관계자들이 와서 지켜보기도 했는데, 경매를 마치자 “요즘 미술 시장이 불황인데, 잘 된 경매이다”라며 “첫 경매가 잘 됐으니, 앞으로 경매도 잘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사실 일부에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관련자들이 경매에 응찰하지 않을까 하는 추측도 나왔었다. 경매장에는 전 전 대통령의 측근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없었지만, 대리인을 내보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일부 참석자들은 경매가 끝나고 나가면서 “다 아는 사람들이 사갔다”고 평을 했다. “인사동 그림 상인들이 경합해 가격을 올렸다”고 한다. 그런 가운데 진짜 애호가들은 싱글벙글하기도 했다. 3천만 원에 민화 작품을 낙찰 받은 한 참석자는 “작품도 좋고, 가격도 좋았다”면서 “전 전 대통령의 소장품이라는 건 응찰하는데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옥션 경매 작품 가운데에도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어 참여할 것”이란다.

사상 초유의 소장 미술품 압류로 미술계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전 콜렉션’은 사상 초유의 경매 결과까지 남기게 되었다. 이제 시작인데, 앞으로 어떤 결과가 이어질 지, 사상 초유의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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