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 중국에 사는 사람들에게 우마이(스모그의 중국어)라는 단어는 진절머리가 납니다. 다른 인터뷰는 잘 안해주는 베이징 시민들도 우마이에 대해 인터뷰를 하자면 입에 거품을 뭅니다. 그만큼 불만이 큽니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언론들이 잇따라 '스모그에도 유용성이 있다'는 기사를 내놨습니다. 시작은 환구시보였습니다. '스모그가 군사 장비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제목의 기사를 썼습니다. 스모그가 미치는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기사가 중간으로 가면서 조금 이상한 방향으로 흘렀습니다. 가시거리가 1천 미터 아래로 떨어지면 위성이나 정찰기를 통한 영상 감시는 어려워진다고 소개했습니다. 그러더니 요즘 빈발하는 수미터도 안보이는 스모그에는 공중 감시 장치가 완전히 무용지물이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목표물을 적외선으로 추적하는 유도 미사일의 경우 정확한 조준이 어려워진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방어에는 스모그가 유리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과거 이라크전이나 세르비아 전쟁에서 일부러 폐타이어 등을 태워 공중 정찰을 막은 적이 있다는 예까지 들었습니다.
하루 뒤 중국의 대표적 관영매체인 CC TV와 인민일보는 한 술 더 뜨고 나섰습니다. 아예 '스모그가 가져다 준 5대 뜻밖의 수확'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자체 인터넷 사이트에 올렸습니다. 5대 수확은 무엇일까요? 기사 내용을 정리해보겠습니다.
먼저 평등. 아무리 벼락부자라도 스모그는 어쩔 수 없이 마셔야 합니다. 빈부나 지위의 격차가 없습니다. 그러니 최하층민도 이를 보고 평등하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라는 설명입니다.
단결. 중국에 사는 모든 사람이 함께 스모그에 대한 전쟁에 나섰으니 단결력이 커졌다고 평가합니다.
명석함. 지금까지 중국인들은 경제 발전에 급급해 환경보호에는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스모그 사태로 환경을 보호해야 할 필요성, 다시 말해 지속가능한 경제 발전에 대한 관념을 얻게 돼 국민들이 더욱 명석해졌다고 진단합니다.
유머. 스모그를 이용한 갖가지 농담과 우스개소리가 개발돼 국민 모두가 더욱 유머러스 해졌다고 자평합니다.
마지막 지식. 거의 모든 중국인들이 스모그에 포함된 pm2.5 미세먼지는 물론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오존 등 화학 물질에 대해 지식이 늘어난 만큼 지적인 성과가 있다고 말합니다.
얼굴을 내고 하는 인터뷰의 반응이 이정도니 인터넷 댓글은 어떻겠습니까? 욕이 절반 이상입니다. 그나마 옮길 만한 것들은 '기자들이 스모그를 마시다 머리가 이상해졌나보다', '이 정도 긍정적이면 제정신이 아니다' 등등입니다.
날선 반응이 쏟아지자 CC TV도, 인민일보도 인터넷에서 해당 기사를 내렸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인터넷에는 조롱이 쏟아집니다.
평등. 비호감 어른이든, 된장녀든, 중국 무대포 아줌마든 모두 함께 스모그를 마시는 공동운명체임을 깨달아 증오가 사라졌다.
단결. 단결력이 없다고 욕을 먹던 중국 축구 대표팀이 더 이상을 욕을 먹지 않게 됐다.
안전. 환구시보 덕분에 중국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 나라가 없다는 사실을 알았다.
지식. 안개와 스모그의 차이, pm10에 pm2.5라는 동생이 있다는 사실, 김치와 삽결살을 먹으면 체내 유해물질이 빠지는 것을 알았다.
음식. 볶거나 굽는 대신 건강 요리법을 쓰게 됐다.
영화. 안개 장면이 많은 공포물, 공상과학물, 재난 영화는 모두 중국에서 특수효과 없이 찍게 됐다.
내수. 공기청정기, 마스크 등이 내수 진작을 해줘 경기 부양을 위해 머리 썩힐 필요가 없어졌다.
휴일. 학생들은 더 많은 방학을 즐기게 됐고 직장인들도 홀짝제 출근을 실시할 필요가 생겼다.
유머. 스모그라는 마르지 않는 유머의 소재를 얻어 항상 웃게 됐다.
운전. 버스 기사가 앞이 안보이다보니 다른 길로 잘못 들어서지 못하고 그냥 앞으로만 달리게 됐다.
일부 오해가 있습니다. 중국에 바람이 강하게 분다고 스모그가 한국으로 가는 것은 아닙니다. 상관 관계가 없습니다. 그렇다면 중국에 바람이 불어 스모그가 없어질 경우 한국에 미세먼지가 나타나야 하는데 실상은 반대입니다. 지난주 중국 중동부 지역에 스모그가 발생해 일주일이나 지속될 때 한국도 함께 미세먼지가 발생했습니다. 중국과 한반도에 걸치는 기단이 정체되면서 기류를 타고 중국의 미세먼지가 한국으로 흘러간 것입니다.
오히려 바람이 강하게 불면 미세먼지가 '확산'되고 한국을 그냥 건너가게 된다고 합니다.
따라서 제가 중국에서 바람이 강하게 불기를 바란다고 해서 고국에 사는 분들께 죄책감을 느낄 이유는 없습니다. 하지만 관련 댓글을 보면서 제가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민감한 미세먼지 문제를 기사로 쓰면서 충분한 설명을 하지 않으면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아울러 바람을 바라는 제 마음은 결국은 이기적입니다. 미세먼지가 '확산'된다고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토양에, 바다에, 청정지역에 고루고루 퍼져 모두 지구가 감당해야 할 독이 됩니다. 대기 오염에 대한 특별한 대책 없이 그저 바람이나 바라는 막막함을 표현한 기사라 하더라도 독자에게는 충분히 이기적으로 보였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미세먼지는 모두에게 민감한 문제입니다.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모두 속절 없이 당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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