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만약 택시 운행 기록을 모두 확인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택시가 어떤 경로로 이동을 했고, 이동한 거리는 얼마이고, 요금은 얼마를 받았고, 혹시나 중간에 할증 버튼을 손님 몰래 눌렀는지와 같은 기록이 어딘가에 남아 있다면 바가지 요금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이런 기록이 저장된 곳이 있습니다. 바로 서울시가 구축해 놓은 택시정보시스템입니다.
택시정보시스템은 서울시내 모든 택시들의 운행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받는 시스템입니다. 미터기에 남아 있는 운행정보가 카드결제단말기를 통해 서버가 있는 센터로 전송되는 구조입니다. 현재 택시에 달려 있는 미터기는 정확히 ‘통합형 디지털운행기록계’라고 불리는 장치입니다. 이 미터기에는 위성수신장비(GPS)가 들어 있어 택시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승차나 하차, 할증 버튼을 누른 기록도 다 남아 있습니다. 심지어는 택시의 속도, RPM, 브레이크, 가속도와 같은 자료까지도 기록됩니다. 이 모든 정보가 데이터 송신 기능이 있는 카드결제단말기를 통해 서버로 전송되는 겁니다. 이렇게 전송된 택시의 운행정보는 택시 번호판 번호만 입력하면 프로그램을 통해 바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취재팀이 서울시청 앞에서 택시를 탔습니다. 연세대학교 쪽으로 방향을 잡고 택시는 출발했습니다. 택시기사에게 동의를 구하고 외국인 관광 택시가 관광객에게 바가지 요금을 씌우는 상황을 그대로 재연했습니다. 출발하면서 할증 버튼을 눌러 20% 할증 요금을 적용시켰습니다. 주행을 하다가 시계할증 버튼을 눌러 20% 할증을 또 추가해 40% 요금으로 운행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를 찾아 택시정보시스템에 접속했습니다. 취재팀이 탄 택시의 번호판 번호를 입력하니 운행기록이 바로 화면에 나타났습니다. 서울시청에서 출발해 광화문을 거쳐 연세대학교 인근까지 이동한 기록이 지도 위에 그대로 나타났습니다. 출발 시간과 도착시간, 이동거리, 요금까지 정확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택시가 할증 요금으로 이동했는지 일반 요금으로 이동했는지도 한눈에 볼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할증 버튼을 어디서 눌렀는지 장소까지도 정확히 나타났습니다. 이런 좋은 시스템을 구축해 놓고 왜 활용하지 않았는지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서울시는 현재 시스템으로 부당요금을 비롯한 모든 택시정보를 확인을 할 수 있지만, 현재 시스템으로는 약 7만대에 달하는 택시를 하나씩 봐야하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시는 택시정보시스템에 하루에 쌓이는 탑승정보는 180만 건 정도로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정리하는 프로그램이 아직 구축돼 있지 않아 사람이 택시 번호를 하나씩 입력해 운행정보를 처음부터 다 살펴봐야 하기 때문에 당장 단속에 활용하고 있지 못하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는 택시정보시스템 고도화 사업을 내년에 추진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위반 사항 자동 추출기능과 같이 부당요금과 같은 행위를 단속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용역을 발주하는 등 프로그램을 조금 더 다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외국인 관광 택시에 대해서는 부당행위가 SBS보도를 통해 확인된 만큼 현재 시스템을 이용해 371대에 대해 전수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택시 담당자가 현재 시스템하에서 매주 위반 사항을 모니터링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미리 이렇게 단속하고 모니터링을 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의지만 있었으면 충분히 모니터링하고 단속할 수 있었다는 반증이기 때문입니다. 현실적으로 시스템이 완벽하지 않아 어려운 부분도 있는 것도 충분히 이해되지만, 서울시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인 외국인 관광 택시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시스템을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왜 없었는지 아쉽기만 합니다. 새롭게 만든 시스템이라 부족한 부분이 아직 있다는 것, 공무원 조직의 특징상 업무 추진이 더딜 수밖에 없고, 예산도 부족하다는 것, 인력도 부족하고 모든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는 것도 이해됩니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예산은 부족하고 완벽하게 지원되지는 않습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조건에서 최선의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합니다.
택시정보시스템은 취재를 해보니 좋은 시스템이었습니다. 그리고 서울시 담당 직원의 기발한 착안과 노력도 인상적이었습니다. 택시정보시스템은 기존의 인프라를 잘 활용한 시스템이었습니다. 교통안전법에 따라 택시 미터기를 의무적으로 교환해야 했습니다. 그 미터기에는 설명드렸듯이 택시 운행에 대한 정보가 담겨 있었습니다. 이 미터기에 있는 정보를 카드 결제 기능을 위해 사용하고 있는 기존의 통신망을 통해서 받도록 아이디어를 낸 겁니다. 이런 아이디어를 실제 시스템으로 구축과정도 분명 쉽지 않았을 겁니다. 먼저 택시기사나 택시회사의 반발이 심했을 겁니다. 자신들의 수입을 비롯해 모든 것이 그대로 공개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업계의 반발을 잘 마무리해 정보제공 동의를 이끌어내고 현재의 시스템을 구축한 건 분명 칭찬받을 일입니다. 그래서 이 시스템을 통해 택시 수입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산출하고 택시요금 인상 정책의 정확한 자료로 활용까지 한 것도 성과입니다.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고생해서 잘 만든 시스템인데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는 게 아쉽습니다.
정보공개 수위와 현행법 저촉을 비롯해 풀어야할 과제도 많이 있지만, 택시정보시스템은 시민들을 위한 시스템이 돼야 합니다. 일부 관리자만이 공유하는 정보가 아니라 시민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가 돼야합니다. 서울시민들이 택시에 대한 불만이 있을 때 바로 내가 탄 택시의 정보를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만들어 져야 할 겁니다. 그럼 택시에 대한 서울시에 대한 시민들의 신뢰도 더 높아질 겁니다. 그리고 택시기사도 시민들이 무서워서 함부로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할 겁니다. 기초가 잘 만들어진 시스템인 만큼 제대로 보완이 이뤄지기 바랍니다. 이를 통해 택시정보시스템이 바가지 요금과 같은 택시의 부당행위를 근절시키는 선봉장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