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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全) 콜렉션' 공개되다

‘전두환 전 대통령’ 추징금 환수를 위한 경매 개최

[취재파일] '전(全) 콜렉션' 공개되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추징금 환수를 위해 검찰이 벌인 압수수색에서 가장 큰 화제를 모은 건 단연 ‘미술품 콜렉션’이었다. 미술품 규모도 어마어마하고, 유명 작가의 걸작까지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고 하니, 미술계 뿐 아니라 일반인의 관심까지 쏠렸다. 비자금을 빼돌리기 위해 구입했다느니, 뇌물로 미술품을 받았다느니 소문도 무성했다. 그 실체가 드디어 공개됐다. 다음 달부터 국내 미술품 경매회사 2곳을 통해 경매가 진행된다.

검찰이 경매회사 2곳에 넘긴 그림은 모두 600여 점, 평가가액은 최저가 기준 50~60억 규모이다. 일단 다음 달 진행될 경매는 모두 3건이다. 오프라인 경매 2건, 온라인 경매 1건이다. 오프라인 경매에서는 모두 230여 점이, 온라인 경매에서는 100여 점이 먼저 선보이게 된다. 전체 콜렉션의 절반 정도가 나오는 셈이다. 아무래도 처음 선보이는 ‘전 콜렉션’이기 때문에 콜렉션 가운데에서도 좀 더 ‘실한’ 작품들이 나온다. 가액도 30~40억 정도로 절반을 웃도는 수준이다.

과연 어떤 작가의 작품이 얼마에 나왔을까. 얼마나 대단한 작품이 있을까.                             
권란 취재파일
이대원 '농원' / 경매시작가 3억 원

우선 그동안 언론에서 무수히 보도한 이대원 작가의 ‘농원’은 서울옥션 경매에 나온다. 작품 길이가 194cm, 120호에 이르는 대작으로 1987년에 제작됐다. 점과 선으로 풍경을 묘사하는 작가의 특징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으로, 연못과 들판, 산과 나무가 있는 농원의 전경이 분홍빛 하늘과 어우러져 있다. 작가 특유의 필치와 화사한 색채감이 잘 드러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농원이 더 유명해진 이유는 오랜 기간 전 전 대통령의 자택에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전 전 대통령의 사랑을 받은 작품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경매 시작가는 3억 원부터이다. 작품 뒷면에 작품 제목과 제작년도도 적혀 있다.       
권란 취재파일
조선시대 화첩 中 '현재 심사정 송하관폭도'/ 경매시작가 5억 원

한 때 이대원 작가의 ‘농원’이 최고가 작품일 것이라는 추측도 나왔다. 하지만, 이번 경매에 나온 작품 가운데 ‘농원’의 평가액을 뛰어넘는 작품이 있다. 서울옥션에서 나온 조선시대 화가들의 화첩이다. 겸재 정선, 현재 심사정, 관아재 조영석, 표암 강세황, 호생관 최북, 북산 김수철 등 쟁쟁한 조선 후기 작가 9명의 그림 16점을 모은 화첩이다. 소나무와 폭포를 바라보는 선비의 모습을 그린 현재 심사정의 ‘송하관폭도’에는 표함 강세황의 평까지 적혀 있다. ‘간략하게 마원(馬遠)의 나무와 돌과 사람 그리는 법을 본떴는데, 쓱쓱 그린 가운데도 아취가 있다’는 내용이다. 사실 ‘전 콜렉션’에서 고미술 쪽은 좀 ‘약하다’는 평이 있었는데, 이 화첩만큼은 최근 미술 시장에 나온 작품들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수작이라고 한다. 경매 시작가는 무려 5억 원이다.
권란 취재파일
김환기 '24-Ⅷ-65 South East'/ 경매시작가 4억5천만 원

한국 추상미술의 대가 수화 김환기의 작품도 여러 점 눈에 띈다. 김환기는 1963년 미국 뉴욕에 정착해 이듬해인 64년부터 점점 추상화적인 변화를 시작했다. 이 작품은 1965년 뉴욕시대 작품으로, 우리나라가 처음 참가한 1963년 제7회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출품했던 ‘구름과 달’과 같은 모티브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래서 구상의 흔적이 남아있던 ‘구름과 달’을 추상화하는 단계가 아니었을까 하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경매 시작가는 4억 5천만 원.
권란 취재파일
김환기 '무제'/ 경매시작가 4천5백만 원
 
김환기의 과슈 작품도 K옥션에서 나오는데, 처음 검찰의 압류품이 공개됐을 때 작가의 대표작 ‘우리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가 아니냐고 했을 만큼 그와 흡사한 작품이다. 과슈 작품이지만, 색채와 상태가 좋은 작품이다. 경매 시작가는 4천5백만 원이다.
권란 취재파일
야드로 'Angel of the Mirror'/ 경매시작가 7백만 원

‘전 콜렉션’에서 눈에 띄는 작품들은 이 야드로 콜렉션이었다. 야드로는 스페인의 도자기 인형으로, 우아하고 화려한 모습에 야드로 전문 콜렉터들이 있다고 한다. ‘전 콜렉션’에는 야드로 도자기가 30점 넘게 포함되어 있다. 특히 한정판으로 나온 ‘레전드 시리즈’도 상당수였다고 한다. ‘거울 천사’라는 작품은 거울을 들고 있는 큐피드의 모습을 하고 있는데, 천사의 눈은 다이아몬드, 들고 있는 거울은 흑요석으로 제작되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국 씨가 주로 모은 작품들인데, 나중에 야드로 박물관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적게는 20만 원에서 7백만 원까지 경매 시작가가 형성됐다.

권란 취재파일
김대중 '서산대사시'/ 경매시작가 2백만 원

대통령 집안이다 보니, 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전두환 전 대통령의 글씨도 콜렉션에 포함되어 있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글씨 ‘서산대사시’는 전재국 씨가 결혼할 때 선물로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모름지기 발걸음을 어지럽게 하지 마라. 오늘 내가 걸어간 발자국이 뒤에 오는 사람의 이정표가 될 것이다”라는 내용이다. 경매는 2백만 원부터 시작한다.

이 밖에도 검찰이 압류한 작품은 무려 6백 점에 이른다고 한다. 일단 공개되고 나니, 처음 알려진대로 모두 ‘걸작’이거나 ‘시장 가치가 높은 작품’들만은 아니었다. 미술품 소장가들은 보통 어떤 ‘주제’를 가지고 소장을 하는데, ‘전 콜렉션’은 특별한 주제는 없었다. 특징을 꼽자면, 그림 크기가 100호 이상의 대작이 많다는 점, 그리고 ‘살아있는 예술’이라는 의미의 ‘아르비방’ 계열 작가들의 작품이 많다는 점이다. 전재국 씨가 운영하던 시공사에서 ‘아르비방 시리즈’를 발간했던 걸 보면, 아르비방 작품들은 전재국 씨의 콜렉션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아르비방’ 작품의 작품성은 훌륭하지만,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경매를 의뢰받은 경매사들도 ‘아르비방’ 작품들의 가격을 산정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작가들이 개인전을 하면서 작품을 판매했을 때 가격을 조사해 이번 경매에도 적용했다고 한다.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은 작가들이었는데, 상당히 좋은 작품들이 많아서 좀 놀라웠다. ‘추징금 환수를 위한 경매’라는 불미스럽게
알려지게 된 점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실험성과 예술성을 갖춘 작가들이 다시금 주목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된 점은 ‘전 콜렉션 경매’의 순기능이라고나 할까.

‘전 콜렉션’은 내일(12월 11일 오후 4시) K옥션 경매를 시작으로, 18일 서울옥션 경매, K옥션 온라인 경매 등 내년 3월까지 이어지게 된다. 검찰이 압류한 작품은 모두 6백 점 정도이지만, 전부 나오지는 않는다. 압류품 가운데에는 ‘작품 가치’가 아예 없는 작품들도 있기 때문이다. 마티스 전시 포스터를 비롯해, 미술을 취미로 가진 전 전 대통령의 아들 전재용 씨가 그린 작품들까지 포함되어 있다. 아마 검찰이 다 쓸어 모으면서 가져온 것인 듯 하다. 전재용 씨 ‘작품’은 주로 프랜시스 베이컨을 따라 한 그림이 많았다고 한다. 아마 이 그림은 경매를 통해 처리하지는 못할 것 같고, 그냥 돌려주든지, 검찰의 처분에 따라야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번 압류품을 전문 경매사들에 의뢰하면서, 미술 시장에 충격을 주지 말 것과 환수금액을 최대로 받아줄 것, 2가지를 요구했다고 한다. 경매사들은 수수료도 깎았다고 한다. 평균적으로 10%가 넘는데 이번엔 2%P를 낮췄다.

“전 재산이 29만 원”이라고 했던 전 대통령의 집에서 상당한 규모의 미술품이 나오면서, 소장 경위 뿐 아니라 그 규모에도 관심이 엄청나게 쏠렸었다. ‘까보니’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어서 ‘실망’스럽기도 했지만, 도대체 어떤 작품을 가지고 있었는지, 여전히 관심은 지대하다. 경매 전 일반에 공개하는 프리뷰 전시에는 평소보다 2배 정도 많은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고 한다. 과연 경매가 시작되면 낙찰률과 낙찰금액은 얼마나 될 지, 누가 살지, 관심을 계속  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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