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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JP의 귀환…후배 정치인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취재파일] JP의 귀환…후배 정치인은 무엇을 배울 것인가
"국회의원 9차례 역임. 국무총리 2차례 역임. 4개 정당 총재 및 대표 역임"

운정(雲庭) 김종필 전 국무총리의 약력입니다. 그의 이력이 곧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입니다.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3金 시대'를 이끌어온 정치인. JP라는 약칭으로 한 때 충청권 정치세력의 구심점이 된 인물입니다.

오늘(10일) JP가 국회를 찾았습니다. 지지자들과 동료 정치인들이 자신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든 '운정회'라는 모임 창립총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입니다. 지난 2008년 2월 이명박 전 대통령 취임식 이후 처음이니까 5년 10개월 만입니다. 2008년 10월 뇌졸중을 겪은 뒤 공식 석상에 잘 나서지 않는 JP여서, 오늘 그의 나들이는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자민련 초대 총재로 충청권 정치인의 맹주였던 만큼, 오늘 모임에는 특히 충청권 정치인들이 눈에 많이 띄었습니다. 정운찬 전 국무총리, 심대평 전 충남지사,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 이완구 의원, 이인제 의원 등이 참석했습니다.  

JP는 각계 인사의 축사에 이어 직접 마이크 앞에 앉았습니다. JP는 노환으로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습니다
. 마이크 앞에서 장장 35분간 연설했습니다. 군데 군데 힘을 주는 대목에서는 예전의 쇳소리 섞인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되살아나기도 했습니다.
김종필

JP는 공자의 '사무사'(思無邪; 생각이 바르므로 사악함이 없다) , 맹자의 '무항산 무항심'(無恒産 無恒心; 생활이 안정되지 않으면 바른 마음을 견지하기 어렵다) 두 가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사무사를 얘기하면서 자신은 평생 '사무사'의 자세로 살아왔다고 했습니다. 그리고는 '무항산 무항심' 얘기를 꺼내면서 자신의 정치관을 가감없이 드러냈습니다. JP는 "항심이란 민주주의와 자유를 향한 마음이라며, 항산, 즉 경제력이 있어야 민주주의와 자유도 얻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배고픈데 무슨 민주주의와 자유가 있느냐, 민주주의와 자유를 향유하고, 인간답고 여유 있게 살게 될 경지를 목표로 하되 그걸 뒷받침할 경제력을 먼저 건설해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JP는 일본과 수교 조건으로 8억 달러 차관을 받은 비화도 전했습니다. 김종필 전 총리의 설명입니다. "당시 야당 총재이던 유진오 전 고려대 총장에게 대일 수교 조건으로 차관을 어느정도 받으면 좋겠냐고 의견을 물으니 3천만 달러라고 했다. 내가 일본 외상과 협상해 총 8억달러(무상 3억달러, 유상 2억달러, 민간차관 3억달러)를 받아냈다. 그랬더니 유진오 총재가 나더러 매국노다, 이완용 같은 자라고 했다" JP는 이 대목에서 "나는 매국노가 아닙니다!" "나는 이완용이 아닙니다!"하고 거의 외치다시피했습니다.

JP는 이밖에도 독일 루르 지방의 탄광 지하 막장까지 들어가 현장을 살펴본 뒤 박정희 대통령에게 광부 파견을 건의한 일, 월남전 파병을 결정한 일, 최빈국이던 대한민국이 경제개발 계획을 세워 1억불 수출, 100억불 수출을 달성하면서 기뻐하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억 같은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놨습니다. 방청객들대부분은 JP의 지지자들이었기 때문에 박수가 자주 터져나왔습니다.

어차피 JP를 찬양하고, 칭송하는 모임이었기에 냉정하게 '공과'를 논하는 자리는 애초부터 아니었습니다.

취재기자로서 JP의 이야기 보다도 장명수 전 한국일보 사장의 축사가 귀에 더 들어왔습니다. 장명수 전 사장은 정치부기자도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정치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JP를 객관적으로 분석할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아래는 장명수 전 사장의 축사.

"DJ와 JP는 악연으로 얼룩진 숙명적인 정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연합이 가능했을까요. JP는 뭘 위해,  뭘 믿고 이런 결단을 했을까요. DJP 연합의 제1 조건은 내각제 개헌이었는데, 이 약속이 지켜질 거라고 믿은 사람 많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내각제 개헌 약속에 앞서, DJP 연합이야말로 역사의 매듭을 풀고 순리를 이루는 길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짐작해봅니다.(중략) 불가능한 걸 가능하게 하는 게 정치입니다. 오늘 여의도는 가능한 것을 불가능 하게 하고, 꽉 막힌 대결만 있습니다. 이런 절망 속에서 DJP연합을 다시 생각해봅니다. 어느 누구도 상상 못했던 DJP 연합이야말로 불가능을 가능하게 했던 정치였습니다"

JP는 3김 중 유일하게 대권을 잡지 못한 정치인이었습니다. 양 김이 대통령이 돼 한국 정치사에 족적을 남겼지만, JP 역시 한국 현대 정치사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습니다. 업적과 허물이 뒤섞여 있는 JP지만, 무엇하나 국민을 속시원하게 해주는 것 없는 후배 정치인들이 배울 점은 반드시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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