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저는 바람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겨울에는 가뜩이나 추운 몸과 마음을 더 얼어붙게 만듭니다. 특히 손끝, 발끝, 코끝 등을 떨어져나가는 것처럼 아프게 합니다. 봄에는 황사를 몰고옵니다. 꼭 황사가 아니더라도 먼지를 일으킵니다. 여름에 바람은 태풍으로 대변됩니다. 막대한 피해를 가져다주는 공포의 대상입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바람에 대한 인상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중국에 와서 바람은 제게 가뭄의 단비 마냥 반가운 존재가 됐습니다. 아니, 그저 좋은게 아니라 감사의 대상입니다. 일기예보를 보면 예전에는 날씨가 어떤지, 기온은 어떤지를 먼저 챙겼습니다. 바람 세기는 관심 밖이었습니다. 요즘은 풍속부터 확인합니다. 바람이 1~2급의 미풍이라면 낙담합니다. 하지만 4~5급의 꽤 강한 바람이 예보되면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집니다. 왜냐고요? 바람이 불어야 스모그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난 일주일 내내 상하이와 난징 등 중국의 중부 지역 거의 전체가 스모그에 점령 당했습니다. 지난 7일 토요일의 경우 상하이의 공기질량지수가 5백을 넘어섰습니다. 난징의 초중고교는 며칠씩 휴교해야 했습니다. 산둥과 충칭시 주변 고속도로들은 돌아가며 폐쇄됐습니다. 수백편의 여객기 운항이 취소되거나 지연됐습니다. 사상 초유의 사태는 중국 역사책에 이름을 남기게 됐습니다. 언론은 지난 주를 '스모그주'라 부릅니다.
기상 전문가들에게 알아보니 지난주 이 지역에 시베리아 고기압에서 떨어져 나온 약한 고기압이 자리를 잡고 꿈쩍 않고 버텼다고 합니다. 원래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기압골이 형성돼 비가 오거나 바람이 불었어야 하는데 그런 현상이 실종된 것이죠. 그러자 공기의 흐름은 정체됐고 매연이 빠져나가지 않고 공기중에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금방 스모그가 형성됐습니다. 일주일이나 지속됐습니다.
베이징은 지난달 중순 난방을 시작한 이래 오히려 스모그 발생 빈도가 뚝 떨어졌습니다. 웬일로 바람이 자주 불어줘서입니다. 그래서 확인 안된 소문도 돕니다. 수뇌부의 강력한 지시로 중국 정부가 인공강우처럼 인공적으로 바람을 일으키는 기술을 이미 개발했다는 내용입니다. 스모그가 이틀쯤 간다 싶으면 바람을 일으켜 몰아낸다는 확인되지 않은 말이 들립니다. 실제 그런 기술이 개발됐다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하지만 근거 없는 유언비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하늘을 보며 간절히 빕니다. 내일도 저희들에게 바람을 허락하여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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