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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택 실각'으로 대북투자 침체 길어질 듯

"황금평·나선특구 타격…무역·인력송출에도 영향"

'장성택 실각'으로 대북투자 침체 길어질 듯
북한과 중국 간 경제협력을 주도해온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실각이 공식화함에 따라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크게 위축된 중국의 대북투자가 당분간 침체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장성택은 지난 2011년 6월 북·중 경협의 대표적 프로젝트인 황금평 경제특구 개발사업 착공식에 북한 측 대표로 참석하는 등 중국과의 경협을 진두지휘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장성택은 지난해 8월에는 리광근 합영투자위원회 위원장 등 대규모 간부를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 황금평·위화도, 나선 특구의 공동개발을 위한 관리위원회 2개를 출범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또 4개 정부 간 합작사업과 6개 기업의 투자사업에 합의하는 등 왕성한 활동력을 과시했고 당시만 해도 북한 나선 특구 투자를 결정한 중국 국유기업과 민간기업이 8~10개사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언론들은 자국의 대형 국유기업들이 대북투자를 선도하면 투자 환경이 개선돼 다른 중국 기업들도 위험으로부터 보호받는 '우산 효과'가 기대된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말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올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 이후 중국이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에 동참하는 등 양국 사이에 이상기류가 형성되면서 중국 내 대북투자 분위기는 급격히 냉각됐다.

중국의 한 대북소식통은 9일 "현재 북한이 경제 분야에서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중국의 대북투자는 예전부터 정부가 주도하고 있는데 경제특구 기반시설 조성 등 막대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중국 입장에선 양국 관계와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얼마든지 경협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장성택 방중 기간에 대북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 기업 가운데 야타이(亞泰)그룹이 나선 특구에 100만t 규모의 시멘트 생산설비를 완공한 것 이외에 다른 대기업의 진출 소식은 현재까지 전혀 없는 상태다.

일본 언론은 최근 대북투자에 나설 예정이던 중국 국유기업 중 투자 규모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진 자오상(招商)그룹이 투자계획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이 막대한 사업비를 부담하는 북한 내 인프라 건설 사업도 더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중국은 지린성 훈춘(琿春)에서 생산한 전력을 100㎞가량의 송전선로를 통해 두만강 너머 나선 특구에 공급하는 사업을 추진해왔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6월부터는 나선 특구에 중국 측 전력이 공급될 것이란 중국 지방 고위 관리의 예상이 나왔지만, 북한의 핵실험 이후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는 소식만 있을 뿐 가시적인 진전이 없다.

중국에서 나선 특구로 가는 관문인 훈춘 취안허(圈河)통상구와 북한 원정리를 잇는 새 교량(일명 신두만강대교) 건설 사업도 상반기에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었지만 착공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

황금평 특구는 양국 공동관리위원회 청사와 몇 개의 임시 건물, 소규모 송전설비를 건설한 것이 착공식 후 지난 2년여간 가시화한 성과의 전부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중국 민영기업과 개인투자자의 북한 투자는 더 위축될 전망이다.

중국 동북지역의 한 기업인은 "북한의 3차 핵실험과 개성공단 사태 이후 중국 투자자들의 대북투자는 사실상 중단됐다"면서 "북한도 실적이 없는 투자 유치보다 무역 거래를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북측이 신용을 잘 지키지 않아 삐걱대고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현지에서는 장성택의 실각으로 중국과의 경협을 주도할 새로운 라인이 등장하겠지만 현재의 대북투자 침체기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한 상황이다.

또 중국이 장성택을 믿고 추진해온 무역과 인력 송출도 적지 않아 관련 부문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경제난 해결을 위해 중국과의 경협 확대와 개혁 조치가 불가피한 상황에서 경제사업에 깊숙이 관여해온 장성택의 실각 이후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근 공을 들이는 자국 내 특구에 대한 새로운 투자 유치 성과 등을 내놔 건재함을 과시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선양=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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