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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40% 할증 바가지…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관광 택시' ①

택시 기사들의 양심에만 맡길 수 없는 이유

[취재파일] 40% 할증 바가지…사각지대에 놓인 '외국인 관광 택시' ①
 인천국제공항이나 김포공항, 서울 명동 처럼 외국인 관광객들이 많은 곳에는 ‘international taxi’라고 적힌 택시가 있습니다. 서울시가 지난 200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 택시입니다. 영어나 중국어, 일본어 중 외국어 하나가 능통한 기사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외국어 서비스를 해주는 특화된 택시입니다. 또 공항 데스크를 통해 손쉽게 예약도 해주고 인천공항에서는 서울 지역마다 요금 가이드라인도 알려 주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양질의 택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제도라는 건 논란의 여지가 없어 보입니다.

 이런 정책이 실제로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는 정책의 취지와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취재팀이 택시를 타봤습니다. 전반적으로 서비스의 질은 좋았습니다. 내려서 짐을 받아 트렁크에 실어주고 능통한 외국어로 손님을 상대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역시 요금이었습니다.
택시 할증 _캡처

 일반택시는 할증이 붙지 않으면 미터기 요금이 100원씩 올라갑니다. 외국인 관광 택시는 외국어 서비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20% 할증 요금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120원씩 미터기 요금이 올라가야 합니다. 그런데, 서울 명동에서 탄 외국인 관광 택시의 미터기를 자세히 보니 140원씩 올라갔습니다. 20원 씩 더 올라가고 있었습니다. 미터기 한쪽을 보니 40%라고 선명히 찍혀 있었습니다. 20%만 할증요금을 받아야 하는데 할증요금을 20% 더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택시기사는 갑자기 요금이 좀 많이 나온다며 미터기를 꺼버렸습니다. 그리고 외국인 관광 택시 안내서에 나와 있는 최고 금액으로 흥정하기 시작했습니다. 명동에서 김포공항까지 3만 3천 원을 냈습니다. 근처에 있는 일반택시 기사들에게 명동에서 김포공항까지 요금을 물어봤습니다. 거리를 따져보면 차가 밀려도 2만 원 정도면 충분하다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2만원의 20%는 2만 4천 원 정도이고, 교통상황을 감안하더라도 20%할증만으로 3만 3천원까지 요금이 나올 수 없다는 설명도 덧붙였습니다.

 김포공항에서 또 다른 외국인 관광 택시를 타보기로 했습니다. 공항에는 서울시에서 예산을 들여서 운영하고 있는 외국인 관광 택시 안내 데스크가 있습니다. 이 안내 데스크는 외국인 관광객이 오면 외국인 관광 택시와 바로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안내 데스크를 통해 외국인 관광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가 출발하자 미터기를 자세히 살폈습니다. 할증이 표시된 부분에 스티커가 붙어있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스티커 아래 40%라는 표시가 보였습니다. 목적지에 도착해 기자임을 밝히고 물어봤습니다.

기자 : 미터기에 40% 할증으로 표시돼 있던데요?
기사 : 아닌데요.
기자 : 아니요. 제가 봤는데 40% 였어요.
기사 : 아니에요. 그게 제가 (할증 버튼을) 누르다 보니 잘 못 누른 거예요.

 처음에는 발뺌하던 기사가 조금씩 실상을 털어놓기 시작했습니다. 너무 손님이 없다는 전제하에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인천공항은 서울 지역별로 정액제이기 때문에 이런 일이 많지 않고, 김포공항도 심하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서울 시내를 돌아다니는 외국인 관광 택시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동대문 같은 곳 있죠. 거기는 외국인들 많잖아요. 타면 그냥 막 누르는 거예요. 40%.”

 또 다른 택시를 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아예 할증이 얼마인지 볼 수도 없었습니다. 스티커로 미터기의 할증 표시 부분을 가려놨기 때문입니다. 택시 기사는 이렇게 다니는 택시기사들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40%이라는 게 보이잖아요. 좀 가리기 위해 (스티커) 붙이는 사람이 많죠.”

 미터기에 있는 버튼 하나만 누르면 국내 물가 사정에 어두운 외국인 관광객들을 속이기는 쉬웠습니다. 미터기에는 여러 가지 버튼이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할증이라는 버튼이 있습니다. 외국인 관광 택시는 외국인들이 타면 정상적으로 이 버튼만 눌러서 20% 할증요금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옆에 있는 시계할증 버튼을 또 한 번 몰래 누르는 겁니다. 시계 할증은 서울시내를 벗어날 경우에 누르는 버튼인데 서울시내를 이동하면서도 외국인 몰래 눌러 할증요금 40%를 받는 겁니다.

 이렇게 외국인 관광객을 속이는 택시기사가 문제인 건 확실합니다. 하지만, 서울시도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서울시가 지난 2009년부터 60억 원의 예산을 들여서 공식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그만큼 서울시에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겁니다. 그런데 서울시는 단속은 커녕 운영실태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택시 캡쳐_500

 서울시는 지난해 외국인 전용 택시를 이용한 외국인 관광객이 10만 명이라고 집계했습니다. 하루에 280명 정도가 외국인 관광 택시를 이용한 셈입니다. 그런데 등록된 외국인 관광 택시는 371대입니다. 이 가운데 쉬는 택시를 감안하면 330대 정도가 하루에 운행하는 것으로 서울시는 보고 있습니다. 하루에 50대 정도는 외국인 관광객을 한명도 태우지 못한 셈입니다. 서울시는 수요예측을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습니다. 이 집계 자체도 문제가 있습니다. 서울시는 단지 공항 안내 데스크를 통한 이용객만 집계한 겁니다. 서울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외국인 관광객들을 실어 나른 외국인 관광 택시의 수는 파악도 못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저런 일도 많은데 서울시가 외국인 관광 택시 뒤만 쫓아다닐 수 없는 노릇이고 어떻게 다 파악할 수 있냐고 되물을 수도 있습니다. 서울시는 택시정보시스템을 구축해 서울시내에서 미터기를 달고 운행하는 모든 택시의 정보를 받고 있습니다. 택시에 있는 미터기와 카드 결제기를 통해 택시의 운행정보, 운송 수익금 까지 모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 정보만 잘 활용해도 서울시에 등록된 외국인 전용 택시 371대가 어디로 이동해서 얼마를 받고 있는지 쉽게 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도 서울시는 택시기사들과 외국인 관광객들이 알아서 신고해 주기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럼 왜 유독 외국인 관광 택시에 대해서만 관리감독을 더 해야 할까요. 서울시가 시민의 세금을 매년 들여서 운용하고 있는 ‘공식적인’ 정책이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관광 택시 홈페이지나 안내책자에는 외국인 전용 택시에 대해 "Seoul City's Official Foreign-Language Taxi Service"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외국어 택시 서비스라는 이야기입니다. 외국인들은 외국인 전용 택시에 대해 서울시가 공식적으로 보증하는 서비스라고 생각할 겁니다. 만약 제가 외국을 나갔다면 해당 시에서 공식적으로 운행하는 서비스에 대해서 조금의 비용을 더 부담하더라도 믿고 이용할 거 같습니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마찬가지 마음일 겁니다. 그런데, 실상은 교모하게 외국인 관광객들을 기만하고 있습니다. 바가지 요금이 몇 천원에서 몇 만원에 불과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단순히 돈 몇 푼이 문제가 아닙니다. 서울시에 대한 신뢰의 문제입니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서울시의 이미지, 어떻게 할 겁니까. 서울시가 일부 외국인 택시 기사들의 양심으로만 이 문제를 몰고가서는 결코 안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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