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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정은에게 장성택은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취재파일] 김정은에게 장성택은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작성 2013.12.09 08:3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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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김정은에게 장성택은 필요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북한 김정은 제1비서의 고모부로 권력 실세였던 장성택이 실각했다. 조선중앙TV는 7일 재방송한 김정은의 기록영화 '선군의 한길에서'에서 종전에 나왔던 장성택의 모습을 모두 삭제한 영상을 내보냈다. 10월 7일 처음 방송된 이 기록영화에서는 장성택의 모습이 수차례 등장했는데, 12월 7일 재방송된 기록영화에서는 장성택의 모습이 전부 사라진 것이다. 이로써 국가정보원이 3일 국회 정보위원들에게 보고한 장성택 실각설은 사실로 굳어졌다.
장성택10월 7일 방송분(왼쪽)에서는 손뼉을 치고 있는 장성택의 얼굴이 나왔지만, 12월 7일 방송분(오른쪽)에서는 장성택의 얼굴이 나오지 않았다.
장성택10월 7일 방송분(왼쪽)에서는 김정은 제1비서 뒤편에서 걸어가는 장성택의 모습이 있었지만, 12월 7일 방송분(오른쪽)에서는 이 장면이 다른 장면으로 대체됐다. 

김정은, 장성택을 왜 내쳤을까?

장성택의 실각을 누가 주도했느냐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시각이 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김정은 제1비서가 이를 용인했다는 사실이다. 김정은의 재가 없는 장성택의 실각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니, 마지못해 용인했다기보다 김정은이 적극적으로 장성택 거세에 나섰을 가능성이 높다. 한 고위급 탈북자의 말대로 김정은의 친인척을 김정은(혹은 김경희)의 지시 없이 공격한다는 것은 목숨을 내놓는 일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남재준 국가정보원장이 6일 국회 정보위에서 장성택이 측근 비리와 금전 문제, 월권 때문에 실각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밝혔지만, 이는 실각의 표면적인 원인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권력층의 부패로 빈부 격차가 심화되고 있는 북한에서 비리와 돈 문제를 걸고 들자면 살아남을 사람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장성택과 그 세력을 거세하기로 한 뒤 거세의 명분으로 비리를 들고 나왔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왜 고모부를 내쳤을까? 단순히 말하자면, 장성택이 불편해서였을 것이다.

장성택은 한때 김정일의 장남 김정남을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김정일 위원장의 후계자가 김정은으로 정해진 뒤 김정은 후계체제를 만드는 데 공헌해왔다. 김정은이 후계자 수업을 받을 때뿐 아니라 집권한 뒤에도 김정은을 보좌해 비대해진 군부를 통제하고 경제 중심의 정책을 펴는 데 있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제1비서의 고모부라는 위치에다 김정은 체제 확립의 중요한 공신 역할을 하면서 장성택은 북한 내에서는 누구도 갖지 못한 독특한 위상을 가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최고 지도자인 김정은도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위상 말이다. 올해 초 김정은 정권이 대외적 긴장을 고조시킬 때 장성택은 공개석상에 잘 모습을 드러내지 않음으로써 북한의 긴장 고조 노선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시했다. 또, 이 무렵 장성택이 김정은이 참석한 행사에서 삐딱한 채 앉은 사진이 공개되기도 했다.

김정은 제1비서로서는 이런 장성택이 불편했을 것이다. 무시할 수 없는 원로, 그것은 자기 마음대로 권력을 행사하기가 불편하다는 의미도 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장성택의 세력이 큰 만큼 장성택이 결국 정권을 잡을 것이라는 등의 세간의 소문도 김정은의 장성택 거세 결정에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장성택 실각 이후의 김정은 정권은?

북한 관리들을 만나 본 통일부 관료들 가운데는 북한 관리 가운데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이 장성택이라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있다. 대다수의 북한 관리들이 수동적으로 위에서 시키는 일 이상을 하기 힘든데, 장성택은 일을 구상해서 추진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장성택이 권력의 핵심에서 사라졌다. 김정은 제1비서로서는 불편한 사람을 내친 만큼, 당장은 권력을 행사하기가 더욱 편해질 수 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의 복종 정도도 더욱 높아질 것이다. 김정은이 고모부까지 냉정하게 내치는 것을 본 상황에서, 어느 누가 김정은에게 이견을 달려 하겠는가? 권력층 내에 다소 동요가 생길 가능성은 있지만, 자칫 잘못할 경우 가족들에게까지 해가 갈 것을 생각한다면 김정은에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쉽게 상상하기 힘들다. 장성택의 실각이 단기적으로는 김정은 정권의 공고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가능한 이유이다.

문제는 장기적으로도 장성택의 실각이 김정은 정권에게 이득이 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북한 권부 내에 장성택의 '머리'를 대신해줄 사람이 있을 것인가 하는 점이다. 김정은 제1비서의 주변에 '머리'보다는 발이 되는 사람들만 판치게 된다면, 김정은으로서는 정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해가는 데 있어 상당한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장성택은 김정은 제1비서로서는 불편하더라도 끝까지 데리고 갔어야 할 사람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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