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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장성택 실각설…북한에서 무슨 일이?

[취재파일] 장성택 실각설…북한에서 무슨 일이?
3일 오후 5시 넘어, 통일부와 외교부 기자실이 갑자기 시끄러워졌습니다. 김정은 제 1비서의 고모부이자, 북한 정권의 2인자로 알려진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이 실각한 것 같다는 정보가 올라온 겁니다.

이른바 '장성택 실각론'의 발단은 국정원의 긴급 보고였습니다. 국회 정보위에 대한 국정원의 보고 내용은 "북한 노동당 행정부 내 장성택 부위원장의 핵심 측근이 지난달 하순 '공개처형' 됐다"는 것이었습니다.

공개 처형 당했다고 알려진 장성택 부위원장의 측근은, 노동당 행정부 소속 이용하 제1부부장과 역시 같은 행정부 소속 장수길 부부장이었습니다. 이용하 제1부부장은 과거 김정일 부자의 공개활동을 자주 수행했었고, 장수길 부부장은 북한의 경찰인 인민보안부 장성 출신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장성택의 오른팔, 왼팔이라고 할 수 있었던 이 핵심 측근들이 공개처형 되고 나서, 공교롭게 장성택 부위원장도 한달째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달 6일, 북한을 방문한 일본 이노키 의원과 농구 경기를 관람했던 게 마지막이었는데요.

그래서 우리 정보당국에서는 장성택이 실각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던 겁니다.

장성택 캡쳐_539


♦ 수하 비리로 고모부를 숙청?

장성택 측근이 공개 처형된 건 '비리' 혐의 때문이라고 알려졌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장성택은 김정은 제 1비서의 고모인 김경희의 남편입니다. 지금껏 김정은 제1 비서의 후견인 역할을 해왔고,
명실상부 확고한 2인자 자리를 누려왔습니다. 또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정치와 경제 분야 개혁을 두루 주도해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장성택의 부인, 즉 김 비서의 고모인 김경희가 아직 살아있는 상태에서, 고모부를 수하들의 비리만으로 숙청했다고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밝힌 공개처형 이유를 보면, 반당, 즉 당에 반대되는 행동을 했다는 용어를 쓰고 있습니다. 단순 비리라면 이런 용어를 쓰지 않았을 겁니다. 즉, 장성택의 반대세력이 특정한 의도를 갖고 뒤를 파헤친 끝에, 고모부 숙청을 재가할 수밖에 없도록 김 비서를 몰아붙일 만한 뭔가를 찾았거나, 혹은 만들어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 권력 투쟁의 희생양?

그렇다면, 장성택을 벼랑 끝으로 몬 장본인은 누굴까?

그런 측면에서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 바로 최룡해 총 정치국장입니다.

한때 장성택의 측근이었던 최룡해의 위상이 커지면서 결국, 최룡해를 중심으로 한 군부와의 권력 투쟁에서
장성택이 패배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또 다른 일각에서는 더 이상 후견인이 필요 없어질 정도로 장성한 김정은 제 1비서가, 지나치게 권력이 비대해진 2인자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고모부를 직접 내쳤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 北 어디로 가나?

지난해 7월, 권력 실세인 리영호 총참모총장이 실각한 데 이어 또 다시 1년 반만에 권력 실세라는 장성택이 무너지는 걸 보면, 북한 정권이 외부에서 볼 땐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매우 불안정한 상태일 수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특히 이번 장성택의 실각은 북한으로서 뼈아픈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북한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고위 관리 중에 유일하게 능력있는 사람이 장성택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합니다. 국제 정세에도 나름 밝으면서 경제개혁도 지지해온 부분을 높이 평가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장성택이 없어졌기 때문에, 우선은 후견인으로서 김정은에게 그나마 쓴 소리를 해줄 사람이 없어졌다는 측면이 있습니다. 또한 지금 추진 중인 경제개혁이 지체되거나, 북한의 의사 결정이 좀 더 군부 중심으로 치우치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북 정권이 김정은 비서 중심으로 더 공고화될 지, 대남 노선은 군부 주도 하에 강경 일변도로 흘러가지 않을지 등, '장성택 실각'이 남북 관계에 어떤 의미로 다가올 지는 시간이 좀더 흐른 뒤에 드러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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