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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우리 앞마당에서 중-일 구역싸움'…한국은 어떻게?

[취재파일] '우리 앞마당에서 중-일 구역싸움'…한국은 어떻게?
 우리 이웃은 손꼽히는 부자입니다. 돈이 많다보니 마을에서 입김도 거세지요. 동쪽의 이웃은 오래 전부터 우리 앞마당을 자기 구역이라고 못박아놨습니다. “적당히 좀 넓혀, 여긴 우리 구역이야”라고 해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렇게 50년 가까이 흘렀습니다. 우리는 저들이 뭐라고 하든 그냥 신경 끄고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원치 않는 고요함’을 서쪽에 사는 이웃이 깨트렸습니다. 이들도 우리 앞마당을 자기 구역이라고 우겼습니다. 기세등등하게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이 이웃은 마을에서도 최고 부자 자리를 놓고 다툴 정도입니다.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며 그들이 선포한 구역을 좀 좁히라고 말했습니다. 거절당했지요. 우리 관할인 이어도 해역을 두고 일본과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다툼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어도 방공식별구역

우리 앞마당 이어도는 한국 방공식별구역엔 포함되지 않고 일본과 중국의 방공식별구역에만 포함돼 있습니다. 일본은 1963년부터 ‘방공식별구역을 좁히라’는 우리 측 요구를 거절했고, 중국도 어제 열린 제3차 한중 국방전략대화에서 우리의 방공식별구역 조정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사실 한창 일본과 영토 분쟁을 하고 있는 ‘댜오이다워(센카쿠)’를 놓고 야심차게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한 중국이 우리의 조정 요구를 쉽게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았습니다.

국방부는 우리의 방공식별구역, KADIZ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중국과 일본, 두 거대국가의 구역싸움에 우리도 빠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 것이지요. 1951년 설정된 KADIZ에는 독도는 포함돼 있지만 이어도는 빠져 있습니다.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선포하기 전, 일본만 우리 이어도를 자신들의 방공식별구역에 포함시켰을 때는 논의가 잘 되지 않았습니다. “한국이 이어도를 포함하면 우리 일본은 독도를 넣겠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있어서 적극적으로 논쟁을 벌이기 힘들었지요. 하지만, 중국까지 가세한 지금은 다릅니다. 우리도 구역 싸움에 공세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판단이 선 것이지요.

현재 가장 유력한 방안은 KADIZ를 우리의 비행정보구역(FIR)에 맞추는 것입니다. 비행정보구역은 항공사고가 났을 때 수색이나 구조의 책임소재를 나눈 구역으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가 주변국들의 요구를 조정해 설정합니다. 한, 중, 일 3국의 비행정보구역은 지난 1963년 합의에 따라 설정됐는데 우리의 비행정보구역에는 독도는 물론 이어도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물론 비행정보구역 설정 당시 일본은 ‘자신들의 비행정보구역에 독도를 넣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국제민간항공기구의 판단은 ‘독도는 한국의 구역’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조정과 합의를 이뤘다는 뜻이지요. 또한, 비행정보구역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합리적인 공역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다른 국가에서 인정받기 어려운 작전구역(AO) 등을 주장하는 것보다 훨씬 논리를 갖출 수 있지요.

'구역 확대'를 외치고 있는 중국과 일본에 맞서 우리도 맞불작전을 펼치면 자연스레 분쟁의 소지도 커질 것입니다. 국방부가 지금 당장 "어디까지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을 넓히겠다"고 선포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하지만, 난해한 현 상황이 합당한 방공식별구역을 확보하는 절호의 기회라는 전문가들이 많습니다. 방공식별구역의 최대 화두는 일단 이어도가 아니라 댜오이다워(센카쿠)이기 때문에 일본과 중국을 적절히 중재하며 논의를 이어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적어도 어느 한 나라와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훨씬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뜻이지요.

 우리 외교력이 또 한 차례 어려운 시험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시간도 많이 걸릴 것입니다. 중국이 일본과 미국의 항공기가 방공식별구역을 드나드는 것에 대해 "우리는 알고 있다. 통제할 힘이 있다"며 은근한 위협을 하며 시간을 두고 방공식별구역을 인정받겠다는 뉘앙스를 흘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걸리든 그것이 얼마나 어렵든 한 가지는 분명하게 해결해야 합니다. 앞마당에 있는 우리 관할 지역은 '내 구역'이라고 선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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