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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하루 만에 300억 원 날린 회장님…"해도 너무해" 비난 여론에 백기

[월드리포트] 하루 만에 300억 원 날린 회장님…"해도 너무해" 비난 여론에 백기
하루 만에 300억원을 날린 기업인이 있습니다. 프랑스 굴지의 자동차 회사인 PSA 푸조•시트로앵의 최고 경영자 필립 바랭의 이야기입니다. 바랭 회장은 올해 61살로 2009년부터 PSA를 이끌어 왔습니다. 2008년 세계 경제위기로 PSA가 부진에 빠지자 회사를 살리라는 임무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구원투수였던 바랭 회장은 별다른 실적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푸조는 유럽 자동차 시장을 주무대로 삼고 있는데, 지난해 차 판매가 급감하면서 손실은 50억 유로(7조1300억원)에 달했습니다. 적자에 시달리면서 직원 1만1200명을 해고하고 임금을 동결했습니다. 프랑스내 공장도 폐쇄했습니다. 회사를 살리기 위해 중국 자본을 유치하려고 애를 쓰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이 바랭 회장이 뉴스의 중심이 된 건 26일부터입니다. PSA는 이날 바랭 회장이 내년 1월 1일자로 물러난다고 발표했습니다. 또 다른 프랑스 자동차 회사이자 경쟁업체인 르노의 2인자인 카를로스 타바레스를 새로운 경영자로 선임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PSA의 노동총연맹(CGT) 노조는 바랭 회장이 특별 퇴직금 명목으로 2천100만 유로(303억원)를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회사 자료를 열람했더니 퇴직금으로 책정된 금액이 그 정도였다고 밝혔습니다. 노조는 “엄청난 금액이다. 충격이다”면서 “바랭 회장은 이 돈을 포기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다음날인 27일 아침 신문에 관련 기사가 나가더니 프랑스 사회가 발칵 뒤집혔습니다. 언론사의 확인 요청에 PSA는 뛰어난 업적을 남긴 임원이나 직원들에게 상당한 보상을 할 수 있는 규정이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정치권은 일제히 비난을 쏟아냈습니다. 좌파 사회당부터 우파 대중운동연합까지 정치인들이 한 마디씩 했습니다. 사용된 용어를 보면 “모욕이다” “과하다” “적절하지 못하다” 수위는 다르지만 부정적인 의견 일색이었습니다. 경제부처 장관들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바랭 회장_500

정오까지 바랭 회장은 완강히 버텼습니다. 회사측이 매년 30만 유로씩 연금 명목으로 모아 둔 돈이며, 지금 당장이나 나중에라도 모두 다 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회사측도 25년 경력을 가진 경영자에 대한 예우라며 거들었습니다.

바랭 회장의 해명이 나오자 정부는 더욱 강경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몽트부르 산업부 장관은 “바랭 회장은 PSA 직원들의 희생, 기업과 국가가 처한 현실을 아느냐”고 거세게 비난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결정을 재검토해 달라고 회사측에 요구했습니다.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바랭 회장은 오후 4시쯤 메데프(MEDEF•프랑스 경제인연합회) 회장과 비밀리에 만났습니다. 그로부터 2시간 뒤인 오후 6시쯤 바랭 회장이 기자들 앞에 섰습니다. 바랭 회장은 “내 퇴직금 문제로 논쟁이 붙었고 나라가 단결해야지 분열해서는 안 된다며 퇴직금을 포기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회사의 상황과 푸조 노동자들의 희생을 고려할 때 현명한 결정”이었다고 환영했습니다. 실업률이 11%가 넘고 회사는 어려운데 바랭 회장이 받기로 한 퇴직금은 많아도 너무 많다는 프랑스인들의 감정이 반영된 언급입니다.

거액 퇴직금 논란은 이제 2라운드로 접어들고 있습니다. 몽트부르 산업부 장관은 바랭 회장의 결정은 ‘정상적’이라며 평가하면서도 이 사안이 스캔들로 비화된 것은 애석하다고 말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올 봄 기업인의 보수를 제한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미 있었습니다. 당시 기업인들은 스스로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데 굳이 법을 만들어야 하냐며 반대했습니다. 몽트부르 장관은 기업인들이 주장한 ‘자율규제’가 작동하지 않는다는 걸 이번 사안이 잘 보여주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번 기회에 법률로 기업인의 보수를 제한하는 규정을 만들어야 앞으로 말썽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우파 야당 측은 아직 법률로 규제할만한 긴급한 사유가 없다며 반대했습니다.

스위스도 올 초 한 기업인이 800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게 되자 반대 여론이 들끓었습니다. 그러자 스위스 정치권에서 한 기업 내에서는 경영인이 받는 최대임금이 직원 최저임금의 12배를 넘지 않도록 제한하는 이른바 ‘1대12’ 법안을 만들자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이 제안을 두고 최근 국민투표까지 실시했는데 결과는 65% 반대로 부결됐습니다. 기업인이 받는 거액의 보수, 퇴직금은 해결 방안을 찾지 못한 채 여전히 뜨거운 논쟁거리로 남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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