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동중국해 방공식별구역 설정은 철저한 계산 아래 나온 것으로 장기적인 시각에서 절묘한 '신의 한 수'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은 이날 B-52 전략폭격기 운항을 통해 지난 23일 중국이 일방적으로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드러냈으나 중국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이 당장은 중국을 '웃음거리'처럼 보이게 할지 모르지만 사실 중국은 더 장기적인 안목의 전략 계획에 따라 움직이고 있으며 이는 실제로 '팩트'(사실)의 변화를 이끄는 묘책이 될 수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당장 미국은 중국이 설정한 방공식별구역을 계속 드나들기 어렵게 됐다.
미국 국방부는 27일 B-52기 비행을 두고는 '오래전에 계획된 훈련'이라고 밝혔지만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때마다 이런 핑계로 논란을 피할 수는 없다.
반면 중국은 미국이 방공식별구역에 들어올 때마다 이를 '도발'로 규정하고 대내외에 선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FT는 중국이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수면 위로 불거지게 한 뒤 다음 단계로 주변국들이 자국의 의도를 암묵적으로 동의하도록 회유하거나 위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수천만 명의 중국 관광객 수요를 끌어들이려는 민간 항공사들 입장에서는 방공식별구역 통과 때 사전 통보를 요구하는 중국의 압박을 뿌리치기 어려울 것이라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실제로 일본항공(JAL)과 전일본공수(ANA) 등 일본 민간항공사들은 중국 당국의 요구에 따라 23일부터 비행계획을 사전 제출했다.
이들 항공사는 26일 일본 정부가 "그럴 필요가 없다"고 입장을 정리하자 사전통보를 중단했다.
FT는 이런 상황을 두고 중국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댜오)를 '실효지배'하고 있다는 일본의 입장에 대응해 다른 측면에서 '실효지배' 실적을 내려고 한다고 분석했다.
또한 중국은 일본 등 이웃 국가들과의 영토분쟁에서 '현상 유지'(status quo)' 상태를 깨뜨림으로써 상황을 유리하게 몰아가고 있으며 이는 중국 외교정책 기조의 변화를 드러낸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이전까지 다른 주권국가에 개입하지 않는 노선을 취해온 중국은 시진핑(習近平) 체제 1년이 지나면서 '대국으로 우뚝 선다'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는데, 방공식별구역 선포는 이런 변화를 알려주는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전문가들 의견을 인용, 실제 군사적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면서 일본이 영토 관련 협상에 나서도록 압력을 넣는 것이 중국의 의도라고 분석했다.
호주국방아카데미(ADFA)의 아시아 해양전략 전문가 칼라일 테이어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을 설정한 것은 영토분쟁과 관련한 양국 간의 교착상태를 깨기 위해 의도적으로 계산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중국의 움직임은 철저하게 조정된 것이다. 외부에는 방어적으로 보이면서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우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라고 덧붙였다.
WSJ는 이런 중국의 변화에 잠재한 위험요소도 함께 지적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미국이나 일본 공군력의 접근에 개입할 가능성은 모든 면에서 위험성을 높인다. 충돌이나 계산 착오가 일어날 공산도 커졌으며 이런 상황은 곧바로 광범위한 군사적 갈등으로 치닫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울=연합뉴스)
"中 방공구역 설정, 장기적으로는 '신의 한수'"
WSJ "철저한 전략적 계산에 따른 '대국외교'의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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