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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환경미화원 되기'가 바늘구멍인 진짜 이유

[취재파일] '환경미화원 되기'가 바늘구멍인 진짜 이유
환경미화원 선발시험 경쟁률이 높다는 건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경쟁률은 높다. 이번에 영등포구 경쟁률은 17대 1, '보통' 수준이었다. 얼마 전 선발한 의정부에선 20대 1, 지난 1월 창원에선 40대 1이었다.

왜 이렇게 경쟁률이 높을까.

일단 정년 보장과 연봉 등 처우가 괜찮다는 게 큰 이유다. 지자체에서 선발하는 환경미화원은 공무원 신분은 아니나 무기계약직으로 60세 정년이 보장된다. 각종 수당을 합치면 3천만 원을 상회하는 수준의 연봉을 받는다. 물론 날이 춥고 눈비가 오는 등 궂은 날에도 실외 작업을 쉴 수 없기에 힘들고 고되지만.

별다른 자격증이나 학력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다른 이유다. 환경미화원 선발 1차 시험은 체력 측정이다. 모든 지자체가 그렇다. 해당 지역에 주민 등록돼 있어야 하고 연령 제한도 있지만 이는 지원 요건, 체력으로 걸러 면접 대상자를 선발한다. 신체 건강하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셈이다. 대부분 지자체는 20~30kg 모래주머니 들고 달리기로 체력을 측정한다. 같은 거리를 같은 무게를 지고 달려 얼마 만에 들어왔나, 이 기록을 놓고 순위를 매겨 상위 몇 명을 뽑는 식이다. 어떤 지자체는 윗몸일으키기, 턱걸이, 팔굽혀펴기 등 개수를 측정하기도 하고 손수레 끌고 장애물 통과하기 같은 평가를 하는 곳도 있다. 공통점은 체력. 이후 면접에선 다른 요소도 고려되겠지만.(몇몇 자격증이 있으면 가산점을 받기도 한다.)

환경미화원 선발 시험의 높은 경쟁률에 대해, 취업난에, 막상 들어간 직장에선 저임금과 고강도 노동에, 여기에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이들이 많다는 현실을 반영한 결과로 해석했다. 무리 없는 해석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환경미화원에 대한 인식도 바뀌지 않았을까.

학생 시절, 수업 시간에 떠들거나 장난치다 걸리면 종종 '화장실 청소' 같은 벌을 받았다. 이런 식이었다. 청소는 아무도 안 하려고 하니까 '벌'로 해야 하는 일. 이를테면 이렇게 교육받았는데 인식이 좋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직업으로서 위상이 달라졌다면 인식도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닐까. 그러나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수십 대 1 경쟁이 붙을 만큼 지원자는 많지만 말이다.

바뀌지 않는 건 이런 이유였다. 선발된 이들은 '선택받은 소수'라는 것. 다른 청소 노동자는 그렇지 않다. 선발되기 위해 수십 대 1 경쟁을 뚫을 필요도 없다.

영등포구에서 청소 업무를 하는 환경미화원은 모두 277명이다. 구청 소속은 149명, 나머지 128명은 위탁, 즉 청소용역업체 소속이다. 용역업체 소속 미화원은 음식물쓰레기, 생활쓰레기 처리 업무를 맡는다. 1년짜리 계약직이다. 정년 보장 안되고 급여 수준도 낮다.

서울 25개 자치구에서 청소 업무를 담당하는 환경미화원은 5,577명이다. 이중 직영, 즉 구청 소속은 2,559명이다. 나머지 3,018명은 용역업체 소속, 말하자면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이다.

기업, 학교, 관공서를 비롯해 주위에서 흔히 보는 청소노동자는 죄다 용역업체 소속이다. 관공서도 마찬가지. 다만 서울시청서 일하는 청소노동자는 박원순 시장 취임 뒤 정규직화를 추진하면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처우가 다소 개선됐다.

청소노동자에 대한 인식이 바뀌지도 않았는데 '환경미화원 되기'만 바늘구멍인 진짜 이유는, 선발된 소수를 제외한 청소노동자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기만 하기 때문인 듯하다.
심영구 취재파일


며칠 전 국회 청소노동자가 한 국회의원에게 고개 숙이는 장면이 SNS를 통해 많이 회자됐다. 청소노동자들의 주장은, 올 12월이면 용역업체와의 계약이 만료되는데 수년 전 당시 국회의장이, 업체와의 계약 만료 이후엔 청소노동자를 직접 고용하겠노라 약속했으니 이를 지켜달라는 것이었다. 이들도 '선택받은 소수'는 아니었던 것이다.

청소노동자 문제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일화 중 또 하나는 노회찬 전 의원과 관련돼 있다. 2010년 당시 진보신당 대표에서 물러나게 된 노 전 의원이, 대표로서 마지막으로 한 일은 당사 청소노동자와의 점심식사였다. 이후 2012년 국회로 돌아온 노 의원은, 19대 국회의원으로서의 첫 공식 일정을 국회 청소노동자와의 오찬으로 시작했다.(이외에도 노회찬 의원은 청소노동자와 점심을 여러 번 먹었던 것 같다.)

'밥 먹는 게 대수냐'라는 의견도 있겠지만 '툭하면 파업' 발언과는 비교하기 어렵다. 여느 청소노동자에 대한 처우도 '선발된 환경미화원'만큼 개선되고, 이런 인식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환경미화원이 공식 용어이긴 하나, 여기서는 선발된 소수는 환경미화원, 그외는 청소노동자로 구분해서 사용했다. 전체를 포괄해 칭하기엔 청소노동자가 더 적합한 말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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