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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블루 사파이어 만들기…마술 같은 과학의 원리

[취재파일] 블루 사파이어 만들기…마술 같은 과학의 원리
가속기는 노벨상의 산실입니다. 가속기 연구 결과로 노벨상을 거머쥔 과학자가 20명이 넘기 때문입니다. 가속기란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입자에 전기의 힘을 가해 속도를 빠르게 만드는 장치인데, 우리나라에도 경주에 양성자 가속기가 있습니다. 양성자를 빠르게 가속하는 겁니다. 광속의 43%까지 달리도록 할 수 있습니다. 길이는 75미터. 막상 보면, 정말 해괴하게 생겼습니다. 가동 중엔 방사능이 나오기 때문에, 장비를 멈춘 뒤, 2.1미터의 시멘트벽을 통과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취재진이 경주 양성자가속기센터를 찾은 것은 사파이어와 다이아몬드 때문입니다. 보석 속에 색깔을 넣는다고 했습니다. 첨단 과학 장비로 유색 보석을 탄생시킨다는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투명한 보석을 맑은 빛깔로 화장시켜주는 것입니다. 볼 터치는 피부만 화장해주지만, 이건 보석 깊숙한 곳까지 정체를 완전히 탈바꿈시킨다고 했습니다. 염료를 쓰는 것도 아니고, 연금술도 아니고, 과학이 꾸며내는 마술 같은 일에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처음에 가속기 센터에서는 취재 요청을 반기지만은 않았습니다. 보석이 너무 작아서 취재진이 실망할 것 같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피사체가 작아서 방송이 힘들 것이란 걱정은 기우입니다. 작은 건 크게 찍으면 그만이기 때문입니다. 쌀 한 톨 만한 보석을 크게 찍고, 그걸 또 확대 편집하는, 두 단계의 영상 가공을 거쳤습니다.

보석이 작다는 걱정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모두를 당황시켰습니다. 양성자 가속기 센터 김귀영 박사님이 촬영 때문에 유색 다이아몬드 여러 개가 담긴 통을 갖고 움직이다가, 갑자기 통을 떨어트리면서 다이아몬드가 바닥으로 싹 다 흩어진 겁니다. 바닥을 굴러다니는 좁쌀만한 돌과 구분도 안 됐습니다. 다이아몬드와 돌이 똑같아 보였습니다. 촬영이고 뭐고, 다들 다이아몬드 찾느라 고생들 좀 하셨습니다. 처음에 다이아 숫자를 확인해두지 않아서 그걸 다 주웠는지, 아니면 지금도 어디 구석에서 다이아몬드 하나가 굴러다니고 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분명히 다 주웠다고, 모두 굳게 믿고 있을 뿐입니다.

보석 종류에 따라 색깔을 넣는 방법이 다릅니다. 우선 사파이어는 금속이온 가속기를 이용합니다. 금속이온을 초속 3천km로 사파이어에 충돌시킵니다. 금속이온의 속도를 미세하게 조절해 이온이 사파이어 중심에 박히도록 합니다. 여기에 열처리를 하면 중심에 박힌 금속이온의 색깔이 보석 전체에 골고루 퍼지게 됩니다. 금속이온 종류에 따라 사파이어의 화장 색깔은 달라집니다. 코발트 이온은 푸른빛의 블루 사파이어, 철 이온은 오렌지 색깔의 사파이어, 망간 이온은 초록색의 그린 사파이어를 탄생시킵니다. 이온을 얼마나 오래 충돌시키느냐에 따라 색깔의 옅고 짙음이 결정됩니다. 이온 충돌 시간은 대략 1시간 안팎이라고 합니다.
거대 다이아몬드 '

다이아몬드는 다릅니다. 사파이어보다 단단해서, 금속이온의 속도로는 보석 속에 입자를 박아 넣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양성자 가속기를 이용합니다. 이건 앞서 설명 드렸듯이, 광속의 43%까지 가속이 돼서, 그만큼 강력한 충돌 에너지로 다이아몬드 안에 양성자를 집어넣을 수 있습니다. 다이아에 양성자가 박히면, 기존의 탄소 원자가 밖으로 튕겨나가면서 색깔이 나타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습니다. 이건 양성자를 얼마나 오래 충돌시키느냐에 따라 색깔을 다양하게 바꿀 수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시장에서 값을 가장 높게 쳐주는 색깔의 다이아몬드를 만들기가 제일 까다롭다고 합니다. 취재진은 주황색과 녹색의 다이아를 봤고, 이걸 처음 연구한 박사님이 핑크 다이아를 보관하고 있다고 했지만, 직접 보진 못했습니다. 정말 고이 간직하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과학적 호기심과 별도로 궁금한 것은 돈이 되느냐, 그거겠죠. 가속기 쓰는데 돈이 얼마 드는지부터 알아봤습니다. 조건에 따라 다르다고 했습니다. 국가 예산으로 지은 장비이기 때문에, 기초 과학 연구 등을 위한 것이라면 사실상 무료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연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의무가 따릅니다. 기업이 자신들의 영리를 위해 쓸 때는 돈을 내야 합니다. 시간당 보통 수십만 원이라고 하는데, 비용은 연구 내용에 따라, 계약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딱 잘라 얼마다, 라고 말하기가 어렵습니다. 3년 전 다이아몬드 작업할 때는 가속기를 하루 8시간 돌려서 다이아 1,000개를 처리했습니다. 아까 바닥에서 그렇게 찾아헤맸던 크기의 다이아몬드입니다.

가속기 비용과 비교해야 할 것은 부가가치의 상승분입니다. 가령 가속기에 100만 원 들었는데, 색깔을 넣은 보석의 가치가 100만 원 이상 올라간다면, 해볼 만하겠죠. 그런데 이 부가가치의 상승분을 따지는 게 쉽지 않습니다. 소비자의 선호도가 급격히 변하고, 그에 따라 가격이 심한 등락을 거듭하는 보석 시장의 특성 때문입니다. 또 대중적 인기가 높은 푸른빛의 사파이어는 무색보다 가치를 상당히 높게 쳐주긴 하지만, 그건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사파이어가 그렇다는 것이고, 가속기에서 나온 인공 사파이어도 대접받을 수 있을지는 불투명합니다. 가속기가 만들어낸 블루 사파이어는 아직 정밀 감정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참고로 원자력연구원은 대규모 보석 시장이 형성돼 있는 동남아시아에 직접 가서 시장성을 확인해봤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가속기가 기초 과학이라는 본업을 벗어나 활약하는 분야는 보석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꽃이나 채소의 신품종도 개발합니다. 썩는 플라스틱도 만들고요. 전력반도체 소자, 우주 부품 제작 기술, 암 치료 장치, 초정밀 금형 제조 기술도 연구합니다. 심지어 미용실에서 윙~ 하고 돌아가는 전기 이발기의 금속 날도 만들어냅니다. 최근 양성자 가속기로 만들어낸 금속 날은 기존의 날보다 내구성이 2배나 좋아서, 가속기 센터에 들어오는 로열티가 뚝 끊겼을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산업적 이용은 금속이온 가속기의 경우 50% 정도, 양성자 가속기는 20% 정도를 차지합니다. 과학의 최전선에서 떨어져 사는 대부분의 사람들로선 가속기라는 게 평생 한 번 보기도 힘든 장비이지만, 가속기는 어느새 우리 생활 곳곳을 빠르게 파고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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