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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여우대접' 받더라도 호랑이는 호랑이!

사육사 중태…호랑이만의 잘못인가?

[취재파일] '여우대접' 받더라도 호랑이는 호랑이!
지난 일요일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에서 호랑이가 사육사를 공격한 사고가 일어났습니다. 사육사는 목을 물려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고 발생 하루만에 서울시와 대공원측이 긴급 기자설명회를 열었습니다.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CCTV 설치와 함께 현재 1.4m 높이의 펜스를 5m로 높이겠다는 대책 발표가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살펴보면 이번 사고는 일어나려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인재'라는 점이 드러납니다. 생각하기에 따라선 뒷북 대책이란 말이죠. (사육사께는 죄송스럽지만 있는 사실 그대로 정리해 보겠습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선물받은 호랑이 한쌍은 원래 호랑이 우리에서 생활해 왔습니다. 그러다가 지난 4월 호랑이 우리를 보수하기 시작하면서 여우 우리로 옮겨져 생활해 왔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호랑이에게 맞는 안전장치가 보완돼야 했습니다. 그러나 별 변화없이 그대로 관리해 왔습니다.

호랑이에게 '여우대접'을 해 온 겁니다. 동물원에서 20년 넘게 근무했던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 신남식 교수의 말입니다. "현재에 상황은 여우에 맞게 설계된 동물사입니다. 물론 호랑이가 사는데는 문제가 없죠. 단지 이런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출입문을 보완하고 외부로 탈출할 수 있는 펜스... 이런 것은 높여주는 것이 좋았을 겁니다."

호랑이와 호랑이에게 물린 사육사가 발견된 곳은 출입문 안쪽의 외부 통로였습니다. 출입문이라고 해봐야 호랑이 전시장 바깥쪽 통로와 일반 관람 지역의 경계를 표시하는 높이 1.4m짜리 펜스입니다. 펜스 한쪽은 전시장 벽이고 다른 한쪽은 철조망 조차 없는 산비탈입니다.
호랑이 캡쳐_500
신 교수의 말입니다.

"1.4m 펜스는 사람을 출입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지 호랑이의 출입을 통제하기위한 수단은 아닙니다. 따라서 거기 있는 동물사 우리 문이 열린 상태에서 호랑이가 나왔다면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고 볼 수 있는 거죠" 호랑이가 마음 먹기만 했으면 바로 관람객들을 덮칠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

뒷산 쪽으로 올라가면 식물원과 연결돼 있습니다. 이 사이엔 높이 2m 짜리 철조망이 5km 길이로 쳐져 있지만 3~4m씩 점프를 할 수 있는 호랑이에겐 장애가 되지 않습니다. 다행히 호랑이는 스스로 우리로 돌아갔습니다.  호랑이가 어떻게 빠져나왔냐를 규명하는 것도 과제입니다.

그러나 CCTV도 없고, 호랑이가 빠져 나와서 사육사를 문 현장을 본 목격자도 없습니다. 지나가던 매점 사람들이 쓰러진 사육사와 호랑이를 보고 신고한 게 전부입니다. 특히 맹수사의 경우에는 2인 1조로 근무하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당시 다른 사육사는 100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다고 합니다. 노정래 서울대공원 동물원장의 말입니다.

"직원 2명이 먹이를 가지고 내려왔습니다. 한 직원은 퓨마사로 가서...퓨마사는 혼자가도 되는 동물사입니다. 왜냐면 철창으로 되어 있고 먹이만 넣어주면 되는 곳이기 때문에. 그리고 거기 들렀다가 사고난 여우사로 올라오는 상황이었고 그 사이에 (다른 사육사가) 호랑이사로 들어가서 사고가 났습니다." 결국 호랑이에게 1명, 퓨마에 1명씩 서로 떨어져서 일을 봤다는 것이고, 이는 안전수칙 위반이란 사실을 시인한 겁니다. 더구나 사고를 당한 사육사는 26~7년을 곤충사에서 지낸 곤충 베테랑이었습니다.

올해 초 대공원 내부 인사절차에 따라 맹수를 관리하도록 된 것인데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았느냐도 도마 위에 올랐습니다. 일부에서는 사람을 문 호랑이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를 두고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가에 내려와 행패를 부리는 멧돼지나 우리를 탈출해 혼란을 일으키는 동물들이 사살된 뉴스는 자주 보도되고 있긴 합니다.

그럼 이번에 사고를 낸 호랑이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100년 동물원 역사 속에 호랑이가 사육사를 물어서 치명상을 입힌 건 처음입니다. 안전 관리만 잘 했어도 이런 일은 벌어지기 쉽지 않습니다. 대공원 측은 처리방안을 고민하겠다고 답하고 있습니다.

초유의 일이니까요. 그러나 모든 '죄'를 여우대접을 받던 호랑이에게 물린다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신남식 교수의 말입니다.

"호랑이에 대해서 어떻게 할 것이냐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것은 호랑이의 잘못이 아니라 사람의 잘못으로 인해서 벌어진 사고거든요. 호랑이는 원래 공격성이 강하고 다살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있는 호랑이가 있는 공간에 사육사가 조치없이 들어갔다는 그 자체가 잘못된 것이지 호랑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호랑이에 대한 어떤 조치보다는 좀 더 사육 환경을 좋게 해주고 안전 관리 측면을 보완해 주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물론 호랑이가 관람객을 덮쳤다거나 탈출을 감행해 대혼란을 일으켰다면 조금 다른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사람을 공격한 호랑이를 그냥 놔둬서는 안된다는 의견과 호랑이를 여우대접하고 안전관리에 실수를 범한 사람 잘못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 있습니다.

대공원 측은 심사숙고하겠다고 하는데...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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