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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아키노 대통령, 태풍 미숙대처로 비판 고조

느린 구호작업·경솔 처신에 뭇매…FT "정치적 행운 다한듯"

필리핀 아키노 대통령, 태풍 미숙대처로 비판 고조
"태풍 하이옌이 아니라 태풍 '노이노이'(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의 별칭)?" 최근 '슈퍼태풍' 하이옌에 막대한 인명이 희생된 필리핀의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이 미숙한 재난 대응과 경솔한 태도로 비판에 휩싸였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한때 높은 인기를 누린 아키노 대통령의 '정치적 행운'이 다한 것 같다면서 14일(현지시간) 이같이 지적했다.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필리핀 정부의 굼뜬 대처 탓이다.

최악의 피해 지역인 타클로반에는 필리핀 정부가 아닌 외국 기관의 구호물자가 먼저 도착했고, 사태 발생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일부 외딴 지역에서는 정부 인력을 찾아보기조차 어렵다고 FT는 언급했다.

이런 와중에 아키노 대통령 개인도 평소의 침착함을 잃은 모습으로 불신을 부채질했다.

지난 10일 타클로반을 방문한 그는 지방정부 관계자들과의 회의장을 중간에 박차고 나간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샀다.

군중에게 공격받았다고 호소한 한 사업가에게 "그래도 죽지는 않은 것 아니냐"고 말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정부가 희생자 수를 축소 발표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도 일고 있다.

아키노 대통령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사망자가 1만 명에 이른다는 일부 보도가 "너무 과하다"며 "경찰과 지방 정부를 인용한 사망자 추정치에는 감정적 트라우마가 개입됐다"고 항변했다.

아키노 대통령의 이런 처신은 거만하고 무신경하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고 FT는 지적했다.

필리핀 대통령궁은 수습 의지를 역설하며 상황 무마에 나섰지만, 떨어진 인기를 만회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으로 보인다고 FT는 내다봤다.

대통령궁 측은 "필리핀 정부가 사상 최대규모의 수송구호활동에 나설 것"이라면서 상황이 정상을 되찾는 게 아키노 대통령의 바람이라고 14일 강조했다.

필리핀의 정치 명문가인 '아키노 가문'의 적자인 아키노 대통령은 취임 이후 외국인 투자유치와 부패 척결에 총력을 기울이며 민심을 얻었다.

그러나 최근 2천500억원대에 달하는 대형 정부 보조금 비리사건이 터지면서 청렴한 이미지가 손상된 바 있다.

현지 칼럼니스트인 호호 로블레스는 최근 일간지 마닐라스탠더드투데이에 아키노 대통령의 별칭을 빗댄 '태풍 노이노이'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그는 "아키노 대통령은 다른 이들에게 책임을 그만 떠넘기고 해야 할 일이나 잘 하라"고 질타하면서 "그가 위태로운 시기에 우리에게 힘을 불어넣어 줄 지도자가 아님이 드러났다"고 단언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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