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선이든, 미팅이든, 젊은 남녀가 빈손으로 만나자니 조금 민망했나 봅니다. 서로 작은 선물을 교환하는 풍속이 생겼습니다. 이 점을 중국의 한 온라인 쇼핑몰 업체가 주목했습니다. 지난 2009년 중국 최대의 온라인 유통업체인 알리바바가 자체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몰 등을 통해 대대적인 가격 할인 행사 등의 판촉행사에 나섰습니다. 대부분 반값을 내걸었습니다. 대박이 터졌습니다. 어마어마한 매출을 올렸습니다.
사실 중국에서 온라인 쇼핑몰은 상당히 불리한 환경에 처해있습니다. 중국인들은 물건을 살 때 매우 꼼꼼하게 살펴봅니다. 좋게 표현해서 그렇고 일일이 만져보고 뜯어보면서 지독하다 여겨질 만큼 물건을 고릅니다. 하도 불량품에 피해를 보다보니 생긴 습성인 듯 합니다. 한 중국인 중년 여성이 방울 토마토를 사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한 보따리를 사가면서 한 알, 한 알을 돌려보고 만져보면서 20분 넘게 고르는 장면에 경악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니 사진만 보고 물건을 사야하는 온라인 쇼핑몰은 체질에 맞지 않습니다.
중국의 온라인 쇼핑몰들은 이를 저렴한 가격으로 극복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한대로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광쿤지에를 이용했습니다. 아직 젊은이들인 독신남녀는 재산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게다가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주는 선물에 큰 돈을 들이기도 애매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허접한 싸구려를 줄 수는 없습니다. 같은 상품의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는 온라인 쇼핑몰이 그 해결책이었습니다. 이런 욕구를 '톡' 건드렸더니 독신남녀는 물론이고 중국의 젊은이들이 모두 온라인 쇼핑몰에 몰려가 손에 불이나게 클릭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광쿤지에'라는 명절이 '왕고우쾅한지에(罔購狂歡節)', 즉 '온라인쇼핑카니벌'이라는 이름까지 얻게 됐습니다.
올해 11월11일에는 새로운 기록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앞서 말한 아리바바 그룹에서 0시 판촉활동을 시작하자마자 단 55초만에 1억 위안(175억 원)을, 6분 7초만에는 무려 10억 위안(1750억 원)의 매출액을 기록했습니다. 가장 짧은 시간에 가장 많은 매출액을 올린 세계 기록이라는군요. 비공식입니다만. 그리고 6시간 만인 오늘 새벽 6시에는 이미 100억 위안(1조 7천500억 원)을 돌파했습니다. 알리바바는 지난해 11월11일에 191억 위안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보다 58% 급증한 300억 위안(5조 2500억 원)을 달성할 전망입니다. 이는 중국 최고 백화점으로 꼽히는 왕푸징 백화점의 올해 3분기까지 매출액 150억 위안의 두 배에 달하는 엄청난 규모입니다.
이런 집단 광기에 가까운 폭풍 구매는 또다른 새로운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이런 어마어마한 물량을 고객들에게 전달해야 하는 택배 회사들도 이번 주 일주일은 특별 영업 기간입니다. 평소보다 택배 인원을 3~4배씩 늘리고 화물을 운송할 차량과 항공편도 그만큼 많이 확보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어마어마한 배달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발바닥에 불이 나는 모습입니다.
오프라인 유통사들 역시 이제 손놓고 있지 않습니다. 11월11일의 어마어마한 구매 열기를 잡기 위해 각종 할인 혜택과 판촉 행사에 나섰습니다. 온라인 대 오프라인 유통업체 사이에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됐습니다.
그런데 중국 언론은 새벽부터 시시각각 늘어나는 온라인 매출액을 생중계하며 그저 재미있는 현상으로 전할 뿐입니다. 아니 은근히 부추기는 분위기입니다. 심지어 리커창 중국 총리는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이 새로운 소비 시점을 창조해냈다"며 공개 석상에서 치하하기까지 했습니다. 온라인 쇼핑 광풍이 내수 진작이라는 중국의 현재 경제 정책 목표에 부합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됩니다.
이런 취재를 한 뒤 11월11일 날짜를 다시 한 번 자세히 살펴봅니다. 그러고보니 숫자 사이의 간격이 유난히 넓어 보이면서 각 숫자들이 무척 외로워보입니다. 11월11일은 가을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바람에서 본격적인 겨울 내음이 나는 시점입니다. 속된 말로 '옆구리가 허전해지는' 시기이죠. 따듯한 연인의 체온이 간절해지는 때입니다. 그래서 연인을 찾는, 짝을 만나려는 욕구가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점을 한국과 중국의 업체들은 적절히 포착해서 상업적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사실 사랑을 찾는다는 것이,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다는 것이 단 하루의 노력으로 이뤄질 만큼 간단한 일이겠습니까? 결국 사랑을 빙자해서 막대과자를 서로 주고 받아 마구 먹음으로써, 선물을 마련한다는 핑계로 미친듯이 소비에 몰입함으로써 외로움과 허전함을 푸는 것입니다. 마치 진실로 맛있는 맛을 얻어내기 어려우니 화학 조미료로 비슷한 맛을 느낌으로써 욕구를 채우는 셈입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입에 넣고 있는 막대 과자가 쓰게 느껴집니다. 싸다며 마구 클릭질을 하는 내 모습이 추해집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이게 아닌데. 원래는 사랑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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