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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형태 "황당 벌타 너무 억울…좋은 약 됐죠"

"올해 못한 메이저 2승,내년엔 반드시 해낼 것"

[취재파일] 김형태 "황당 벌타 너무 억울…좋은 약 됐죠"
2013 시즌 한국 남자 골프대회 최대 화제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지난달 코오롱 한국오픈  최종라운드에서 벌어진 김형태의 '벌타' 해프닝이었습니다.

당시 선두를 달리던 김형태는 13번 홀 해저드 지역에 떨어진 공을 치기 전 클럽을 지면에 댔다는 판정을 받아 경기 후 2벌타를  받았고 이 때문에 결국 1타 차로 2위였던 강성훈에게 우승컵을 내주었습니다. 42년만의 메이저 2연승이라는 대기록도 함께 날아갔습니다.

올 시즌을 모두 마치고 일본 퀄리파잉 스쿨을 준비중인 김형태 프로를 만나 당시의 벌타 상황과 솔직한 심정을 들어봤습니다. 한국오픈이 끝난지  3주가 지났지만 김형태는 아직도 벌타 얘기가 나오자 흥분해서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전 지금도 너무 억울해요..다시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저는 절대로 클럽을 지면에 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그 때 왜 더 강하게 어필하지 않았나요?

"강하게 어필했죠. 저는 샷을 할 때 루틴이 있어요. 왼손을 그립에서 풀었다가 다시 쥐는 거죠. 그 때도 똑같았어요.왼손은 그립에서 놓았지만 오른손 엄지와 검지,두 손가락으로 그립을 잡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볼이 놓여 있던 자리는 풀이 긴 러프 지역이었습니다. 클럽 헤드를 풀에 댄 건 맞습니다. 풀에 닿는 건 아무 문제가되지 않아요. 지면에는 절대 닿지 않았다고 경기 위원들에게 반복해서 얘기했습니다. 그래서 비디오 판독까지 하게 된 거구요."

-느린 중계화면을 다시 보니까 카메라 앵글이 애매한 각도라서 클럽 헤드와 지면은 보이지 않고, 다만 왼손을 그립에서 놓는 순간 클럽이 지면 쪽으로 살짝 내려갔다 올라오던데...바로 이 장면이 문제가 된 거 아닌가요?

"말씀 잘 하셨어요.저도 그 때 방송사 중계차에서 중계방송을 보고 있었는데, 방송 캐스터와 해설자가 이 장면을 반복해서 보여주며 제가 클럽을 지면에 댔다고 선언을 해버리시는 거예요. 클럽이 아래로 잠깐 내려갔을 때  풀에는 닿았을지 모르지만 지면에까지는 닿지 않았습니다. 경기 위원들이 현장에 와서 검증하고  한참 비디오 판독을 하고 있는데, 현장에 와 보시지도 않은 분들이 중계화면만 보고,게다가 경기 위원들의 판정도 나오기 전에 그렇게 단정적으로 말씀을 하시니까 무척 화가 나고 상처를 크게 받았어요. 한 술 더 떠서 캐스터와 해설자가 그러시는거예요. 스포츠선수답게 잘못을 빨리 깨끗이 인정해야 한다구요.

그리고 나서 경기 위원들의 판정 결과가  5대 3으로 나왔습니다. 8명의 경기위원 중 3명은 지면에 대지 않았다고 판정했고,  5명은 '정황상'  지면에 댄 것으로 인정된다고 판정했습니다. 세상에, 정황상이라니요?
메이저대회의 우승자가 뒤바뀌는 중차대한 상황에서, 납득할만한 설명이나 물증,증인 조차 없이 '정황상'이라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하며  '다수결'로 압박해 오시더군요. 답답하고 억울했지만 더 이상 버틸 수 없었습니다. 더 버티다가는 제가 '생떼' 부리는 분위기가 될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그날 밤  하도 화가 나서 집 사람과 새벽 3시까지 잠을 못잤어요."

-얼떨결에 우승을 하게된 강성훈선수가 김 프로에게 많이 미안해 하던데요?

"강성훈 프로는 원래 친한 후배죠. 이건 강프로와 저의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니까  둘 사이엔 아무 문제가 없어요. 그 날도 강프로는 18번홀 그린 위에 저를 축하해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가 상황이 복잡하게 돌아가는 것을 보고 오랫동안 자리를 뜨지 못하고 있었어요.본인도 머릿 속이 많이 복잡했겠죠. 제가 상황을 설명하고 결과를 받아들였고 강프로에게는 축하를 해줬어요. 그랬더니 강프로가 그러는거예요." 다음 대회에서는 형이 우승하고 제가 준우승할게요."

그 다음 대회가 투어챔피언십이었는데 강프로의 고향인 제주도에서 열렸어요. 강프로가 저녁식사에 집으로 초대해줘서 저에게 좋은 기운을 많이 불어넣어 줬어요."

-보통 선수들이 이런 일을 겪으면 바로 다음 대회에서 대부분 무너지던데,김프로는  투어챔피언십에서도 준우승을 차지했어요. 멘탈이 강한겁니까?

"제가 원래 승부 근성이 강해요. 오기가 생겼죠.한국오픈 때 제 백을 메었던 캐디한테 말했죠. 이대로는 못 끝낸다고.다른 사람들이 "김형태가 이번에 무너질거다"라고 수근대면서 지켜볼 때 보란듯이 잘 쳐야 된다고. 이 캐디가 지난번 KPGA선수권 우승할 때 백을 메었던 친구거든요. 한 번 더 도와달라고 했더니 흔쾌히 해줬어요. 첫 날 공동 선두로 시작했는데 뒷심 부족으로 허인회에게 우승컵을 내준게 아쉬웠죠. 그래도 준우승이면 잘 한 거라고 생각해요."

김형태는 1977년생 뱀띠입니다. 남들보다 늦은 고등학교 1학년 때 골프를 시작해 3학년에 각종 대회를  휩쓸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고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활약했습니다.

2000년 프로에 입문해 2006년 SBS 코리안투어 몽베르오픈에서 첫 우승을 차지한 뒤 SBS와 방송 인터뷰에서 우승컵을 예비신부 변희진씨에게 바치며 프로포즈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7년 후, 김형태는 아내에게 또 하나의 감동적인 선물을 했습니다. 지난 8월, 어렵게 생긴 첫 아이의 출산을 한 달 앞두고  메이저대회인 동촌 KPGA선수권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린 것입니다. 이 때는 우승 인터뷰에서 "장모님의 꿈을 사서 우승했다" 고 말해 화제를 뿌리기도 했습니다.

김형태는 내년엔 한국과 일본 무대를 오가며 활약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일본투어 시드를 잃었기 때문에  다시 퀄리파잉 스쿨에 응시해 통과해야 합니다.

김형태는 일본 퀄리파잉 스쿨을 통과하더라도 내년 시즌의 초점은 국내 대회에 맞추겠다고 힘주어 말했습니다. 내년 목표를 묻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야무진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제가 이번에 코오롱 한국오픈에서 우승했다면  '42년만에 한 시즌 메이저 2승'을 달성하는 거였잖아요. 벌타 판정 때문에 대기록을 놓쳤으니 내년엔 꼭 해낼겁니다. 2014년 KPGA선수권과 한국오픈을 잇달아 석권해 '43년만에 한 시즌 메이저 2승' 대기록의 주인공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이번 동계 훈련이 저에겐 아주 중요합니다."

인터뷰를 시작할 때 심각했던 김형태의 표정이 점점 밝아지고 있었습니다. "기자님,제가 정말  좋아하는 게  3가지가 있어요. 운동,맛있는 음식 찾아 다니며 먹기,운전하면서 여행하기. 이 세가지를 다 충족시킬 수 있는 직업이 뭔지 아세요? 바로 프로골퍼에요. 저는 프로골퍼가 되길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제 아내도 좋아하구요. 이제 생후 50일 지난 제 아들도 원하면 골프 시킬 거예요. 저는 다시 태어나도 프로골퍼가 될 겁니다.하하."

묻지도 않은 말을 늘어놓으며 수다를 떨고 있는 이 남자, 프로골퍼 김형태는 정말 행복해 보였습니다. 그의 내년 시즌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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