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취재파일] 할리우드, 한국시장에 고개 숙일까?

[취재파일] 할리우드, 한국시장에 고개 숙일까?
  지난 5일 SBS 8시 뉴스를 통해 영화 '토르:다크월드(이하 토르2)'가 국내 최대 극장체인인 CJ CGV 서울 시내 극장 26곳에서는 상영되지 않는다는 소식 [[클릭]]을 전해드렸는데요. CGV가 토르2를 수입배급하는 '소니픽쳐스 릴리징 월트디즈니 스튜디오 코리아' 측과 영화 부율, 즉 영화관람료 수익배분비율을 놓고 분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소니픽쳐스릴리징월트디즈니스튜디오코리아는 미국 소니픽쳐스와 디즈니의 영화를 한국에 배급하기 위해 두 회사가 합작 설립한 회사입니다. 지분은 소니픽쳐스 측이 약간 많다고 합니다. CGV 측에 강한 불만을 가진 쪽은 '디즈니'입니다. 토르2도 디즈니 제작영화이고, 지난 9월 역시 부율 문제로 서울 CGV 상영을 포기했던 '몬스터대학교'도 디즈니 영화였죠. 소니픽쳐스도 불만이 있지만, 상영 중단같은 극단적인 선택은 피했습니다.

  우선, 분쟁의 발단이 된 부율문제를 살펴보죠. 보통 영화관람료 수입은 극장체인과 배급사들이 나눠서 갖는데요.  국내 영화시장 부율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영화부율표

  한국영화의 경우 극장체인:배급사=50:50이었는데 CGV가 7월부터, 롯데시네마가 9월부터 '서울'에 한해 투자배급사가 더 많이 가져가도록 바꿨습니다. 지난해 7월 '한국영화 동반성장협의회'의 합의에 따른 겁니다. 40:60였던 서울지역 외국영화 부율과 형평성을 맞추고, 한국영화에 대한 투자를 더 늘리도록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부율이 조정된 곳은 CGV 서울 직영 극장 19곳, 롯데시네마 서울 직영 극장 15곳에 불과합니다. 서울 시내 위탁극장(개별 극장주가 CGV나 롯데시네마 로고를 달고 운영)들은 못 하겠다고 버티고 있고, 지방 극장들은 아예 대상이 아닙니다. 메가박스도 아직 부율 조정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래비티
  외국영화를 살펴보죠. 40:60 부율은 1970년대 서울 시내 극장주들이 서로 할리우드 영화를 배급받으려고 줄을 섰을 때 결정됐다고 합니다. 그런데, 지난 5월 CGV가 내부적으로 "7월 이후 한국영화 부율을 조정하자"고 결정하면서 동시에 외화 수입배급사에 "9월부터 서울도 50:50을 적용하겠다. 상영테이프를 우리 쪽에 전달하면 우리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간주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겁니다. CGV는 CJ  E&M이 수입 배급하는 미국 파라마운트 측에도 동일한 입장을 전달했습니다. 국내 중소 외화수입사들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습니다. 
  소니픽쳐스, 이십세기폭스, 워너브라더스, UPI 등 주요 직배사들은 "이런 중요한 사안을 어떻게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느냐? 이건 한국 최대 극장체인이라는 위상을 이용한 횡포"라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습니다. 디즈니처럼 상영중단을 선택하지는 못했지만, 대신 CGV 측에 "우리는 관객들을 위해 상영테이프를 전달하겠다. 하지만, CGV가 상영을 한다면 그건 우리 측의 40:60안을 유지한다는 것으로 알겠다"고 전달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디즈니가 오늘(11/8)부터 서울 시내 CGV에서도 토르2를 상영하기로 CGV측과 합의를 했습니다. 합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들리는 이야기로는 부율은 일단 CGV의 50:50을 적용하고, 대신 CGV가 다른 부분의 거래에서 비용을 더 부담하기로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디즈니 측이 50:50의 부당함을 계속 주장하고 있어 부율 조정은 아직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할리우드 직배사들의 입장은 이렇습니다. 미국의 경우 보통 개봉 첫 주에 극장:배급사=25안팎:75안팎으로 배급사가 더 많이 가져갑니다. 하지만, 한 주 한 주 지날수록 극장이 더 많이 가져가게 됩니다. 극장은 영화를 오래 걸수록 수익이 늘어나죠. 작은 영화들이 미국 극장에서 자리를 차지하고 장기 상영하는 이유입니다. 블록버스터 영화들은 첫 부율이 20:80까지 가기도 합니다. 또, 개별 영화마다 부율 협상을 따로 합니다. 미국 직배사 입장에서는 개별 영화의 인기나 관심도나 상관없이 지역에 따라 나눠진 한국 영화 시장이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고, 또 그래비티나 토르2 등 블록버스터 영화의 경우 서울 시내 40:60도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 있는 겁니다.

  국제적으로 50:50이 대략 평균은 맞지만, 영화마다 지역마다 방식이 너무 다릅니다. 한국처럼 대형 극장체인이 많은 중국에선 극장체인:배급사=57:43으로 고정된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중국은 1년에 외국영화 상영편수도 34편으로 제한해놓고 있습니다. 엄청난 시장규모를 내세워 할리우드에 큰 소리를 치고 있는 셈이죠. 한국의 CGV가 부율 조정에 나선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한국 영화 시장이 만만치 않기 때문입니다. 올해 국내에서 개봉된 주요 외국영화의 국가별 수익 순위입니다.
국가별영화순위
  뭐, 미국 영화들인만큼 미국 내 수익이 가장 많습니다. 그런데 미국 이외의 국가 가운데 한국시장의 위상이 굉장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언맨3의 경우 미국 본사에서 한국 내 흥행성적에 크게 놀랐다고 하죠.(당시 국내에선 아이언맨3의 스크린독과점 논란이 벌어졌었죠.) 중국에서 개봉하지 않은 월드워Z가 한국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수익을 올린 것도 놀랍습니다. 레드2의 흥행은 이병헌 덕분이겠죠. 퍼시픽림, 컨저링의 한국 흥행성적도 대단한 수준입니다. 외국 스타들이 영화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찾는 이유를 아시겠죠.
레드2


  부율 전쟁은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직배사들이 "서울 지역 한국 영화보다 오히려 부율이 더 악화됐다"며 한미 FTA에 포함된 '최혜국 대우 원칙'(외국법인을 내국법인과 차별해서는 안 된다)을 들어 공정위 등 우리 정부에 문제를 제기할 수도 있습니다. 보통 영화관람료 정산은 최종 상영이 끝난 뒤 2-3개월 내에 이뤄집니다. CGV의 부율 조정이 9월부터 시작됐으니, 이달 말쯤부터 정산 문제가 터지겠죠. 지금은 CGV-"상영 테이프를 줬으니 5:5", 수입사-"테이프를 줬는데, 상영하면 4:6" 서로 입장이 첨예하죠. 하지만, 이달 말에는 무조건 정리가 돼야 하는 겁니다. 최악의 경우 소송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후발주자인 롯데시네마는 모든 분쟁이 정리되고 원칙이 정해진 뒤 이에 따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부율 전쟁은 사실 영화업계의 이야기입니다. 상영중단 등 관객들이 피해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군요. 그리고 이번 기회에 지역별로만 나눠져 있는 주먹구구식 부율 문제에 대해 영화업계가 더 깊은 고민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