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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경찰중앙학교 급식업체 선정 잡음…대기업 특혜?

상생에 눈 감은 경찰

[취재파일] 경찰중앙학교 급식업체 선정 잡음…대기업 특혜?
신임 경찰관의 교육을 담당하는 경찰청 산하 기관인 경찰중앙학교. 최근 이곳에서 내년도 구내식당 급식 사업자 선정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런데 중소, 중견 급식업체를 중심으로 입찰자격이 지나치게 높아 지원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며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경찰중앙학교가 낸 입찰공고를 보면, 참가 자격이 "최근 3년 내 연 급식매출 10억 원 이상 및 2개 사업장 이상을 운영하여야 하며 단일사업장 내 1일 4,000식 이상의 실적이 있는 업체"로 돼 있습니다.

중소, 중견 급식업체들이 문제삼는 부분은 바로 "1일 4,000식 이상의 실적이 있는 업체"라는 조항입니다.
지난해 "1일 1,000식 이상의 실적이 있는 업체"에서 올해 "4,000식 이상의 실적이 있는 업체"로 기준이 높아졌는데, 이는 사실상 중소, 중견 급식업체의 참여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조항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1일 4,000식 이상은 하루 3끼를 다 먹는다고 하더라도 1,300명 이상의 임·직원이 있는 회사나 기관에 해당됩니다. 아침, 저녁을 먹지 않거나, 점심도 밖에서 먹는 경우를 가정하면 1일 4,000식 이상이라는 기준은 임직원 2,000명 이상의 대형 사업장을 뜻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대형 사업장의 급식 시장은 몇몇 대기업 급식업체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자연히 경찰중앙학교가 내세운 기준을 충족시킬 수 있는 급식업체는 대기업과 소수의 중견 급식업체만 해당된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경찰중앙학교가 급식업체 지원 자격을 높인 게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중소, 중견 급식업체들의 입찰 자체를 제한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 겁니다.

경찰중앙학교 측은 이에 대해, 향후 5년간 매년 4천 명의 경찰력이 증원되면서 교육생 수도 연간 3,400명으로 유지됨에 따른 불가피한 조치라고 설명했습니다.

[취재파일] 경찰중
[취재파일] 경찰중


1일 8,000식 이상이 예상되는 정부세종청사가 급식업체 입찰 자격을 1일 1,500식으로 제시한 것에 비해서도 이번 기준이 지나치게 높은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지적에 대해서는 교육기관의 특성을 들며 해명했습니다. 세종청사 소속 공무원의 경우 구내식당 밖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경찰중앙학교는 전교생 모두가 아침, 점심, 저녁을 학교 내 식당에서 해결해야만 하는 특수성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이 있을 수는 있지만, 교육기관으로서 급식에 차질이 생기는 일은 반드시 피해야하기에 입찰참여 기준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고 부연했습니다.

하지만, 입찰에 참여조차 하지 못한 중소, 중견업체들의 얘기는 다릅니다. 기존에 실적이 없다고 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기회조차 못 갖게 하는 건 지나친 제한이라는 겁니다. 또, 1일 2,000식 이상의 공급 실적이 있는 업체 정도면 충분히 시설, 장비 확충을 통해 경찰중앙학교에서 필요로하는 하루 1만 2천명의 식사를 차질없이 공급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3월, 286개 공공기관 가운데 86곳이 181개 식당을 위탁 운영 중이며, 이 가운데 대기업이 운영하는 곳은 74곳으로 전체의 40.9%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중소, 중견기업 활성화를 위해 공공기관 구내식당 위탁 운영에 대기업을 배제하기로 하고 특별 권고를 했습니다. 그런데 경찰중앙학교는 기재부가 당시 분류한 286개 공공기관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이번 입찰 과정은 절차 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입찰 서류마저 제출하지 못한 채 대기업과 간판만 바꿔 단 외국계 기업이 급식시장을 장악하는 것을 그저 바라만봐야 하는 중소, 중견 기업의 입장에서는 억장이 무너질 노릇입니다.

경찰청은 정비업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는데도, 순찰자 정비를 대기업 계열 정비업체에 맡기고 있어 지난 국정감사 때 지적을 받기도 했습니다.

우리의 가장 가까운 곳에서 치안 서비스를 담당하는 경찰, 민중의 지팡이를 자처하는 경찰에게 중소, 중견기업에 대한 좀 더 따뜻하고 세심한 배려를 바라는 것이 욕심일까요? 입찰자 선정은 내일(7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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