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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1톤 위성의 지구 추락…예측이 힘든 이유는?

[취재파일] 1톤 위성의 지구 추락…예측이 힘든 이유는?
유럽우주청의 위성 ‘고체’(GOCE)가 오는 10일이나 11일쯤 지구로 추락합니다. 날짜를 그렇게 예상하는 건, 2010년에 추락한 비슷한 모양의 유럽 위성 '챔프'의 정보를 참고한 결과입니다. 위성 '고체'는 길이가 5.3미터, 폭이 1미터인데요, 물론 이게 통째로 추락하는 건 아니고, 대기권에서 타면서 짧은 시간 동안 미처 타지 못한 일부 잔해가 떨어진다는 뜻입니다. 위성이 지금 지구를 도는 속도가 초속 7km 정도니까, 시속으로 따지면 무려 25,000km에 달합니다. 지구는 자신의 어마어마한 질량을 이용해, 위성을 지금도 열심히 잡아당기고 있습니다. 하늘에서 뭔가 엄청난 속도로 갑자기 떨어질 수 있다니, 별일 없겠지 싶으면서도, 괜히 하늘 한 번 쳐다보게 됩니다.

사람이 위성에 맞을 확률은 1조 분의 1이라고 합니다. 일부 언론은 이 확률을 쓰기도 했는데, 사실 1조라는 숫자는 작다는 것 말고, 별다른 의미가 없습니다. 확률을 계산한 방법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가로 세로 10개의 칸이 있는, 총 100개의 격자가 있다고 가정하고, 한 격자 안에만 사람이 100명 서있다고 생각해볼까요. 우주에서 위성 파편이 떨어졌을 때, 누군가 한 사람이 맞을 확률은 100×100분의 1이 됩니다. 1조 분의 1도 그런 식으로 계산해서 나온 겁니다. 위성이 한반도에 떨어질 확률도 4천분의 1이다, 5천분의 1이다 그러는데, 역시 지구 면적 대비 한반도 면적을 단순히 계산한 값입니다. 과학자들이 뭐 대단한 데이터로 계산한 확률 값이 아닙니다.

그래도 내가 안심하고 있어도 되는지 궁금함은 남습니다. 위성 궤도와 파편이 떨어지는 방식을 알면 도움이 됩니다. 일단 궤도는 남북 방향입니다. 쉽게 말해서, 위성이 인천-강릉을 훑고 지나가는 게 아니라, 서울-광주를 지나가는 식입니다. 위성은 고정 궤도를 뱅글뱅글 돌고, 지구가 자전을 하다가 마침 한반도와 위성 궤도가 겹치면 우리나라로 떨어질 수 있는 겁니다. 위성이 남극을 향하던 길이냐, 북극으로 가던 길이냐에 따라, 추락 방향은 달라집니다. 정상 운용중인 위성은 궤도가 매우 정확해서 몇 시 몇 분 몇 초에, 어느 나라 상공을 지나는지 매우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지만, 위성 ‘고체’는 연료가 바닥나서 제어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그게 안 됩니다.

위성이 떨어지는 방식은 이렇습니다. 이 위성은 2009년 처음 쐈을 때 고도가 250km 정도였습니다. 지구 중력장을 정밀하게 측정하기 위해 쏜 것이어서, 고도가 다른 위성보다 상대적으로 낮았습니다. 그런 만큼 지구 중력을 많이 받아서 고도가 자꾸 슬금슬금 낮아졌고, 낮아진 만큼 다시 높아지려고 연료를 쓰다 보니까, 4년 만에 연료가 바닥났습니다. 생명을 마감한 것입니다. 고도는 어제 190km였고, 하루 지났으니까 오늘은 170~180km 정도일 겁니다. 하루에 10~20km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게 100km 정도까지 떨어지면, 그때부터는 타원 궤도가 아니라, 지구로 거의 일직선에 가깝게 떨어진다고 합니다. 지구 중력이 위성 원심력을 압도하는 순간입니다.

추락 지점의 예측이 힘든 것은 위성이 대체 ‘언제부터’ 갑자기 일직선으로 떨어질 것이냐, 그 시각을 정확히 계산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구 중력과 위성 원심력의 균형이 깨지는 그 순간 말입니다. 추락 1~2시간 전에, 그것도 미국 국방부 전략사령부의 데이터로만 알 수 있다고 합니다. 근데 이 데이터도 오차가 상당히 큽니다. ±9분입니다. 오차가 별로 크지 않은 것 같아도, 위성이 떨어지는 속도를 감안하면 추락 예상 구역은 훨씬 넓어집니다. 위성의 궤도인 남북 방향으로 추락 지점의 오차는 대략 7천km에 달합니다. 한반도 길이의 10배 정도니까, 위성이 서울에 떨어진다는 예측이 나왔더라도, 실제로는 중국이나 러시아에 떨어질 수 있다는 뜻입니다.

위성 파편이 여러 개 쏟아진다는 점도 머리를 복잡하게 만듭니다. 위성은 고도 100km부터 일직선으로 떨어지고, 고도 74~83km 정도에서 부서지기 시작합니다. 유럽우주청은 위성 ‘고체’의 경우, 파편이 20~30조각 떨어질 것 같다고 밝혔습니다. 총 무게 250kg 이하라고 합니다. 그럼 수십 개의 파편이 한 곳으로 떨어지느냐, 그것도 아닙니다. 1997년 델타 로켓 2단이 추락하면서 4개의 고압구가 떨어져나간 적이 있는데, 하나는 미국 텍사스에, 다른 하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에 추락했습니다. 추락 지점의 예측 정보에 우리가 큰 무게를 둘 수 없는 이유입니다.

그래도 만에 하나, 우리나라에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면 어떻게 할까요.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하는 곳이 항공사입니다. 천문연구원이 위성 추락 정보를 가장 먼저 알려주는 곳이 항공사입니다. 항공사는 세계 곳곳을 다니기 때문에, 이게 우리나라로 떨어지지 않더라도 관련 정보가 필수적입니다. 태평양으로 떨어진다고 해도, 그 시간에 태평양 상공을 지나는 비행기는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합니다. 또 일부 비행편은 실제로 1,2시간 정도 이륙을 늦출 수 있다고 합니다. 우리 공군도 천문연구원 상황실에 와서 추락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비행기 탈 일 없는 분들은 간단합니다. 정 걱정이 된다면, 그냥 집이나 직장이나, 어디 실내에 계시면 100% 안전합니다. 위성이 통째로 떨어지는 게 아니라서 그렇습니다. 이 위성의 무게는 1톤이 조금 넘는데, 대부분 타버리고 일부 부품만 쪼가리로 떨어집니다. 속도도 우주 공간에서나 시속 25,000km가 넘는 거지, 지구 대기권으로 들어오면 공기의 마찰로 속도가 뚝 떨어집니다. 천문연구원은 위성 파편이 지표면에 떨어질 때의 속도가 가벼운 건 시속 30km밖에 안 되고, 무거운 건 시속 300km 정도 된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위성 파편이 진짜 우리나라에 떨어진다고 하면, 저는 맞을까 걱정하기보다는, 어디로 추락했나 찾아가서 줍고 싶은 생각 간절합니다. 영상취재팀과 당장 나갈 겁니다. 위성이 우리나라에 떨어진 것 자체가 대단히 재미있는 뉴스기 때문입니다. 아마 대한민국 역사상 위성 떨어지는 게 최초일 겁니다. 지금까지 떨어진 위성들, 2011년 미국 UARS 위성은 태평양에, 같은 해 독일 뢴트겐 위성은 인도양에, 지난해 러시아 화성탐사선은 태평양에, 올해 초 러시아 코스모스 1484 위성은 북미 대륙에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주운 사람도 없습니다. 추락하는 위성에 맞아 다친 사람도 역사상 단 한 명이 없습니다. 그러고 보면, 위성 추락은 그것이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만 않는다면, 불운이 아니라 대단한, 엄청난 행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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