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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전쟁으로 헤어졌던 캐나다 형제, '60년 만에 처음 만나다'

[취재파일] 전쟁으로 헤어졌던 캐나다 형제, '60년 만에 처음 만나다'
부산 남구에 있는 UN 기념공원에는 14만 제곱미터가 넘는 규모의 UN 묘지가 조성돼 있습니다.

UN 묘지는 1951년 1월 UN군 사령부에 의해 만들어진 곳으로 6·25전쟁에 참전한 21개국 가운데 영국과 터키, 캐나다 등 11개 나라 2300명의 전사자 유해가 안장돼 있습니다.

국가 보훈처는 정전 50주년인 2003년 부터 전사자 유족 가운데 한국 방문 경험이 없는 유족들을 초청하는 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정전 60주년인 올해까지 9개국에서 320명의 유족이 초청돼 UN 묘지에 참배하고 전쟁 폐허였던 한국의 문화유산과 발전상을 체험했습니다.

보훈처는 유족들을 초청함으로써 6.25 전쟁의 참화 속에서 우리나라를 구하고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해 준 참전국 용사들의 거룩한 희생을 기려 왔습니다. 또 전몰 장병 유가족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이를 통해 참전국간 우호협력 관계도 더욱 공고히 구축해 나가고 있는 중입니다.

그런데 올해 유족 초청행사에서는 더욱 뜻깊은 일이 생기게 됐습니다. 6.25 전쟁으로 헤어졌던 캐나다인 형제가 60년 만에 처음 상봉하게 된 겁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이종훈 취재파일
참전용사였던 안드레 레짐볼드 이병은 1952년 9월 스물 살의 꽃다운 나이로 전사했습니다. 당시 레짐볼드 이병에게는 아들이 1명 있었고, 아내의 뱃속에도 새 생명이 자라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레집볼드 이병이 숨지고 난 뒤 두 형제는 서로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각기 다른 곳으로 입양돼 버렸습니다.

이 중 동생인 레오 드메이 씨가 자신의 아버지가 UN 기념공원에 안장돼 있음을 알고, 6년 전부터 부산에 있는 UN 기념공원에서 근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사실은 캐나다 현지 언론매체를 통해서도 보도됐는데요. 형인 안드레 브리스보이스 씨가 캐나다에서 이 방송을 보고 아버지가 UN묘지에 안장돼 있다는 것과
자신에게 동생이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겁니다.

형인 안드레 브리스보이스 씨는 너무 놀라 이런 사실을 한국 정부에 알렸고, 국가 보훈처가 이들 형제의 60년 만의 첫 만남을 주선하게 된 겁니다. 이들 두 형제는 곧 서로 만나게 됩니다. 감격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부산의  UN 묘지에서 일하고 있는 동생과 캐나다에서 일면식도 없는 동생을 보러 오는 형.
이들은 60년 만에 처음 만나 서로에게 어떤 말을 건네게 될까요?

이종훈 취재파일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60년을 살아온 이들 형제는 한국으로 인해 헤어졌지만, 결국 한국으로 인해 다시 상봉하게 됐습니다.

6.25 전쟁이 남긴 상처가 비록 우리 국민만의 아픔이 아니라 전쟁에 참가한 21개국 모두의 아픔이었다는 사실에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 지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환갑이 지나 백발이 성성한 두 형제가 서로 포옹하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하루 빨리 보고 싶습니다.

분명 아버지인 안드레 레짐볼드 씨가 하늘에서 흐뭇하게 미소를 지으며 두 아들을 지켜보고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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