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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발진 사고, 억울해도 입증 포기…선진국은?

<앵커>

우리나라에선 급발진 의심 사고가 나면 제조사는 가만히 있고, 운전자가 모든 걸 입증해야 합니다. 이게 어려워서 억울해하면서도 보상받길 포기하는 운전자들이 대부분인데 미국에선 조금 다릅니다.

급발진 연속기획, 김학휘 기자입니다.



<기자>

승용차가 후진해 주차하려는데 갑자기 굉음을 내며 돌진합니다.

화단을 뛰어넘고 커다란 돌덩이를 올라타고서도 멈추지 않습니다.

결국, 뒤에 서 있던 차를 들이받은 뒤에야 멈춰 섭니다.

[사고 목격자 : (돌이 여기까지 온 거예요?) 여기까지. 아유 엄청나게, 파워가 엄청나게 셌어요. '웅' 소리 났다니까.]

화면을 다시 보면 이상한 점이 발견됩니다.

뒤로 돌진할 때 브레이크 등이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이나 켜집니다.

[사고 운전자 : 차가 바위가 끼고 턱 올라가면서 덜컹거리다 보니까 이 상태에서 이렇게 힘을 줬지만 몸이 이렇게, 이렇게 되니까 다리가 움직인 거거든요.]

브레이크 페달을 밟았는데도 서지 않았단 얘기입니다.

하지만, 제조사는 급발진은 아니며 운전조작 미숙이라고 설명합니다.

[이종수/기아자동차 디지털서비스 팀장 : 차량의 기계적 결함이 아닌 운전자 조작 미숙으로 변속 레버를 후진에 놓고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제조사 설명대로라면 가능성은 두 가지입니다.

오른발은 가속페달을 계속 밟고 왼발로 브레이크 페달을 밟은 경우인데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두 번째 가능성은 오른발로 가속페달과 브레이크 페달을 동시에 밟은 경우.

하지만, 굉음이 날 정도로 가속페달을 계속 밟은 상태에서 브레이크 페달만 밟았다 뗐다 했다는 건 설득력이 없습니다.

[박병일/자동차 명장 : 액셀 페달을 밟은 것이 아니라 자동차가 계속 진행을 했고 운전자는 조치를 계속했기 때문에 이건 급발진으로밖에 볼 수 없다 이렇게 보는 거죠.]

억울하지만 운전자는 제조사와 싸우는 걸 포기했습니다.

[사고 운전자 : 일반 시민이 대기업하고 같이 소송해봤자 거의 승률이 없기 때문에 주변에서도 말리더라고요.]

국내에서 급발진 의심 사고로 제조사에 승소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선 조금 다릅니다.

급발진 의심 사고가 나면 입증 책임을 운전자는 물론 제조사에도 지게 합니다.

[김필수/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미국 법정에서는) 제조업체 자체가 밝혀야 한다는 거죠. 그걸 못 밝히게 된다면 소비자한테 일부에 대해서 보상을 해준다든지 이런 식으로 유도를 해주고 있기 때문에….]

차량 제조사는 물론, 정부도 입증하지 못한 급발진 의심 사고를 운전자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국내 관행은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최준식·설민환·설치환, 영상편집 : 박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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