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월드리포트] 프랑스 축구의 종말?…등돌린 팬심이 관건

[월드리포트] 프랑스 축구의 종말?…등돌린 팬심이 관건
   프랑스 프로축구단이 41년만에 파업을 벌일 예정입니다. 이달 마지막 주말 경기를 모두 취소하겠다는 게 프로축구협회의 계획입니다. 발단은 프랑스 정부가 추진중인 ‘부유세’ 때문입니다. 직원(선수)에게 연간 급여로 1백만 유로(14억6천만원) 이상을 지급할 경우 해당 기업(축구단)이 세금을 물어야 한다는 정책입니다. 프랑스 정부는 처음에는 고액 연봉을 받는 개인에게 세금을 부과하려 했지만,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말 위헌 판결을 내리자 직원이 아닌 급여를 주는 기업에게 세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정책을 바꿨습니다. 이럴 경우 1백만 유로 이상 구간에 대해서는 75%의 세금을 내게 한다 해서 ‘부유세’라고 부르는 겁니다. 내년부터 2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할 예정입니다.

   세금을 더 내라고 하는데 좋아할 기업은 없습니다. 프로축구단도 마찬가지입니다. 프랑스 프로리그에서 1백만 유로 이상을 받는 선수와 감독은 120명입니다. 연봉을 가장 많이 받는 선수는 파리 생제르망 소속의 스웨덴 출신 즐라탄 이브라이모비치입니다. 한해 1500만 유로(219억원)의 연봉을 받습니다. 파리 생제르망에는 이브라이모비치 외에 꽤 많은 선수가 연봉이 1백만 유로가 넘습니다. 75% 부유세를 적용하면 파리 생제르망은 2천만 유로(293억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합니다. 유명 구단인 올랭피크 마르세이유, 올랭피크 리옹, 보르도 같은 팀들도 추가 세금 부담이 5백만 유로 안팎이 됩니다. 리그 전체로는 4천4백만 유로(645억원)의 세금을 더 내야 한다는 게 구단주들의 설명입니다. 지난해에도 세금과 사회기부로 낸 돈이 TV중계권을 팔아 번 돈보다 많았다며 구단 운영에 심각한 차질을 예상했습니다. 장 피에르 루벨 프랑스 프로축구연맹 회장은 이번 조치는 프랑스 축구의 종말을 의미한다고 한탄했습니다. 부자 구단은 당장 세금 부담이 커서 문제이고, 중소구단도 1백만 유로가 기준선이 돼 좋은 선수를 영입하기 어렵게 됐다고 불만을 털어놓았습니다.
올랑드 540

   파업이 사회적 이슈가 되자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구단주들이 긴급 회동을 했습니다. 하지만, 면담 이후에도 구단주들의 굳은 표정은 풀리지 않았습니다. 대통령이 고액 연봉에 대한 75% 세금은 모든 기업에 해당된다며 축구단에만 예외를 인정해 줄 수 없다며 기존 방침을 고수했기 때문입니다. 정치적 배경이 있는 결정입니다. 하나는 ‘75% 세금’ 정책은 올랑드 대통령의 대표적인 대선 공약이어서 어떻게든 실현해야 하는 정치적 상징성이 있습니다. 두번째는 정권의 영(令)을 세우기 위한 절박함입니다. 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증세를 외치고 있는 올랑드 정부는 최근 들어 여론의 반발에 밀려 환경세 등 2건의 주요 증세 정책을 이미 철회했는데 또 물러서기가 곤란한 상황입니다.

   그런데, 인기 없는 증세 정책에다 축구 경기까지 취소될 상황인데도 여론은 구단 편이 아닙니다. 한 언론사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85%가 프로구단에 대한 세금 부과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83%는 파업에 대해서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프랑스 국민들의 축구 사랑이 예전 같지 않다고 보는 분석이 많습니다. 특히 국가대표팀에 대한 싸늘한 시선입니다. 국민의 82%는 축구 대표팀에 대해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고 응답했을 정도입니다. 프랑스 축구는 한때 세계를 주름잡았지만, 지금은 톱 클래스에서 완전히 밀려났습니다. 최근 발표된 세계축구연맹, FIFA 순위에서 21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지단_500

  1998년 월드컵에서 지네딘 지단을 앞세운 프랑스는 예술적인 경기 스타일, 이른바 ‘아트 사커’로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2년 뒤 유로 2000까지 거머쥐며 최고의 황금기를 보냈습니다. 이후 점차 세계 축구의 중심에서 밀려나더니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실력이 떨어진 것도 문제였지만, 당시 선수단 내부의 갈등, 선수와 감독의 불화, 훈련 거부 사태 등으로 국민들의 외면을 받았습니다. 당시 발생한 항명 사건은 지금도 프랑스 대표팀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현 프랑스 국가대표팀 선수이자 박지성 선수가 뛰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에브라라는 선수가 있습니다. 에브라는 최근 당시 항명사건과 관련해 선배 국가대표 선수 몇몇을 기생충이라고 비난해 프랑스 축구계를 또 한번 발칵 뒤집어 놓았습니다. 프랑스는 내년 브라질 월드컵 유럽지역 예선에서 스페인에 밀려 조 2위를 기록해 본선 직행에 실패했습니다. 이달 중순 우크라이나와 유럽 지역 플레이오프를 치러 이겨야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할 수 있습니다.

   팬들의 따가운 시선에도 프로 구단들은 일단 파업을 강행할 것으로 보입니다 종업원이 파업을 하는 건 세계 어디나 흔한 일이지만, 회사가 일하지 않겠다고 하는 건 이례적입니다. ‘파업의 나라’ 프랑스이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파업을 한다고 해서 돌아선 팬들의 마음을 되돌려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특히나 프랑스 국가대표팀의 상당수가 흑인 등 이민자이고, 국가도 부를 줄 모른다는 지적이 많아 정서적으로 거리를 두는 프랑스인도 적지 않기 때문입니다. 프로 구단주가 대표팀 문제까지 떠안을 이유는 없지만, 대표팀이 바로 잡혀 팬들의 지지를 받기 전까지는 세금 문제를 포함해 프랑스 축구계의 위기 해결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