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당국이 한국 교민을 포함한 현지 주재 외국인의 비자 연장을 거부하거나 입국을 금지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어 모스크바 교민 사회에 비상이 걸렸다.
현지 이민 당국은 교통법규 위반 등 행정법 위반을 비자 연장 거부 등의 사유로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자동차 부품 관련 중견기업 러시아 지사에 근무하는 고위 간부 C씨는 지난달 중순 비자 기간 만료를 앞두고 이민국에 연장 신청서를 제출했다가 거부당하는 황당한 사건을 겪었다.
이민국 측은 거부 이유도 설명하지도 않은 채 예전 비자 만료일까지 출국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C씨는 러시아 지인들을 통해 이민국 등에 문의한 결과 비자 거부 이유가 몇 차례에 걸친 교통법규 위반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대부분 러시아인 기사가 교통법규를 위반한 것이었지만 자동차가 C씨 이름으로 등록돼 있어 관계 당국엔 C씨가 법규를 위반한 것으로 신고된 것이었다.
아직 임기가 많이 남은 C씨는 어쩔 수 없이 서둘러 짐을 꾸려 러시아를 떠나야 했다.
한국 전자 관련 대기업 모스크바 법인에 근무하는 과장급 교민 A씨도 지난달 말 이민국에 비자 연장 신청서를 냈다가 역시 거부당했다.
A씨는 비자 기간 만료일을 며칠 앞두고 지난달 28일 연장 신청을 했지만 역시 이민국이 아무런 설명도 없이 거부해 비자 기간 만료일인 31일 한국으로 출국해야 했다.
같은 대기업 모스크바 법인의 또 다른 과장급 직원 B씨는 지난달 26일 가족과 함께 오스트리아로 여행을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모스크바 공항 입국 심사대에서 입국을 거부당했다.
심사대 직원은 역시 아무런 이유도 설명하지 않은 채 A씨에게 향후 3년 동안 입국을 금지하는 서류에 서명하도록 한 뒤 오스트리아로 돌아가든지 한국으로 출국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A씨는 문제를 삼지 않은 가족들만 입국시키고 자신은 공항에서 하룻밤을 지새운 뒤 다음날 대한항공 편으로 한국으로 들어갔다.
주러 한국대사관과 러시아 진출 한국 지상사 협의회인 '코참(KOCHAM)' 등의 확인 결과 최근 들어 러시아 당국이 교통 법규 위반 처벌을 강화하면서 외국인의 경우 3년 이내 2회 이상 교통법규를 위반하면 입국을 금지할수 있도록 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 이같은 조치에 따라 한국 교민은 물론 상당수 외국인이 출국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주러 한국 대사관은 자체 웹사이트에 현지 도로교통법을 철저히 지킬 것을 권고하는 안내문을 올리는 한편 러시아 당국에 비자 연장 거부 사유 등을 명확히 해 줄 것을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다.
KOCHAM 사무국도 "도로 곳곳에 설치된 감시 카메라가 교통 법규 위반을 적발하는 경우 운전자도 위반 사실을 모를 수 있다"며 러시아 당국의 무리한 법 적용으로 기업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는 문제의 심각성을 러시아 기관에 알리고 개선책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당수 한국 기업들은 우선 공항에서 입국이 금지되는 상황에 대비해 꼭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곤 직원들의 해외 출장을 잠정 중단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모스크바 주재 한국 교민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부 교민들은 "교통질서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러시아에선 고의든 실수든 교통 법규를 위반하는 경우가 자주 있는데 이것 때문에 외국인을 추방한다면 러시아를 떠나야 할 사람이 수도 없이 나올 것"이라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러, 비자 연장 거부·입국 금지 늘어…교민들 발 '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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