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사이버머니 '비트코인'으로 돈벼락?

디지털 황금, 비트코인의 명암

유희준 기자 yoohj@sbs.co.kr

작성 2013.11.02 09:21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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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사이버머니 비트코인으로 돈벼락?
 비트코인으로 9억 원의 돈벼락

  20대 후반의 노르웨이 남성이 22 달러를 가상화폐에 투자했다 4년 만에 85만 달러, 우리 돈 9억 원의 돈벼락을 맞았습니다.  화제의 주인공은 올해 29살의 크리스토프 코흐입니다. 그가 어떻게 투자를 시작했는지 모두들 궁금하실텐데요. 코흐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009년 비트코인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사를 읽은 후 투자를 시작했다고 회고했습니다. 4년 전 단돈 2만3천 원을 들여 비트코인을 샀고, 최근 투자금 회수에 나서 무려 85만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이런 엄청난 횡재 덕에 그는 오슬로에 고급 아파트까지 샀습니다. 고급 아파트를 사는 데 들어간 돈은 자신이 보유한 5천 개의 비트코인 5분의 1로도 충분했습니다.
비트코인
비트코인 자동입출금기 첫 등장

 온라인 공간에서 통용되는 사이버머니인 '비트코인'을 공식 화폐로도 바꿀 수 있는 자동입출금기(ATM)가 처음으로 캐나다 서부도시 밴쿠버에 등장했습니다. 미국 제조사 로보코인이 만든 비트코인 ATM이 오프라인에서 처음으로 등장하면서 세간의 화제가 됐는데요.

  커피숍에서 줄을 서 대기하던 고객들은 기기에 현금을 넣어 비트코인을 사고, 또 자신이 보유한 비트코인을 현금화 했습니다. 온라인상에서 필요 없는 별도 인증 절차도 거쳐야 했는데요. 손바닥을 스캔하는 인증 절차와 함께 복잡한 QR코드를 입력하거나 출력하는 방식을 거치기도 했습니다. 인터넷으로 거래할 때와는 다른 건 손바닥을 스캔하는 절차가 추가됐다는 점입니다.

  고객들은 인터넷뱅킹 때 사용하는 핀넘버와 같은 기능을 하는 별도의 개인 인증 키를 사용해 ATM에서 자신의 비트코인 계좌로 접속 했습니다. 여러 개의 인증 방식 중 하나를 선택해 기기를 이용했는데요. 이런 방식으로 비트코인과 동일한 금액의 현금을 빼내거나 현금을 예치 했습니다. 이후 비트코인 ATM은 고객이 예치한 돈을 인터넷으로 자동 이체하게 됩니다. 고객은  모바일 기기에 별도의 비트코인 지갑을 만들어 갖고 다니며 사용했는데요. 이런 방식을 통해 비트코인을 가진 사람들은 커피숍에서 커피와 머핀을 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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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의 정체는?

 비트코인은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직후 '사토시'라는 가명의 인물이 만들었습니다. 정체불명의 인물이 암호학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 가상화폐 관련 논문과 자료를 발표한 겁니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유명 수학자가 처음으로 창안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는데요. 아직까지 창시자는 자신의 신분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창시자는 자신이 만든 복잡한 수학적 암호를 풀면 가상화폐 한 개씩을 얻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른바 비트코인마이닝 프로그램을 다운로드 받은 뒤, 암호를 해독해 임의의 숫자를 맞추면 사이버머니인 비트코인을 하나씩 구할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10분마다 한 문제씩 출제되는데, 사람들이 폭주할 경우 난이도가 높아지고 대기중인 사람이 적으면 문제가 쉬워지도록 설계했습니다. 다만 비트코인 총량은 2천1백만 개로 제한했습니다.

 창시자가 만든 복잡한 수학적 암호 문제를 풀어 비트코인을 얻는 방식 외에 돈을 주고 비트코인을 사는 방법도 있습니다. 처음에 비트코인이 등장 했을 때 사람들은 사이버머니에 대해 반신반의 했습니다. 사이버머니가 오프라인에서도 교환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지요.  그런 이유로 처음에는 비트코인의 가격이 매겨지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한 수집가가 장난삼아 이런 저런 계산을 한 뒤 비트코인 한 개당 가격을 0.0008달러로 매겼고, 개인 간의 거래가 조금씩 이뤄지기 시작했습니다.
비트코인
  비트코인 값은 얼마?

  처음에 2천1백만 개만 발행된 비트코인 한 개의 가격은 초창기엔 0.0008달러였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발행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에 수요가 늘어나면서 가격도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초창기에 2만 3천 원을 주고 5천 개의 비트코인을 산 노르웨이 20대 청년이 돈벼락을 맞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 가능했던 겁니다. 올들어 가격 급등세가 가파르게 이어지면서 올초 10달러에 불과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지금은 개당 200달러까지 치솟았습니다.

  또 초창기 20개 쇼핑몰에서만 거래된 비트코인은 이제 전 세계 2만 개 쇼핑몰에서 거래될 정도로 시장 규모도 커졌습니다. 중국 유명 인터넷 쇼핑몰 바이두는 이달 중순 비트코인으로 보안솔루션을 살 수 있도록 했습니다. 미국 최대 인터넷 쇼핑몰 아마존에서도 비트코인으로 기프트 카드를 살 수 있도록 했습니다. 뉴욕과 런던, 베를린에 있는 일부 상점과 레스토랑에서도 매장 입구에 비트코인을 받는다는 간판을 내걸고 있을 정도로 비트코인의 활용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는 추세입니다.     

  사이버머니 부작용은?

  비트코인은 개인간 거래인 이른바 'P2P'(Peer To Peer)로 이뤄지기 때문에 어떤 국가나 개인이 통제하거나 지배할 수 없는 장점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초 창시자가 누군지도 모르는데다 창시자가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잠적한 상태여서 발행 주체가 없는 상황입니다. 지급 보증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개인간 거래에서 서로 믿고 사고 팔 수 있지만 교환가치가 시장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가격이 폭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일각에서는 비트코인 등장 이후 가격이 급등한 이면에 가격조작 가능성을 제기하는 음모론도 상존하는 게 현실입니다.

 사이버머니의 대표적인 부작용은 돈세탁이나 밀거래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 뉴욕 연방검사는 지난주 온라인 장터인 실크로드의 운영자 컴퓨터 하드웨어에서 14만4천 개의 비트코인을 압수했습니다.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대략 297억 원어치의 가상화폐를 압수한 것인데요. 역대 적발한 비트코인 압수액 가운데 최대 규모입니다.

 실크로드는 2년 전 2월 만들어진 암거래 사이트로 판매자와 구매자가 신원을 감춘 채 헤로인과 코카인 같은 마약이나 불법 해킹에 이용되는 소프트웨어를 거래하다 적발됐습니다. 미국 법무부는 지난 1일 실크로드를 폐쇄하고 운영자를 체포했습니다. 미 당국은 실크로드가 지난 2년 넘게 최대 15%의 수수료를 받고, 12억 달러 우리 돈 1조2천억 원어치의 비트코인을 유통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비트코인 국내 현실은?

 국내에서도 비트코인이 유통되고 있습니다. 규모는 대략 한 달에 수 억 원대로 추정됩니다. 올해 초 비트코인거래소까지 등장했는데요. 이 거래소를 통해 사이버머니를 현금화 할 수 있습니다. 국가별로 모바일 사용 프로그램의 하나인 비트코인 지갑 프로그램 다운로드 순위를 보면, 우리나라는 지난 4월 세계 60위에서 지난 9월에는 20위로 순위가 크게 올라갔습니다.

 한국은행을 비롯해 금융당국에서는 비트코인이 사용되고 있는 현실에 대해 인지하고 있지만, 발행기관이 존재하지 않아 규제에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습니다. 온라인에서 개인끼리 거래하는 사이버머니를 규제하는 현행 법도 없는 게 현실입니다.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사이버머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비트코인 거래 규모와 사용처가 확대되고 있는만큼 현실을 반영하는 법 체계 정비가 시급합니다. 사이버머니의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결과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지 않도록 당국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사이버머니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