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미국 법원이 한 토요타 차량에서 발생한 사고의 원인이 급발진이라고 지난주에 평결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이 급발진을 주장하는 운전자가 제조사를 상대로 해서 승소한 적이 없습니다. SBS는 오늘(31일)부터 사흘 동안 연속기획을 준비했습니다. 첫 순서로 대구에서 일어난 황당한 사고 보시죠.
김학휘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해 5월 대구 앞산순환도로입니다.
정지 신호에 멈춰 서 있던 승용차가 갑자기 굉음을 내며 빠른 속도로 달려나갑니다.
위험스럽게 돌진하던 차는 14초 만에 신호 대기 중이던 다른 차량을 들이받고서야 섭니다.
운전자는 급발진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사고 운전자 : 가속페달 내가 밟을 턱이 있어요? 그 걸요? 신호 기다리면서 브레이크 밟고 있는데 차가 튀어 나갔거든요.]
국과수와 국토부가 조사했지만 차량 결함을 찾지 못했고 경찰은 결국 운전자 과실로 결론 냈습니다.
급발진으로 의심되는 사고가 난 도로입니다.
운전자는 이 사고 한 번으로 벌점 212점을 받았고 면허가 취소됐습니다.
중앙선 침범에 이어 신호 위반으로 벌점 10점.
블랙박스 GPS로 파악한 최고 속도는 시속 129km.
따라서, 속도위반으로 벌점 60점.
15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데 대해 벌점 152점을 부과했습니다.
[김장수/대구남부경찰서 교통조사계장 : 운전자의 과실을 배제할 만한 차량적 결함이 확인되지 않기 때문에 운전자의 과실이 있는 것으로 판단해서 사건을 처리했습니다.]
운전자는 면허 취소가 부당하다고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습니다.
[사고 운전자 : 면허증을 반납하라고 하더라고요. 하라고 하는 거 난 안 했어요. 내가 억울해서 못하겠다 했어요.]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차량 장치에 결함이 없었다고 단정할 수 없으며, 음주 운전도 아니고 운전자 신체에 이상이 없었던 점 등 6가지 이유를 들어 운전자 과실로 보는 건 부당하다고 판단했고 결국, 운전자의 면허는 되살아났습니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되는 급발진 의심 상담은 해마다 200~300건에 달하지만 구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고광엽/한국소비자원 자동차팀장 : 소비자의 당시 운전 형태와 동영상을 과학적으로 분석해서 급발진 여부를 가려주는 별도 심의 기구가 필요합니다.]
차량 제조사와 정부가 급발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상황에서 급발진을 입증하는 것은 오롯이 운전자 몫으로 남겨져 있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박선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