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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시설

"장애인은 '관리'대상이 아니라 '보살핌'의 대상입니다"

[취재파일]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 시설
동영상 하나를 실행시켰습니다. 영상 속에는 짓무르고 곰팡이가 핀 토마토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동영상을 건네준 사람은 이 토마토를 갈아서 주스로 장애인들에게 준다고 했습니다.

다른 동영상도 열어봤습니다. 10대 여자아이가 영상에 나타났습니다. 얼굴에는 멍 자국이 보였습니다. 팔에도 멍 자국이 보였습니다. 그리고는 가슴과 어깨, 눈을 누군가에게 맞았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또 다른 동영상에는 50대 남성이 비오는 날 벽을 보고 서 있었습니다. 벌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춥다고 말하는 50대 남성의 얼굴은 너무 어두워 보였습니다. 

한 지적 장애인 보호시설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일. 확인해야 했습니다.

며칠 뒤, 이른 아침 승합차를 탔습니다. 승합차에는 취재팀과 함께 장애인 인권단체 소장과 팀장도 함께 올랐습니다. 승합차는 지적 장애인들의 인권이 유린당하고 있다는 그 장애인 보호시설로 향했습니다.

점심시간을 지나 시설에 도착했습니다. 시설장을 만났습니다. 시설을 방문한 이유를 밝히고 장애인 인권단체 팀장과 함께 시설을 둘러보기 시작했습니다.

때마침 장애인들을 위해 간식을 준비 중이었습니다. 간식은 빵이었습니다. 그런데 빵 포장지를 자세히 보니 유통기한이 지나있었습니다. 시설장에게 어찌된 일인지 그 자리에서 물어봤습니다. 주방을 담당하는 직원도 함께 있었습니다.

시설장 : 제가 오늘 우리 주방장에게 과자 준다고 들었거든요
주방담당직원 : 오늘 백설기와 빵을 같이 주려고 했어요
시설장 : 어제 저녁에는 과자라고 했잖아
주방담당직원 : 아... 과자... 제가 깜빡했다. 과자....

시설장과 주방담당직원과의 대화였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빵이 간식으로 나가는 현장 앞에서 시설장은 오늘 간식으로 빵이 나간다는 것도 몰랐다며 주방담당직원에게 어찌된 일인지 오히려 되물었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이야기도 덧붙였습니다.

"케이크 들어오고 빵이 들어오는데 날짜가 다 돼서 들어와요. 그래서 빨리 먹이라고는 하거든요."
"이렇게 날짜가 지났다고는 생각 안 했고요. 어제 날짜 지난 걸 치우라고 했어요."

시설장이 어제 치우라고 했던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들은 엉뚱하게도 방에 있는 서랍장에서 발견됐습니다. 발견당시에도 아직 찬기가 남아 있었습니다. 냉장고에 얼마 전까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서랍장에서 발견된 떡은 짓무르고 곰팡이까지 피었습니다. 빵도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았습니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빵 믹스와 같은 가공식품도 보였습니다. 시설에서 근무하는 한 직원은 눈치를 보며 이 음식들의 정체를 실토했습니다.

"(빵은) 한 2~3개월 됐어요. 다 얼려놓은 빵들이에요. 햇빛에 녹였다가 전자레인지에 돌려서 간식으로 나가는 거예요. (빵은) 들어오면 바로 나가는 게 아니라 한 달 정도 얼렸다가 베란다쪽 햇빛에 녹인 후 전자레인지에 데워서 친구들에게 간식으로 나가는 거예요."
"엄청 썩은 냄새 나는 건 버렸고, 어느 정도 냄새 안 나는 건 계란으로 입혀서 토스트 식으로 나갔어요."

시설장은 한참을 방에 쌓여 있는 음식들을 바라봤습니다. 그리고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애들을 잘 먹인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꺼내놓고 이야기하면 드릴 말씀이 없고 제가 무언가를 크게 잘못하고 처신을 잘 못하고 살았으니까 이런 문제가 생기지 않았나 싶습니다.

시설장은 장애인들 음식은 주방 직원에게 맡겨두기 때문에 정말 몰랐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래서 주방 직원만 따로 불러서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하지만 주방 직원이 하는 말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저도 할 말이 없네요. 어이가 없고... 아시잖아요. 제가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답답하네요. 저도."

이 말 이외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장애인 인권 단체 직원들이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을 상대로 가혹행위에 대해 조사 했습니다. 1시간 정도 짧은 시간에 이뤄진 조사였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생각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지적 장애인의 특성상 조사에 한계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눈에 보이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영상 속에서 멍이 들어있던 10대 여자아이를 만났습니다. 그런데 얼굴에 또 다른 상처가 있었습니다. 10대 여자 아이의 진술은 듣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에 있던 다른 지적 장애인이 시설에 있는 선생님에게 말을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얼마 전에 또 맞았다는 진술을 장애인 인권 단체에서 들었습니다.

또 다른  영상 속에서 벽을 보고 벌을 서던 50대 남성이 방안에서 벽을 보고 멍하니 앉아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칫솔을 훔쳐서 벌을 받고 있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왜 칫솔을 훔쳤는지, 언제 그랬는지, 정확한 의사소통은 솔직히 불가능한 상태였습니다. 하지만, 벌을 받고 있는 건 확실했습니다. 벌 끝날 때 까지 이렇게 계속 앉아 있어야 하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벌이 상습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의심을 갖게 했습니다.

"잘 보여야지 벌 끝내주지, 무조건 해야 해요. 또 혼나잖아요."

장애인 인권 단체 팀장은 무조건 해야 한다는 것과 또 혼나는 걸 두려워하는 것이 반복적인 벌이 이뤄지고 있었다는 반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시설 직원의 증언도 함께 나왔습니다.

"그 할아버지는 시설에서 필요하면 일도 시켜먹으면서 조금만 잘못을 하거나 하면 밥만 주고 간식도 주지 않고 장애인 프로그램도 시키지 않고 하루 종일 벌을 세워요."

한 60대 남성이 침대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발이 너무 퉁퉁 부어 있었습니다. 걷지도 못했습니다. 신장과 골반이 안 좋아서 다리가 심하게 부어있는 상태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은 4개월 동안 제대로 병원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다리가 부어 있으니까 확인해 달라고 하면 그냥 파스만 뿌려주세요 그 한마디 였어요. 할아버지가 저에게 병원에 가고 싶다고 이야기 하셨어요. 그런데 선생님들이 병원에 안 보내주세요."

이 남성은 돈이 없어서 참고 있었다고 취재팀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의 통장에는 무려 천만 원이 넘는 돈이 있었습니다. 평생 나라에서 준 기초생활수당과 장애인 수당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남성은 자신의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도 모르고 그냥 참고 있었고, 시설에서는 이 돈이 있다는 것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시설에서는 11월에 수술 날짜를 잡았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나름대로 남성을 생각했지만 인력이 부족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해명했습니다.

"병원에 가시면 저희가 왔다 갔다 하고 돌봐 드려야 하는데 직원들 인력이 부족한 부분도 있고..."

인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병원비도 있는 환자를 이렇게 방치했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장애인 인권단체의 질책에 결국에는 시설장은 잘못을 시인했습니다.

썩은 과일을 갈아서 장애인에게 먹였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상태가 좋은 과일만 선별해서 주스로 만들어 줬다는 시설의 해명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당시 과일 분류작업에 참여했던 직원의 진술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분류는 했지만, 집에서는 먹지 않을 과일들이었어요. 제가 분류하기 전날 시설에 있는 주스를 마셨는데 냄새도 이상하고 배도 아팠어요."

약 3시간 정도 시설에서 장애인 인권단체와 직접 확인한 모습이었습니다. "잘못했으니까 벌을 받고 한두 대 맞을 수 있다." "그리고 시설에는 항상 유통기한이 임박한 음식들이 기부형태로 지원되니 얼렸다가 먹을 수도 있다." "그리고 유통기한은 말 그대로 유통기한이니 상태에 따라 먹을 수도 있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이들은 보살핌이 필요한 지적장애인이라는 사실입니다. 지적장애인들은 자기 방어권이 없습니다. 판단력이 부족합니다. 지적 능력이 떨어집니다. 정상인이라면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의 상태를 판단해서 먹거나 버릴 수 있지만, 이들에게는 그럴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정상인이라면 대화가 통하고 통제가 가능하겠지만 이들은 그럴 능력이 떨어집니다. 정상인이라면 잘못을 이해하고 체벌을 통해 개선이 가능하겠지만 이들은 이런 능력이 떨어집니다. 그래서 사회의 보살핌이 필요한 계층입니다. 그래서 이들을 돌봐주는 시설은 책임이 남다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시설과 장애인들에게 막대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이 시설도 매년 4억 5천만 원의 지방세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이 돈은 인권비와 운영비로 명목입니다. 그리고 이 시설은 장애인들이 만든 물건을 파는 공판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 공판장은 한 도에 2개 있습니다. 일종의 독과점 사업인 겁니다. 이 공판장을 운영하면서 지난해 6억 3천 5백만 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습니다. 매출의 10%는 고스란히 시설의 이익입니다.  그러니 가만히 앉아서 물건만 배달해 주고 6천만 원이 넘는 돈을 번 셈입니다. 그리고 장애인들에게도 생활비를 따로 받습니다. 하루 종일 생활하는 장애인들에게는 매달 33만 원, 낮에만 있는 장애인들에게는 15만 원 정도의 생활비를 매달 받았습니다. 

장애인 인권 단체에서는 이렇게 국가 지원과 장애인들의 돈으로 운영되고 있는 시설이 개인의 사유화가 되고 있는 점을 우려했습니다. 공익의 이름으로 시설에 막대한 예산이 지원되고 있지만 그 돈이 어떻게 쓰이며 장애인들의 의식주를 비롯해 인권을 풍족하게 하는데 쓰이는지 잘 모른다는 게 가장 큰 맹점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 시설도 시설장과 그 딸이 주축이 돼서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가족이 운영하는 시설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가에 문제가 있습니다. 돈을 사용하는데 장애인들이 배제돼 있는 게 문제입니다. 장애인들이 정부에서 주는 돈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도 못 받고 시설장이나 시설에 있는 사람들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시설을 관리 감독해야 하는 지자체도 같은 이야기를 했습니다. 관리를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감을 느낀다는 전제하에 실상을 토로했습니다. 해당 시설이 있는 지역에는 29개의 시설이 있는데 이 시설을 한 사람이 관리해야 하고, 담당직원이 이 업무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업무도 함께 맡다 보니 관리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그리고 아무리 현장 점검을 나가도 서류만 들여다보는 것이 전부인데다, 전문 인력도 한 명도 없는 상황에서 장애인들의 실상을 파악하기는 정말 어렵다고 하소연 했습니다.

장애인은 '장애'를 가진 '사람'입니다. 그런데 장애인을 바라보는 시선에는 사람보다는 장애가 조금 더 앞서는 거 같습니다. 그렇다 보니 장애인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로 시설에서 관리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보살핌의 대상이어야 할 것입니다. 부족한 부분을 돈이 아닌 제대로 된 서비스를 통해 보완해 주며 사회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장애인 시설과 장애인을 위해 들어가는 막대한 세금의 효율적인 사용도 이런 맥락에서 큰 틀을 다시 짜야하는 시점이기도 합니다.

최근 들어 이런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시설이 아니라 장애인들 몇몇을 모아 임대아파트를 주고 도우미를 국비로 지원하면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제도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제도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 때문에 정착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장애인이 근처에 살면 집값이 떨어지는 걸 우려하는 이웃, 장애인은 함께 어울리는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이웃들이 장애인들을 더 어두운 곳으로 밀어내고 있습니다.
끊이지 않고 있는 장애인 시설에 대한 문제에 대한 해결은 장애인을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받아주려고 하는 인식의 전환에서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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