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박3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 구글의 에릭 슈미트 회장은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삼성전자 경영진과의 만남을 챙겼다.
슈미트 회장의 삼성전자 방문이 처음은 아니지만 이번 만남의 의미는 사뭇 다르게 해석된다.
구글의 주요 고객사인 삼성이 최근 구글에 대한 의존도 줄이기에 본격적으로 나선 상황이기 때문이다.
슈미트 회장은 31일 오전 일찍 삼성전자 서초동 사옥을 방문해 최지성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 담당 사장과 1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눴다.
29일 입국한 후 90분 단위로 일정을 소화하던 슈미트 회장은 이날 삼성 방문과 다음 일정 사이의 간격을 이례적으로 3시간 이상 비워두었다.
만남의 성격에 대해 슈미트 회장은 언급을 피했고 삼성 측은 "일반적인 사업 파트너와의 만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안팎에서는 구글이 자사가 만든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 생태계에서 독립하려는 '삼성 붙들기'에 나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최근 구글 본사가 있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대규모 개발자 회의인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 2013(SDC 2013)'을 이틀 일정으로 개최했다.
회의에서 삼성은 세계적 정보기술(IT) 기업이 그랬듯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생태계 구축'과 '가치 사슬 형성'을 강조하며 다수의 소프트웨어 개발키트(SDK)를 선보였다.
하드웨어 분야에서 확보한 세계 최정상급 경쟁력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 분야의 강자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표출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인텔과 함께 타이젠이라는 독자적 스마트폰용 OS도 개발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초에는 뉴욕에서 새 스마트폰 모델을 공개하면서 예전과 달리 구글을 거의 언급하지 않은 점도 '탈(脫) 구글'의 속내를 드러낸 게 아니냐고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스마트폰용 OS공급을 애플과 구글이 꽉 잡고 있는 상황에서 함부로 독립을 말하는 건 어리석은 선택이지만 삼성전자가 미래에 대한 대비로 모바일 웹과 플랫폼 사업을 준비하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슈미트 회장은 삼성전자 방문 직후 가진 서울대 강연에서 안드로이드가 '첫 번째 부인'인 삼성을 떠날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절대 그렇지 않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이어 "강력한 모바일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해 더 많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구글의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슈미트 회장은 전날 열린 구글 빅텐트 행사에서 "한국이 앞으로 더 많은 스마트기기를 공급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국내 파트너사가 구글의 OS 생태계에 더 머물러 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내비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탈 구글' 꿈꾸는 삼성에 구글 '러브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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