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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운전 중 핸즈프리, 대안이 될 수 없다

"운전 중 아무것도 하지 말란 거야?"

[취재파일] 운전 중 핸즈프리, 대안이 될 수 없다
“운전 중 핸즈프리 사용, 음주운전 맞먹는다”

 제하의 기사가 보도된 뒤, 수 백 개의 댓글과 반문을 받았습니다.

‘운전하다 옆 사람이랑 대화만 해도 위험하겠네’
‘아예 아무도 태우지 말란 말이냐’,
‘그러면 운전할 땐 아무 것도 하지 말고 그냥 운전만 하란 얘기냐’,

 욕 먹을 각오를 하고 말씀드리자면, 네, 위험합니다. 운전 중 운전자가 취하는 대부분의 행위가 사고 위험성을 늘립니다. 입력된 교통 정보의 처리를 방해해 운전자의 집중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영국의 도로 교통법에 해당하는 하이웨이 코드(Highway code) 126조에는 아예 이런 내용이 있습니다. ‘운전자는 라디오 조작, 음식 섭취, 다른 도로 이용자와의 논쟁, (심지어) 시끄러운 음악 듣기, 옆 사람과의 대화를 하지 말아야 한다’.

 너무 답답한 얘기 아니냐고요. 그래서일까 위 하이웨이 코드 조항에 처벌 규정은 따로 두고 있지 않습니다. 처벌 규정 없는 조항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할 수 있겠지만, 도로 이용자(자동차 운전자와 보행자를 포함)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규정에서 운전자가 안전을 위해 지켜야 할 마땅히 지켜야 할 원칙을 명시해두는 의미가 있다고 하네요. “일일이 규제하진 않는다. 하지만 운전자 스스로 알고 지키자”. 핸즈프리 통화의 위험성도 같은 지점에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봅니다.

국내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실험을 해봤습니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에서 주관한 실험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 2명의 실험자가 며칠의 간격을 두고 각 항목당 3회씩 실험해 평균값을 구함.
● 실험과목: 정지거리 실험, 슬라롬 코스(S자) 실험, 신호변경 코스 실험
*정지거리:운전자가 정지할 상황을 인식한 순간부터 차가 완전히 멈출 때까지 자동차가 진행한 거리, 즉 브레이크를 일찍 밟아 차가 얼마나 밀려나나 보는 실험.
*신호변경 코스: 주행하다 신호가 갑자기 바뀌면 이를 인식하고 주행 방향을 바꾸는 코스
● 실험조건: 1) 혈중알코올농도 0.05%(면허정지), 0.1%(면허취소) 상태서 주행
2) 휴대전화 통화하면서 주행, 3)블루투스 핸즈프리 통화하면서 주행

그 실험결과를 표로 정리했습니다.
실험결과표
 

 















 실험결과를 보면 핸즈프리는 휴대전화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많은 수치에서 혈중알코올농도 면허 정지 수준과 비슷하거나 더 못한 결과를 보입니다. 정상주행과 비교하면 그 차이가 확연합니다. 운전 난이도가 높은 도로에서의 운전 상황을 가정한 슬라롬 코스 주행에선 면허정지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보다 더 느립니다.

 취재진이 교통안전공단 연구진과 함께 진행한 실험에서도 결과는 같았습니다. 시속 40km로 정상주행할 때보다 핸즈프리로 통화할 때 정지거리는 평균 8m 정도가 더 길었습니다. 다른 실험 결과도 마찬가집니다.

  원인과 배경을 전문가에게 물었습니다. 우리가 운전을 하다 접하는 교통정보(신호, 보행자, 다른 차량, 도로 상황 등)는 망막에 맺혀 시각적으로 입력된 뒤 두뇌로 전송돼 처리 및 판단과정을 거칩니다. 그런 다음 핸들을 잡고 있는 손이나 페달을 밟고 있는 발에 명령을 내려 행동(Action)을 취하게 하는데, 딴 짓을 하게 되면 손발을 쓰지 않더라도 위 처리 및 판단과정을 방해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이를 ‘Look but didn't see'라는 용어로 표현합니다. 봐도 보는 게 아니라는 말이죠.

 사실 이와 같은 실험은 외국에선 이미 여러 번 치러져 이슈화된지 오랩니다. 올해 3월 스페인 바르셀로나 대학과 호주 대학이 12명의 지원자를 모아 운전시험을 일주일에 한 번, 총 이틀 시행한 결과에서도 핸즈프리 사용은 음주운전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지난 2011년에는 미국 카네기멜론대 인지두뇌영상센터 소장인 마르셀 저스트 교수가 29명의 지원자를 상대로 실험해, 핸즈프리 이용 여부와 관계없이 “운전 중에 통화를 하면 사고가 날 확률이 4배나 높다”고 발표했습니다. 국내에선 이런 실험결과를 전하는 짤막한 외신 번역 기사 외에는 아직 이슈화된 적은 없습니다.

- 미국의 사례

 지난 2011년, 미국에선 한 대형 트럭 운전자가 부주의로 사고를 내 11명이 숨지는 일이 있었습니다. 조사 결과, 운전자가 핸즈프리 이어폰을 이용해 통화를 하고 있었고 이 것이 사고의 원인이 됐다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사건 이후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美 50여 개 주에 ‘대형 버스나 트럭 운전자의 핸즈프리 사용을 금지’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도록 권고했습니다. 위험성이 입증됐으니, 만약 사고가 났을 때 위험성이 큰 차량의 운전자들만이라도 규제를 하기로 한 겁니다. 미국 30여 개 주에선 스쿨버스 운전자들의 핸즈프리 사용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의 사례지만 이 같은 대형 차량, 특히 스쿨버스 이용자의 핸즈프리 규제같은 부분은 충분히 눈여겨 볼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은 운전 중 휴대전화 사용을 금지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닙니다. 휴대전화 사용으로 인한 폐해가 늘고 사고가 늘자 규제하기 시작했습니다. 내년부터는 운전자의 DMB 시청도 규제합니다. 이 역시 지난해 5월 DMB를 시청하던 트럭 운전자가 사고를 내 상주시청 소속 여자 사이클 선수 3명이 숨지고 4명이 다치는 참사가 나고 나서 공론화되기 시작했습니다. 규제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장비의 위험성을 인식하고 주의를 환기시키는 데도 공론화의 과정이 필요하단 겁니다. 위험성이 입증됐다면 이를 알리고 또 운전자들은 주의를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핸즈프리가 위험하니 규제하자고 하는 건 조금 복잡한 문젭니다.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위 실험을 진행했고 취재 과정에서 자문을 해 준 한 박사님은 실험결과를 내고 난 뒤 항의 전화를 백 통도 넘게 받았다고 합니다. 실험 제대로 한 것 맞냐는 항의부터 누구 밥줄 끊을 일 있냐는 항의까지 말입니다. 미국에서 비슷한 규제 논의가 있었을 때도 과도한 규제 아니냐는 반론이 있었습니다. 법이 안방까지 들어올 수 없듯, 차 안까지 들어오는 것은 영 탐탁치 않은 일입니다. 앞서 말한 영국 교통법에서 처벌 규정을 따로 두지 않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그러나 “핸즈프리가 무조건 완전하지 않다”는 게 사실이라면 규제를 떠나 이를 알리고 운전자가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 논의를 거쳐야겠지요. 언제까지나 판단은 운전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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