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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청바지 잘못 입다가 암에 걸린다?

발암 물질 위해성 논란일어

[취재파일] 청바지 잘못 입다가 암에 걸린다?
한국소비자 연맹에서 국내 출시된 15종의 청바지를 대상으로 품질과 안전성 비교 결과를 내놓았습니다.

가장 충격적인 건 베이직하우스의 청바지에서 발암물질 아릴아민이 검출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아릴아민은 청바지의 염료 가운데 하나인 벤지딘이란 물질이 화학적 변화를 일으킬 때 나오는 물질인데, 염료 고무 직물 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혈뇨에 이은 방광암이 집중적으로 발생하면서 암을 일으키는 원인으로 지목된 물질입니다.

해당 청바지는 중국에서 생산돼 수입해 오는데 베이직하우스 측은 "최초 수입 단계에서는 염료 성분 검사에 문제가 없었는데 이번 검사에서 검출돼 추가 판매 금지 조치와 환불 조치에 들어가겠다"며 공식적인 사과의 뜻을 밝혔습니다.

이밖에도 게스,빈폴 등 6개 청바지 염료에선 내분비장애 유발 물질인 NPEs(노닐페놀 에톡시레이트)가 기준치 이하로 미량 검출됐습니다.

나이키, 아디다스, H&M과 같은 글로벌 기업들은 지난 봄 인체에 유해한 의류 염색 재료인 이 NPEs 와 함께 점퍼등의 방수용 물질인 PFCs를 2020년까지 완전히 사용하지 않겠다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청바지에서 미량이나마 발암 물질이나 내분비장애유발 물질이 검출되었다면 소비자에겐 더 없이 꺼림직한 일이고 청바지 업체에게는 소비자 건강과 관련된 이슈로 막대한 손해와 책임, 향후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는 일이겠죠.

하지만 이번 소비자 연맹이 내놓은 가격 품질 안전성 관련된 취재 과정에서 제가 고개를 갸웃거린 부분이 몇가지 있었습니다.

먼저 청바지 브랜드 가운데 12개 브랜드, 특히 남성 청바지를 대상으로 했는데 그 가운데 베이직하우스와 캘빈클라인,리바이스만 한 브랜드에서 2종류의 청바지가 조사 대상에 올랐습니다. 판매량과 선호도와는 무관하게 말입니다.

그리고 베이직하우스 청바지 가운데 하나에선 발암물질이, 또 하나에선 기준치 이하의 NPEs가 검출됐습니다. 리바이스는 2개 모두 가장 좋은 점수를 받고 가장 우수한 청바지로 추천받았는데  리바이스 청바지 가격은 16만원 대로 5만원 대인 베이직하우스 청바지의 3배 수준입니다.

온라인에선 '싼 게 비지떡 아니냐'는 의견이 붙을 게 뻔한데요 보도자료는 발암물질의 위험성이 아니라 리바이스 제품의 우수성으로 시작합니다.
청바지보도자료

인터뷰를 위해 접촉한 의사 전문가들의 청바지 내 발암물질에 대한 판단도 조금씩 차이를 보이면서도 대체로 부정적인 면으로 비슷합니다.

최근 꽉끼는 청바지가 유행이니 피부 흡수로 인한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진 건 사실이지만 청바지를 입는 것만으로 암에 걸린다고 생각하기는 힘들다는 겁니다.

의사, 산업 의학과와 화학 관련학과 교수들의 공통된 의견은 대체로 첫째 발암 물질 아릴아민이 벤지딘 염료 자체에 그대로 존재하는게 아니라 화학 분해 같은 과정에 의해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아릴아민은 청바지에 클로로벤젠 또는 자일렌으로 염료를 추출하여 농축하고 메탄올로 녹인 후 완충 용액에 분산시키고, 히드로아황산나트륨(NA2S2O4)용액으로 환원시키는 복잡한 검출 과정을 거칩니다.)

둘째 설사 발암물질이 나온다 해도 소화기, 호흡기가 아닌 피부로 장기간 접촉한다해서 흡수될 수 있는 양이 아닐 수 있다는 겁니다. 더군다나 청바지를 사 입고나면 여러차례 빨래를 해가면서 입을 것이기 때문에 가능성은 더욱 낮다는 겁니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차라리 도로상의 차에서 나오는 매연, 오래된 건물 천정 위에 있는 석면 등에 의해 암에 걸릴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의견과 청바지 빤 물로 밥을 해먹거나 찌개를 끓여먹지 않는다면 암 근처에도 갈 수 없다는 농담 섞인 이야기까지 있었습니다.  

이와 함께 소비자연맹의 조사 내용 발표 과정에서도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있었습니다.

먼저 세종시의 발표 과정에서 소비자연맹 관계자는 이른바 환경 호르몬 물질로 통하는 NPEs가 "노닐페놀이라는 발암성의 물질인 내분기계 장애물질"이라며 이를 발암성 물질로 표현했습니다.

또 이날 아침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NPEs가 (우리와 유럽의 기준치에 못미치는 양으로) 검출된 청바지들은 '게스' '빈폴' '버커루' '에비수' '잠뱅이' 'TBJ' 라고 발표한 뒤 SBS를 포함한 대부분 언론들이 이렇게 보도했는데 갑자기 오후 4시경 잠뱅이를 빼고 베이직하우스로 정정한다는 문자를 보내는 어이없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소비자연맹의 조사는 청바지 소비자의 선택을 위해 또 소비자의 안전을 위해 분명 필요한 역할을 한 것입니다.

하지만 자칫 과장된 표현으로 소비자에게 필요 이상의 공포심을 심어준다거나 어느 한 업체에 씻을 수 없는 타격을 입힐 수 있다는 점은 함께 고민해 볼 문제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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