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딱지가 붙어 있으면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들어요.”
대형마트 친환경 코너에서 만난 중년 여성이 했던 말입니다. 그곳을 찾는 이들 대부분은 아마 비슷한 마음으로 친환경 농작물을 선택할 겁니다. 가족들의 건강을 위해서, 조금 비싸더라도 더 신선하고 몸에 좋은 먹을거리를 선택하자. 한때 새롭게 등장했던 ‘웰빙(well-being)’이란 단어를 우리 일상에 빠른 속도로 정착시킨 일등 공신은 단연 ‘친환경’입니다. 이제 백화점 식품관이나 대형마트에서 친환경 상품을 찾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죠. 그런데 이렇게 넘쳐나는 친환경 농작물은 도대체 누가, 어떤 기준으로 인증해주는 걸까요?
친환경 작물을 인증하는 기준은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농약과 비료 사용에 따라 유기농 작물과 무농약 작물로 나뉘는데요. 원래 전환기유기, 저농약 등 종류가 더 많았지만 지난 2010년부터 두 가지 종류로만 구분하도록 분류 방식이 바뀌었습니다. 유기농작물은 2년 이상 (다년생작물은 3년 이상) 유기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일절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작물입니다. 인증을 받으려면 꽤나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죠. 무농약 작물은 화학비료를 권장량의 1/3 이하로 적게 사용하고 유기합성농약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인증받을 수 있습니다. 물론, 한 번 인증 받았다고 평생 친환경 딱지를 붙일 수 있는 건 아닙니다. 유기농은 1년, 무농약은 2년의 인증 유효기간이 있습니다. 시중에서 친환경 작물이 일반 작물보다 훨씬 더 비싸게 거래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엄격한 인증절차를 두는 건 당연해 보입니다.
친환경 인증은 신청자에 한해 심사를 거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일단 개별 농가에서 친환경 인증을 받고 싶다고 신청하면 인증기관에서 현장 조사와 심사를 거쳐 인증 여부를 결정하는 식이죠. 심사를 통과한 농가는 인증서를 받고 출고하는 작물에 인증마크를 붙일 수 있습니다. 시중에 판매된 이후에는 생산 과정 조사나 제품 조사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친환경 재배 사실을 확인받게 돼 있습니다. 이때 농약이나 비료를 쓴 사실이 적발되면 의무사항 위반으로 행정처분을 받게 됩니다.
'친환경 작물 3개 中 2개는 민간기관 인증'
그렇다면 인증을 해주는 주체는 누굴까요? 현재 친환경 농작물 인증 업무는 농림수산식품부 산하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이 총괄하고 있습니다. 전국에 있는 지역 사무소에서 인증업무를 수행하고 있죠. 그런데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민간 인증기관’에서도 똑같은 업무를 하고 있습니다. 전체 인증 건수 가운데 민간 인증이 차지하는 비율은 해마다 꾸준히 늘어 지난해 67.6%를 기록했습니다. 매장에 있는 친환경 상품 세 개 가운데 두 개는 민간기관이 인증했단 뜻이죠.
그런데 얼마 전 검찰 수사를 통해 몇몇 민간기관의 허술한 인증이 도마에 올랐습니다. 이들 기관이 인증해준 친환경 재배지가 실제로는 묘지나 저수지, 가정집 등 농지와는 거리가 먼 땅들로 밝혀진 겁니다. 농약 사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수질검사나 토양검사에서도 시료를 바꿔치기한 사실이 적발됐고 심지어는 공무원들까지 가담해 허위 인증을 남발한 사례까지 드러났습니다. 물론 모든 민간 기관에 문제가 있다고 일반화할 순 없지만, 이들을 관리 감독할 의무가 있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큰 잘못이 있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끝나지 않은 '가짜 친환경'의 공포
친환경 인증 업무가 민간 업체에 넘겨지기 시작한 건 지난 2002년부터입니다. 전국에 있는 민간업체는 76곳으로 7년 전과 비교했을 때 두 배 이상 늘어났습니다. 농식품부에서 2013년까지 모든 인증업무를 민간에 완전히 이양한단 계획을 세우고 민간 인증을 장려해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수사에서 밝혀졌듯 민간 업체는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민간업체가 오로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인체 허용 기준의 21배가 넘는 농약이 검출된 작물에 친환경 인증을 해줄 때도 정부기관은 까맣게 모르고 있었습니다.
농식품부는 뒤늦게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에 나섰습니다. 검찰 수사 결과 발표 다음날, 앞으로 인증기관과 인증심사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고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관리대책을 발표했습니다. 하지만 민간 이양에 대해서는 시기를 조정한다고 발표했을 뿐 기본적인 방침은 유효하다고 확인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과연 이번 대책이 ‘가짜 친환경’을 줄이는 데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인증 업무가 민간에 맡겨진 이상 이익에 따른 영업 행위는 끊이지 않을 테니까요. 인증 업무는 민간의 ‘이익’을 위한 행위가 아니라 공공의 ‘선(善)’을 위한 행위여야 합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인증 업무를 다시 공공의 영역으로 가져오는 방안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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