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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김준호 시구’를 바라보는 불편한 시선

“앉으나 서나 시구잖아”를 외치던 개그맨 김준호씨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시구의 꿈을 이뤘습니다. 자신의 인기 개그코너 캐릭터인 ‘사귀자’의 모습으로 등장해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폭소를 자아냈고, 클라라의 섹시시구를 흉내 내 화제를 모았습니다. 필자도 김준호씨의 개그코너를 즐겨보는 팬으로서 큰 웃음을 지으며 시구 장면을 바라봤습니다. 그런데 김준호의 시구를 불편해 하는 시선도 있었습니다.

“김준호는 두산팬 아니잖아!”
김준호씨는 차를 타고 등장해 두산 마스코트 곰돌이의 안내를 받으며 1루쪽 두산 응원단을 바라보고 두산 팬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쳤습니다. 그리고는 마운드에 올라 바로 시구를 했습니다. 이후 몇몇 지인들이 “김준호가 두산팬이었어?”라고 물어왔습니다. 딱히 알 길이 없어 인터넷 여기저기를 검색하고, KBO 취재 통해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충청남도 논산이 고향인 김준호씨는 한화팬이었습니다. 얼마전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출연해 “‘자나자나 개그‘ 이후 시구 제의가 들어 왔지만 거절했다. 시구는 대전에서 하고 싶다. 그런데 성적이 너무 안 좋아 걱정이다”라며 한화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일부 두산 팬들은 야구 관련 사이트 게시판에 ’한화팬‘ 김준호의 시구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김준호가 시구자로 결정되자마자 반대하는 여론까지 형성됐습니다. “한화팬이 왜 두산 홈경기에서 시구를 하냐?”는 거였습니다. 

시구자 선정은 이렇게
프로야구 정규시즌과 플레이오프까지는 홈팀에서 시구자를 결정합니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시구만큼은 KBO가 선정합니다. 모두가 즐기는 한국야구 최대 축제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김준호씨의 시구‘ 역시 KBO의 작품입니다. KBO측은 “시구 후보군을 미리 여러 명 선정해 놓고 내부 회의를 통해 일정에 맞는 후보자를 하루전에 선정한다.”고 밝혔습니다. 2013 한국시리즈를 앞두고는 연예인 일색인 시구를 지양하고 다양한 직종에서 선발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습니다.

1차전 시구는 암벽 여제 김자인이었습니다. KBO에 따르면 “김자인은 지난해 한국시리즈 7차전 시구 후보였다. 그런데 6차전에서 시리즈가 끝나면서 무산됐고, 이번 한국시리즈 1차전 시구자로 선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선정 이유는 “비인기 종목인 스포츠클라이밍에서 한국인 최초로 세계랭킹 1위에 오른 도전정신이 높은 점수를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2차전 시구는 인터넷 공모를 통해 선정한 일반인이었습니다. 부상으로 프로야구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던 전직 야구선수였습니다.
3차전 시구는 대통령이었습니다. KBO는 “여성 야구팬이 급증하고 있고, 야구의 높은 위상을 보여준다는 의미에서 청와대에 요청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4차전 시구는 감동이었습니다. 1970년대와 80년대 동대문야구장에서 한국 최초의 여성 장내 아나운서로 활동한 72세의 모연희 여사였습니다. 모연희 여사가 마운드에서 마이크를 잡고 ”삼성의 1번타자 센터필더 배.영.섭. 두산의 1번타자 센터필더 이.종.욱.“이라고 여전히 꾀꼬리같은 목소리로 호명했을 때 많은 중년의 야구팬들은 향수에 젖었습니다. 그리고 5차전 시구자가 개그맨 김준호씨였습니다. KBO는 ”김준호씨쪽에서 연락이 왔다. 연예인도 한 명쯤 시구자로 포함시킬 계획이었고, 방송에서 워낙 시구하고 싶은 연예인으로 잘 알려져 있어 내부회의를 통해 결정했다.“고 밝혔습니다.

사실 한국시리즈 시구자가 어느팀 팬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말 그대로 한국야구의 축제니까요. 그래서 한국시리즈 시구자들은 홈팀 유니폼 대신 코리언시리즈라고 영문으로 씌여진 윗옷을 입고 던집니다. 그런데 1차전 시구자 김자인씨는 자신이 삼성 오승환의 팬이라고 밝혔고, 2차전 시구자는 대구 출신 삼성 팬이었습니다. 그리고 3차전 역시 대구 출신 박근혜 대통령이었습니다. 5차전은 한화팬 김준호씨였습니다. 일부 두산팬들이 시구자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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