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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송아지값 만 원? 아니 공짜!!!

[취재파일] 송아지값 만 원? 아니 공짜!!!
젖소라고해서 수컷까지 우유를 주지는 않습니다. 암컷이, 그것도 새끼를 낳은 뒤에라야 우유가 나옵니다.
그래서 목장에서는 매년 인공수정을 시킵니다. 우유는 원래 얼룩송아지 몫을 뺏어 먹는 겁니다.

매년 태어나는 얼룩송아지 가운데 절반은 당연히 수컷입니다. 젖이 안 나오기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찬밥 신세입니다. 수컷은 고기용으로 따로 키우는데 그 이름이 바로 육우입니다. 육우가 젖소 수컷이라는 점과 함께 우유 생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매년 일정 숫자가 태어난다는 점, 저도 이번에 알았습니다.

이런 육우 송아지값이 사실상 '0'원까지 추락했습니다. 돈 만 원에도 안 가져가는 통에 젖소 목장에서는 난리가 났습니다. 우유를 짜는 목장에는 수컷을 위한 공간이 없기 때문입니다. 전 같으면 소장사들이 알아서 가져갔습니다. 3년 전만 해도 평균 30만원에 거래가 이뤄졌습니다.

원인은 단순합니다. 키워봤자 손해라는 겁니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를 보면 육우 1마리당 생산비는 397만 원입니다. 인건비, 자본금 다 빼고 순수하게 송아지 값과 사육비를 더한 액수입니다. 하지만 스무 개월 남짓 키워 팔 때는 353만 원을 받았습니다. 1마리당 44만 원을 손해 본겁니다. 인건비와 자본금까지 보태면 손해가 130만 원이 넘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육우 농가들이 송아지를 가져갈리 만무합니다. 만 원이 아니라 거져준다고 해도 안 가져가는 게 당연합니다. 상당수의 육우 농가들은 사료값이라도 건지는 한우로 전업하고 있습니다.

그럼 상황이 왜 이렇게 됐느냐. 원인은 다시 한우에 있습니다. 한우 사육두수가 너무 많아서 한우값이 폭락했기 때문입니다. 한우가 반값 세일까지 나서는 마당에 한우의 평균 60% 가격이었던 육우는 설 자리가 없어진 겁니다.

하지만 문제는 설 자리가 없어졌다고 해서 육우를 안 키울 수도 없다는 데 있습니다. 앞에서 말씀드렸듯, 우유 생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육우가 국내 소고기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2%입니다. 그리 높지는 않지만 줄이고 싶어도 줄일 수 없는 비중입니다.

지금까지는 군납 물량을 늘리는 등의 방식으로 간신히 유지해 왔지만, 송아지 값이 '0'원까지 추락한 지금은 암담합니다. 그만큼 육우 농가들이 미래를 어둡게 보고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이제 젖소 수송아지는 갈 곳이 없습니다.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으면서 젖소 목장에서 살아야 합니다. 산 짐승이라 굶기지는 않는다고 하지만, 사육 여건은 나빠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아파도 어쩔 수 없습니다.
만 원도 안 하는 송아지를 위해 몇 만 원씩 들여 수의사를 부르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겨울에는 송아지 폐사율이 더 높습니다. 동물 보호차원에서 하는 얘기가 아닙니다. 육우 산업이 붕괴되면 그 여파는 생각보다 여러 곳에까지 미칩니다. 우선 어쩔 수 없이 수소를 키우는 낙농가는 경영 악화에 내몰리게 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우유값을 올려달라고 요구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실제로 수송아지 판매 수익은 원유값을 산정할 때 포함되기 때문에 이미 10% 가량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더 큰 문제는 한우 시장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겁니다. 6만에 달하는 육우 농가가 대거 한우로 전업할 경우 한우 사육두수 감소 정책은 효과를 거두기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사육 두수 증가로 인해 다시 한우값 폭락 사태를 겪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똥 냄새 맡아가며 키워봤자 손해다, 한우로 바꿔봤자 또 거기로 몰리면 제 값 못 받는다며 노는 게 남는 거라는 한 축산 농민이 똑똑하다고 느꼈습니다. 정상적인 상황일까요? 농림축산식품부에 묻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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