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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개인정보보호 강화 추진 난항…법개정 시한 연기

테러와의 전쟁 명분…정보기관 활동 제한 어려울 듯

EU 개인정보보호 강화 추진 난항…법개정 시한 연기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 강화 노력이 또다시 암초를 만났다.

지난 24∼25일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담에서 개인정보보호 강화 추진에 대한 합의와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을 뒤엎고 오히려 추진 일정이 늦춰지는 등 제동이 걸렸다.

이번 정상회의를 앞두고 프랑스 국민이 미국정보기관으로부터 무차별적인 통신 감청을 당하고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의 휴대전화도 도청당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미국의 불법행위에 대한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강력한 대응책이 기대됐다.

또한 지난 21일 유럽의회 시민자유위원회가 EU 시민의 개인정보를 미국으로 전송하는 것을 제한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법개정에 대한 희망을 부풀게 했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시한이 EU 집행위원회의 원안보다 늦춰진 2015년 이후로 합의됨에 따라 법개정 추진이 탄력을 잃게 됐다.

정상회의 선언문 초안에는 '2014년 봄'까지 법 개정 작업을 마무리하게 돼 있었으나 논의 과정에서 영국 등의 주장으로 '2014년 중'으로 수정됐다가 다시 '2015년까지'로 변경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국은 아예 시한을 정하지 말자고 주장하는 등 가장 강경하게 개인정보보법 개정 추진을 저지하는 모습을 보였다.

프랑스, 이탈리아, 폴란드 등이 유럽의회 선거가 있는 내년 5월까지는 법안을 처리하자고 요구하자 영국은 2015년 시한으로 타협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미국이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를 도청해서 화가 났다는 이유로 정당하게 활동하는 정보기관을 옥죄는 법안을 제정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캐머런 총리는 또 "(미국 중앙정보국 전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빼돌린 문서를 보도하는 것은 세계를 더욱 위험하게 만들고 적을 이롭게 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미국 정보당국이 유럽 각국과 EU에 대해 광범위한 정보수집과 도·감청 등 스파이 행위를 자행해온 사실이 드러나면서 EU의 개인정보보호 법규 강화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임에도 제동이 걸린 것은 이 문제가 얼마나 민감한 사안인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이다.

미국과 영국 등은 정보기관의 스파이 행위가 테러 대응을 위한 필요악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불법 도·감청 스캔들의 중심에 서 있는 미국은 이 같은 주장을 대놓고 펴지 못하는 상황에서 영국이 대신 나선 형국이다.

미국과 함께 광범위한 정보수집 활동을 해온 것으로 드러난 영국은 물론, 자체 정보기관을 보유한 각국 정부들이 정보기관의 활동을 제약하는 방안에 대한 합의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보기관에 데이터를 제공한 구글, 페이스북 등 인터넷 기업에 대한 규제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EU가 2010년 11월부터 추진해온 개인정보보호법 강화 방안은 그동안 EU 집행위원회의 제안과 유럽의회의 수정안이 맞서면서 추진에 난항을 겪어왔다.

또한 업계의 로비로 원안이 후퇴하면서 애초의 개인정보 보호 취지가 퇴색할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현재 EU 집행위 안과 이를 수정한 유럽의회 안을 놓고 치열한 로비와 공방이 진행되고 있어 다수의 조항이 변경될 가능성이 있다.

유럽의회 위원회에서 통과된 개정안 자체도 이미 원안에서 상당히 후퇴한 것이지만 앞으로 본회의 통과와 EU 28개 회원국 승인 과정에서 원안의 목적을 살리기 어려울 정도로 법개정 노력의 성과가 '용두사미'가 될 가능성도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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