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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운장' 김진욱 감독은 얼마나 운이 좋았을까?

[취재파일] '운장' 김진욱 감독은 얼마나 운이 좋았을까?
2006년 독일월드컵때 한국축구대표팀을 지휘했던 아드보카트 감독은 “명장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적당한 실력과 적당한 용기와 적당한 행운이 함께하는 지도자”라고 답했습니다. 한국시리즈로 뜨거운 이 가을에 지나간 옛 감독의 '명장론'이 생각난 이유는 바로 두산 베어즈의 돌풍을 이끌고 있는 김진욱 감독의 '운장(運將)발언' 때문입니다.

김진욱 감독은 한국시리즈를 앞둔 미디어데이에서 두산 돌풍의 원동력을 묻는 질문에 “솔직히 운이 좋았다. 실력만으로는 그렇게 이기기 어렵다. 마지막까지 운이 따라 줬으면 좋겠다”며 스스로 운장임을 시인했습니다. 그렇다면 두산은 얼마나 운이 좋았을까요? 지난 포스트시즌을 되돌아 보겠습니다.

1.‘가을 사나이’ 최재훈의 등장

두산은 넥센과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후보 포수인 최재훈을 깜짝 선발로 내세웠습니다. 주전 포수 양의지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올 시즌 60경기 출전한 게 전부인 최재훈은 가을야구 최고의 스타가 됐습니다. 미사일 송구를 앞세워 3차전에서 도루를 세 번이나 저지하며 넥센의 발을 묶더니 4차전에서는 역전 결승 2점 홈런을 터뜨리며 MVP에 뽑혔습니다. 당차고 겁 없는 신예 포수는 아직까지도 공수에서 펄펄 날고 있습니다.

2.두산을 살린 ‘4번 타자 1루수’

김진욱 감독은 준플레이오프 1,2차전에서 김현수를 4번타자 겸 1루수로 투입하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최악의 결과를 맛봤습니다. 김현수는 타석에서도 수비에서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2연패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김진욱 감독은 고민 끝에 원래 대로 돌아 왔습니다. 3차전에서 김현수를 3번 타자 좌익수로 돌렸고, 거포 최준석과 오재일을 교대로 4번 타자 1루수로 내세웠습니다. 최준석의 방망이가 먼저 불을 뿜었습니다.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 선발 출전해 기다렸다는 듯 시원한 홈런포를 터뜨리더니, 마지막 5차전에서는 연장 13회말 대타로 나와 담장을 넘기며 기적같은 2연패 뒤 3연승의 주인공이됐습니다. 준플레이오프 MVP는 당연히 최준석의 몫이었습니다.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LG김용의의 총알 같은 타구를 거구를 날려 잡아낸 뒤 병살로 연결시키는 눈부신 호수비를 펼친 최준석은 4차전에서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하는 쐐기 홈런포를 터뜨리며 최고의 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재일이 바통을 이어 받았습니다. 오재일은 2차전에서 계속 벤치를 지켰습니다. 8회초 최준석이 볼넷을 골라낸 뒤 대주자 허경민으로 교체되자 오재일이 다음 타석부터 4번타자를 맡았습니다. 연장 11회 첫 타석에서 끝판대장 오승환에게 서서 삼진을 당했지만, 연장 13회초 두 번째 타석에서 극적인 결승 홈런을 쏘아 올리며 경기 MVP를 거머쥐었습니다. 김진욱 감독의 가장 큰 고민이었던 ‘4번타자 1루수’는 톡톡히 효자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3.‘왼손킬러’ 민병헌-임재철, 어깨로 말하다!

김진욱 감독은 LG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민병헌을 우익수 1번타자로, 임재철을 좌익수 2번타자로 전진배치 배치했습니다. LG의 깜짝 선발 신재웅에 대비한 포석이었습니다. 왼손투수 신재웅은 오른손타자에게 유독 약했고, 민병헌은 신재웅에게 9타수 3안타로 강했습니다. 오른손 테이블세터를 맡은 민병헌과 임재철은 공수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민병헌이 볼넷 한 개에 1득점, 임재철은 1안타 2볼넷에 3득점을 기록해 팀의 5대 4 승리를 이끌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수비에서 그들의 활약은 한국야구 역사에 남을 만했습니다. 9회말 역전 위기에서 강한 어깨를 앞세운 홈송구로 연이은 보살로 경기를 끝냈습니다.

4.삼성만 기다린 손시헌

손시헌은 올 시즌 최악의 한해를 보냈습니다. 시즌 막판엔 후배 김재호에게 주전자리까지 빼앗겼습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에서 김재호가 펄펄 날아다닐 때 손시헌은 벤치를 지켜야 했습니다. 그런데 김진욱 감독은 한국시리즈 1차전에서 손시헌을 선발 유격수로 내세웠습니다. 손시헌이 삼성전에 유독 강했기 때문입니다. 시즌 타율 2할5푼2리인 손시헌은 올 시즌 삼성전에서 타율 3할1푼6리에 유일하게 홈런을 기록한 팀입니다. 손시헌의 방망이는 기다렸다는 듯 첫 타석부터 불을 뿜었습니다. 올 시즌 홈런이 한 개뿐인 손시헌이 가장 중요한 한국시리즈 첫 경기에서 홈런까지 터뜨렸습니다. 4타수 3안타 2타점 1득점을 기록했습니다. 김진욱 감독이 선택한 선수는 이번에도 MVP로 보답했습니다.
두산 김진욱 감독

5.바꾸는 족족 ‘신의 한수’

LG와 플레이오프 3차전 3회말 1루수 땅볼을 친 김현수가 1루에서 LG투수 신재웅과 충돌하며 쓰러졌습니다. 발목을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던 김현수는 결국 다음 수비에서 정수빈으로 교체됐습니다. 그런데 정수빈이 일을 냈습니다. 4회 첫 타석에서 1타점 3루타를 터뜨리더니, 두 번째 타석에서는 기습 번트안타로 추가득점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그리고 7회초 이병규의 안타성 타구를 한 마리의 새처럼 날아서 낚아챘습니다. 갑자기 투입된 정수빈까지...김진욱 감독의 선택은 그야말로 ‘신의 한수’였습니다.

한국시리즈 2차전이 끝난 뒤 김진욱 감독에게 물었습니다. “오늘도 교체 투입된 김재호와 오재일이 모두 타점을 올렸습니다. 이것도 운으로 봐야 될까요?”

김 감독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운도 좋았지만, 그게 우리 선수들의 실력입니다. 원래 그만한 능력을 가진 선수들입니다” 그야말로 우문현답이었습니다. 선수들의 실력을 감독의 운으로 여기는 것도 감독의 능력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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