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껑을 열어보니 삼성은 정말 준비를 많이 했고, 선발 노경은을 집요하게 괴롭혔습니다. 타자들은 끈질기게 볼을 골라냈습니다. 풀카운트 승부가 이어졌고, 삼성 타자들은 파울타구를 양산하며 쉽게 물러 서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타격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삼성 타자들은 끈질기기만 했다는 겁니다.
국내 프로야구에서 가장 삼진 잡기 힘든 타자가 KIA 타이거즈의 이용규입니다. 볼 카운트 투스트라이크에 몰린 뒤에도 계속 커트를 해 내고, 뛰어난 선구안으로 볼넷을 골라내 상대 투수를 괴롭힙니다. 그래서 이용규는 일명 ‘커트신공’으로 불리고, 이렇게 끈질긴 승부를 ‘용규놀이’라 지칭합니다.
삼성은 용규놀이를 제대로 했습니다. 3회까지 12타자가 나와 6번의 풀카운트 승부를 했습니다. 이 가운데 파울타구는 무려 19번이나 나왔습니다. 노경은의 투구수는 3회에 70개를 찍었습니다. 반면 삼성 선발 윤성환은 계속 흔들리면서도 3회까지 49개의 공을 던졌습니다. 이쯤 되면 노경은이 흔들려야 삼성이 예상한 답입니다. 그런데 가을야구에 익숙해진 노경은은 전혀 변함이 없었습니다. 오승환의 별명 ‘돌부처’를 노경은에게 갖다 붙여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만큼 흔들림이 없었습니다.
3회까지 70개의 공을 던진 노경은은 4회부터 투구수를 확 줄여갔습니다. 4회부터 6회까지 공 33개로 모두 삼자범퇴 행진을 이어 갔습니다. 삼성타자들이 바닥까지 내려간 타격감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달려 든 덕분입니다. 5회를 버티기 힘들어 보였던 노경은은 결국 7회 원아웃까지 잡아냈고, 두산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불펜공략에 희망을 걸었던 삼성은 막판 두 차례 기회를 무기력하게 날리며 1점을 추가하는 데 그쳤습니다. 삼성의 용규놀이는 류중일 감독이 키 플레이어로 꼽았던 정병곤은 대구구장을 잠깐 흥분시켰던 파울 홈런을 날렸을 뿐 무안타로 침묵했고, 6번 타순에 배치돼 무게감을 더했던 이승엽은 허무함만 더했습니다.
어쨌든 삼성의 ‘용규놀이는’ 빗맞은 파울타구만 양산한 채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공략 포인트를 제대로 짚었지만, 무뎌진 타격감으로는 노경은의 내공을 넘어설 수 없었습니다. 과연 2차전에서는 삼성이 어떤 변화를 줄 지 관심입니다. 2차전 선발은 삼성 벤덴헐크, 두산 니퍼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