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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누구의 검사도 아닌 '그냥' 윤석열 검사

[취재파일] 누구의 검사도 아닌 '그냥' 윤석열 검사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검찰 출입 기자들에게 잘 알려진 인물입니다.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대형 수사에 여러 번 참여했기 때문입니다.

윤 지청장은 2006년 현대자동차 수사에 참여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유명해졌습니다. 윤석열 검사는 고양지청에서 근무하면서 현대자동차 비자금과 관련된 제보를 받았습니다. 제보자를 조사한 윤 검사는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의 단초가 되는 핵심 첩보를 만들었습니다.

대검 중수부에서 일하게 된 윤 검사는 현대자동차 수사에 참여했습니다. 하나 하나 혐의가 드러나면서 검찰은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검토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검찰 수뇌부는 고민했습니다. '윗선'에서 불구속 수사를 검토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윤석열 검사는 후배인 윤대진 검사(現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와 함께 구속영장를 막는다면 사표를 내겠다고 지휘 라인을 압박했습니다. 결국 검찰총장의 재가를 받아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정몽구 회장은 구속됐습니다. 윤석열 검사와 윤대진 검사에겐 그 때부터 '대윤 大尹' '소윤 小尹' 이라는 별명이 붙었습니다. (두 사람은 이 별명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검사에게 별명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두 사람이 얼마나 유명한지 잘 보여주는 것입니다.)

윤석열 검사는 이후로도 큰 사건들을 맡았습니다. 서울서부지검에서 수사를 맡은 신정아 게이트 사건에 소방수로 투입됐습니다. BBK 특검에 파견을 나가기도 했습니다.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 대검 중수부 중수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 특수 검사가 할 수 있는 요직을 잇달아 거쳤습니다. 사법연수원 23기의 대표적인 특수통 검사이자 선두 주자 중 한 명이었습니다. 검찰을 취재하는 기자들로서는 모를 수도 없고 몰라서도 안되는, 잘 나가는 검사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윤석열 지청장이 '국민 검사' 불리는 현실은 무척 낯설고 당황스럽습니다. 적어도 지금까지 법조기자들이 알고 있던 윤석열 검사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윤석열 검사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를 기소한 것이 불과 1년여 전입니다.  윤석열 당시 대검 중수1과장이 수사에 착수하자 잊혀져 가던 노무현 비자금 의혹이 다시 불거졌습니다. 의혹의 출처는 주로 보수 언론이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중수부장은 야권에서는 최악의 정치검사로 평가하는, 하지만 윤석열을 비롯한 대다수 특수 검사들로부터는 대단히 존경을 받는 최재경 검사장이었습니다. 야당은 대선을 앞두고 친노진영을 견제하려는 정치 수사라고 공격을 퍼부었습니다. 그러나 노정연씨는 윤석열 검사가 기소한대로 외환관리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압습니다. 윤 검사와 중수부 수사를 비판했던 사람들이 입장을 철회했다거나 사과했다는 소식은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똑같은 사람들이 이번엔 윤석열을 두고 '국민 검사'라고 부르고 있는데 말입니다.

윤석열 검사가 '종북 좌빨'이라거나, '친노' 검사라는 비판도 어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실명을 밝히기는 어렵지만 윤 검사의 가까운 친구 중에는 여당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은 여러 명 있습니다.  변호사로 잠시 일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검찰로 복귀한 이력을 문제 삼는 것도 터무니 없습니다. 검찰에 복귀한 직후 윤 검사가 한 일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인 안희정 도지사와 강금원 회장을 수사한 것이었습니다. 윤 검사가 검찰 복귀 후 처음으로 발령받은 곳이 광주지검이라는 사실을 애써 강조하는 발언에선 '지역주의'를 자극하려는 의도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윤석열 검사와 사법연수원을 함께 다녔다는 한 법조인은 "윤석열은 '그냥 검사'"라고 말했습니다. '그냥 검사'라고 부르기에는 좀 잘 나갔던 인물이긴 합니다. 오랜 기간 특수 수사 계통의 요직을 거치며 때로는 여당을, 때로는 야당을 괴롭혔습니다. 그러니 윤석열에 대해서 여러 근거를 대며 비판 할 수 있고, 또 여러 이유를 들어 칭찬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국민 검사'라는 찬양이나 '좌빨 검사'라는 비난은 과녁을 빗나가도 한참 빗나간 설명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윤석열은 누구의 검사도 아닙니다. 그냥 검사 윤석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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