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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中 '신쾌보' 사태…언론자유 몸부림 '꿈틀'(?)

[월드리포트] 中 '신쾌보' 사태…언론자유 몸부림 '꿈틀'(?)
"석방을 재차 촉구한다"

윤영현 취재파일
중국 광둥성의 유력 신문인 신쾌보(新快報)의 오늘자(24일) 1면 기사 제목입니다. 공안(경찰)에 체포된 자사 기자 천융저우(陳永洲)를 석방하라는 기사가 이틀째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으로 선전 당국의 엄격한 통제를 받는 중국 언론 환경에서는 극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중국에서 언론의 자유에 대한 논쟁이 재점화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는데요.

윤영현 취재파일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천융저우는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15차례에 걸쳐 후난성 창사시에 본사를 둔
중국 2대 건설장비 업체인 중롄중커(中聯重科)의 재무비리에 관한 심층보도를 연재했습니다. 중롄중커측은 보도 내용을 부인하며 천 기자를 고소했고, 창사시 공안은 '기업 이미지 실추죄'를 적용해 지난 18일 천 기자를 체포했습니다. 천 기자의 보도 가운데 일부 비판 내용이 구체적 근거가 없는 주관적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신쾌보측은 "책임감을 갖고 기사를 쓰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순진한 생각이었다"며 "모든 문제를 법으로 해결해야지 사람을 먼저 잡아 가두고 나중에 심사하자는 식으로 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든 법률적 수단을 동원해 기자의 정당한 취재 권익을 보호하겠다. 당국도 이 사안을 법에 따라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윤영현 취재파일
천 기자가 보도한 내용이 사실인지, 구체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기사를 작성했는지 등은 앞으로 진행될 조사 과정 등에서 차차 밝혀질 것이고, 이번 사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건 공안이 천 기자를 체포하며 적용한 형법상 '기업 이미지 실추죄' 입니다. 과연 공익적 목적을 띠는 기자의 보도 행위에 이 조항을 적용할 수 있느냐는 겁니다.

부정적 보도를 하겠다고 협박하거나, 부정적 보도를 통해 기업이나 기관으로부터 돈을 뜯어내거나, '뒷돈'을 받고 우호적인 기사를 써주는 일부 파렴치한 기자들의 행동은 형법상 '공갈죄'나 '뇌물수수죄'로 처벌하는 게 보통이었습니다. 그런데 '기업 이미지 실추죄'의 경우 기업이나 기관에서 얼마든지 자의적으로 해석해 남용할 위험이 있습니다. 사실 기업을 '홍보'해주는 기사가 아닌,  탈세 등 기업의 비리나 문제점을 파헤치는 기사의 경우 당연히 해당 기업의 이미지는 실추되기 마련인데 이걸 문제 삼아 기자를 처벌할 경우 기자들은 아무래도 위축될 수 밖에 없습니다. 기업이나 기관이 '이미지 실추'를 '전가의 보도'처럼 마구 휘두를 경우 언론의 사회적 감시, 비리 고발 기능이 위축될 수 있다는 겁니다.

윤영현 취재파일
공안이 천 기자에 대한 체포는 적법하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지만, 중국의 언론과 여론은 공안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관변단체 성격이 짙은 중국기자협회는 신쾌보가 위치한 광둥성 정부 그리고 천 기자가 체포된 후난성 정부와 동시에 접촉하면서 실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국무원 직속 기구, 즉 정부의 입장을 담는 관영 신화통신도 우회적이지만 사실상 신쾌보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신화통신은 "정당한 취재 권리는 침범 받아서는 안된다"며 언론학자와 법학 전문가들의 발언을 인용해 기자들에게 '기업 이미지 실추죄'를 함부로 적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보도했습니다. 

이번 신쾌보 사태를 보면서 올 1월 '남방주말' 파업 사태가 떠오른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진보 성향의 남방주말은 당시 입헌 정치 실현과 이를 위한 정치 체제 개혁을 요구하는 신년 사설을 게재하려다가 선전당국에 제지당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기자들이 편집권 독립을 요구하는 언론 자유를 주장하며 사흘 동안 파업을 벌였습니다. 당시 베이징의 유력지인 신경보 등은 남방주말 기자들을 비난하는 내용의 칼럼을 실으라는 선전 당국의 지시를 거부하면서 당국과 언론 사이의 갈등이 연쇄적으로 터져나오기도 했는데요. 다행히 당국이 파업 참가자들을 처벌하지 않고 (형식적으로나마)검열도 하지 않겠다고 양보하면서 남방주말 사태는 '봉합'됐었는데요.

사실 시진핑 체제가 들어서면서 중국 언론계에서는 언로 확대와 언론의 자율성 강화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지금까지는 중국의 언론 자유에 대해 높은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입니다. 최근들어 유언비어 단속을 내세워 인터넷 여론을 더욱 옥죄면서 부정적인 평가도 더 늘고 있는 듯 한데요.

어쨋든 시진핑 정부는 취임 일성으로 '부패와의 전쟁'을 선포할 정도로 부패 척결 의지를 강조해왔습니다. 언론들도 이런 정부의 선전 방침에 적극 호응해 왔고, 당국은 기업 비리, 권력 비리(하급 관리일수록 )에 관한 문제에 있어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언론의 자유(?)를 향유할 수 있도록 풀어주고 있는 듯 합니다. 다만 정치 개혁 문제나 공산당 비판 등 사회주의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비판에 대해서는 여전히 철저한 '언론 통제'를 가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최근 언론 자유, 인권 및 사법부 독립 등 `7가지 체제 도전 요소를 입에 올리지도 말라'고 최근 공산당 간부들에게 지시했습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본다면, 기업 비리를 고발한 기자를 체포한 이번 '신쾌보' 사건은 언론에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앞서 지적했듯 한계 역시 뚜렷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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