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태안 사설캠프 사고 100일…유가족 '눈물의 절규'

태안 사설캠프 사고 100일…유가족 '눈물의 절규'
지난 7월 18일 충남 태안군 안면읍 백사장 해수욕장에서 열린 사설 해병대 캠프에 참가했던 충남 공주사대부고 학생 5명이 바닷물에 휩쓸려 숨지는 사고가 발생한 지 25일로 100일째를 맞는다.

유족 대표이자 고 이병학군 아버지 이후식씨는 "들녘을 봐도 형형색색 물든 단풍을 봐도 눈물이 앞선다"는 말로 아들을 잃은 아버지의 마음을 표현했다.

국민의 기억 속에선 이미 까마득한 과거 이야기가 됐지만, 소중한 아들을 잃은 유족들은 잊으려 할수록 선명해지는 아들의 얼굴에 오늘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참사가 발생한 지 100일이 됐건만 교육 당국이 유족들에게 약속했던 진상 규명과 재발방지 대책 마련 등은 여전히 요원한 실정이다.

◇ 유족 두 번 울린 책임자 처벌 사고 직후 장례를 무기한 연기하겠다던 유족들이 "공주대 총장을 장례위원장으로 하는 학교장을 치르기로 했다"고 밝힌 것은 사고 발생 사흘째인 7월 21일 오후.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모든 캠프를 중단시키고 책임자를 엄벌하겠다는 약속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사설 캠프인 '해병대 코리아' 대표 김모(48)씨와 교관 3명 등 모두 4명을 구속됐고, 당시 교장은 파면됐다.

그러나 유족들은 학교 측과 여행사 사이의 리베이트 수수 여부, 캠프 운영과정의 부실 여부, 관할 태안군과 해경의 관리감독 소홀 여부 등 사고 당시 제기됐던 여러 의혹이 거의 해소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기가 막힌 유족들이 태안군, 태안해경, 검찰 등에 호소도 하고 항의도 했다.

청와대와 국회, 법원 등 '아픔'을 들어줄 만한 곳이라면 어디든 호소문도 보냈지만, 돌아온 답은 없었다.

유족들이 외상후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이유도 아이들의 한을 풀어주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 유족은 "어린 학생의 안전은 뒷전인 채 돈벌이에 눈이 멀어 벌어진 이런 사건이 되풀이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 헌신짝처럼 버려진 유족과의 약속 숨진 학생들이 하늘나라로 떠나던 날 오전 공주대와 유족들은 보상 문제를 놓고 마주 앉았다.

양측은 국가보상금과 특별위로금 지급, 장학재단 설립, 국가 차원의 의사자 지정, 희생 학생들의 명예졸업 추진, 추모비 건립 등에 합의했고, 영결식이 진행됐다.

그러나 100일이 다 되는 지금 유족들은 책임자 처벌은 물론 보상 문제 역시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보상금은 절반 수준으로 깎였고, 장학재단 설립은 없었던 일이 돼 버렸다.

사고 직후 선배들이 십시일반 모은 성금은 소식도 없다.

유족에게 각각 1억원의 위로금을 전달할 수 있도록 5억원을 모으겠다던 동창회의 말에 유족들은 조의금으로 장학기금을 조성하겠다고 했으나 지금은 깜깜무소식이다.

또 다른 유족은 "뒷간에 갈 적에 마음 다르고 올 적 마음 다르다는 말은 교육부를 지칭하는 듯하다"며 "유족의 마음을 이용해 감언이설로 장례를 치르도록 권유해 놓고 인제 와서는 칼 자루를 쥔 자의 만행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시간 지나면 잊히는 대형참사 7월 24일 공주사대부고에서 열린 영결식은 말 그대로 눈물바다였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고귀한 희생을 기리고자 교육 책임자로서 온 힘을 다하겠다"고 했고, 서만철 공주대 총장은 "장맛비로도 우리 어른들의 부끄러움을 가릴 수 없다"고 말했다.

영결식에 참석한 어른은 물론 뉴스를 보던 시민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굵은 눈물을 흘렸다.

사고 이후 교육부는 사설 해병대 캠프 참가를 전면 금지했고, 박수현 의원은 목숨을 잃은 학생 전원을 의사자로 선정되도록 하는 '의사상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하는 등 정치권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서는 듯했다.

그러나 유족들은 이렇다 할 재발방지 대책이 제시되지 않은 채 참사의 아픔이 시민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는 게 아쉽기만 하다.

이후식씨는 최근 작성한 '태안 사설 해병대 캠프 참사 100일을 맞으며'라는 글에서 "태안 해병대 캠프 같은 비극은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며 "오형제는 세상과 이별해 다시는 볼 수 없지만 그들은 영원히 우리 곁에 머물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숙제를 남겨 놓았다"고 말했다.

(대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많이 본 뉴스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댓글

    방금 달린 댓글
    댓글 작성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300

    댓글 ∙ 답글 수 0
    • 최신순
    • 공감순
    • 비공감순
    매너봇 이미지
    매너봇이 작동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