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집에서 쓰시는 가전제품 가운데 전력 소모가 가장 많은 제품이 뭘까요? 정답은 전기 먹는 하마라고도 불리는 케이블이나 IP TV용 셋톱박스입니다. 냉장고나 TV보다 대기 전력 소모량이 수십 배나 더 많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절전형 셋톱박스가 있기는 한데, 시청자들의 선택권이 봉쇄돼 있다는 겁니다.
김수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유료방송을 보기 위한 필수장치인 가정용 셋톱 박스입니다.
대기전력 즉 전원만 꽂아둔 상태에서 얼마나 전력을 소모하는지 전문가의 도움을 얻어 측정해봤습니다.
42인치 대형 LED TV는 대기 전력이 0.065W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셋톱 박스의 대기 전력은 TV의 260배가 넘는 17.39W나 되는 것으로 측정됐습니다.
다른 가전제품과 비교해봐도 김치 냉장고는 가동 중에도 전력을 0.5W 소모하는 데 불과했고 전자레인지는 2.9W, 전기밥솥은 4.9W의 대기 전력을 사용했습니다.
셋톱 박스가 월등히 전력을 많이 소모하는 겁니다.
리모컨으로 전원을 끄면 대기 전력이 0.8W에 불과한 절전형 셋톱 박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 가정에선 대부분 그런 사실조차 모른 채 업체에서 설치해주는 제품을 그냥 사용하는 실정입니다.
[김광숙/유료방송 가입자 : 너무 당연하게 주는 것만 받은 것 같은데 그래야 하는 걸로 생각을 했어요. 그게 어떤 상품의 한 세트라고 생각을 한 것 같은데요.]
유료방송업계는 막대한 셋톱 박스 개발비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여러 가지 모델을 제시하고 선택하도록 할 여유가 없다고 설명합니다.
[유료방송 업체 관계자 : 더 많은 셋톱 개발을 하게 된다면 개발 비용이 실제 매출액과 맞먹을 정도로 많이 들어갈 수가 있기 때문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습니다.]
[박대출/새누리당 의원 : 오죽하면 셋톱박스를 전기 먹는 하마라고 하겠습니까. 소비자들이 전력 소모가 적은 셋톱박스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찾아야 합니다.]
정부는 지난해 대기전력을 줄여야 하는 가전제품에 셋톱박스를 포함시켰습니다.
또 기준에 미달할 경우 셋톱박스 표면에 경고 표시를 부착하도록 했지만, 권고사항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효성이 없습니다.
(영상취재 : 강동철, 영상편집 : 김경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