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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브라질 월드컵 톱시드 벨기에-콜롬비아 '눈에 띄네'

신흥강호 벨기에-콜롬비아, 오랜만의 월드컵 나들이

[취재파일] 브라질 월드컵 톱시드 벨기에-콜롬비아 '눈에 띄네'
## 브라질 월드컵의 반가운 손님들…벨기에, 콜롬비아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국들이 속속 가려지고 있습니다. 10월 FIFA 랭킹 순에 따라 톱 시드를 받는 국가들도 확정됐는데요 이 중에서 눈에 띄는 나라가 벨기에와 콜롬비아입니다. 콜롬비아가 FIFA 랭킹 4위, 벨기에가 FIFA 랭킹 5위로 톱 시드를 배정받았습니다. 벨기에는 12년만에, 콜롬비아는 16년만에 본선 무대를 밟았습니다. 저마다 보는 관점이 다를 수 있겠습니다만, 두 팀이 제 눈에 띈 것은 과거 본선에서 짧지만 강렬했던 기억을 안겨주었기 때문입니다.

## 벨기에 / 원조 붉은 악마…월드컵 4강 돌풍

'원조 붉은 악마' 벨기에는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4강 돌풍'을 일으켰습니다. 벨기에는 당시 우승
후보와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유럽에서는 유로 1984 우승팀 프랑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우승팀 이탈
리아, 준우승팀 서독 (당시), 축구종가 잉글랜드 등이 우승후보로 거론됐습니다.

첫 관문 조별리그에서 벨기에는 고전했습니다. 개최국 멕시코, 파라과이, 이라크와 함께 B조에 속했는데, 당시 약체 조로 평가받던 그 조에서 턱걸이로 16강에 올랐습니다. 아시아 대표 이라크를 2대1로 누르고 1승 1무 1패 조 3위 와일드카드로 16강에 턱걸이했습니다. 그런데 16강부터 무섭게 돌변했습니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 9골을 몰아친 막강 공격력의 소련(당시)을 16강에서 연장까지 가는 난타전 끝에 4대3으로 눌렀고, 8강에서는 유로 1984 준우승팀 스페인과 1대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5대4로 이겼습니다. 천재 미드필더이자 벨기에 축구의 영웅으로 꼽히는 엔조 시포와 골잡이 얀 클레만스, 골키퍼 장 마리 파프의 활약이 빛났습니다. 원조 붉은 악마의 돌풍은 준결승에서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를 만나 마침표를 찍었습니다. 전반까지 힘겹게 버티던 벨기에 수비진은 후반들어 마라도나의 현란한 개인기에 와르르 무너지며 2대0 패배를 맛봤습니다. 아르헨티나의 2골은 모두 마라도나가 화려하게 장식했습니다. 3-4위전에서도 프랑스에게 연장 승부 끝에 4대2로 져 4위로 대회를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벨기에는 이 대회에서 붉은색 유니폼만큼이나 강렬한 인상을 남겼습니다. 이후 벨기에는 2002년 한일월드컵까지 내리 본선에 나섰지만 16강 이상의 성적을 올리지는 못했습니다. 이후 세대교체에 실패하며 2006년 독일 월드컵과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지역 예선에서 탈락하며 변방으로 밀려났습니다.

## 한국과도 인연이 깊은 벨기에

벨기에 축구대표팀
우리나라는 '원조 붉은 악마' 벨기에와 월드컵에서 두 번 격돌했습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 우리는 벨기에와 한 조에서 편성됐는데, 당시 아시아 예선에서 9승 2무에 30득점 1실점이라는 역대 최고 성적으로 본선에 오른 우리나라는 본선 첫 상대 벨기에를 1승의 제물로 삼겠다는 출사표를 던졌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이것이 얼마나 허황된 목표였고, 우리가 얼마나 상대팀 전력에 무지했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한 마디로 우물 안 개구리였던 것입니다. 전후반 90분 내내 일방적으로 끌려다닌 끝에 2대0으로 완패했습니다. 2대0으로 진 것이 다행일 정도의 졸전이었습니다.

8년 후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두 번째로 같은 조에 속했는데, 이 때는 달랐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는 멕시코와 네덜란드에 2연패를 당하며 탈락이 확정됐고 특히 네덜란드전 5대0 참패로 차범근 감독이 중도 경질되는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김평석 코치 대행체제로 벨기에와 최종전에 임한 우리 선수들은 들끓는 국내 여론을 의식해 그야말로 죽기 살기로 싸웠습니다. 벨기에 역시 우리나라를 반드시 이겨야 16강 진출을 내다볼 수 있는 상황이었는데, 태극전사들의 투혼에 고전했습니다. 그 유명한 이임생 선수의 붕대 투혼이 이 경기에서 나온 것이죠. 우리는 1대0으로 끌려가던 후반 27분 유상철의 동점골로 1대1 무승부를 거뒀고, 벨기에는 우리의 고춧가루에 16강 진출이 좌절됐습니다.

## 비운의 팀 콜롬비아

콜롬비아의 월드컵 도전사는 비운과 비극으로 압축될 수 있습니다. 1990년부터 1998년까지 3회 연속 본선 무대를 밟았는데 그 때마다 아픈 기억을 남겼습니다. 28년만에 본선에 오른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때는 16강에 진출해 겉으로 보기에는 괜찮은 성적을 냈지만, 16강에서 전설의 '괴짜 골키퍼' 이기타의 희대의 실수로 카메룬에게 덜미를 잡혔습니다. 이기타 골키퍼는 툭 하면 골문을 비운 채 필드까지 나오고, 전갈 자세로 공을 걷어내는 일명 '스콜피언킥' 묘기로 팬들에게 재미를 선사했지만, 이 대회에서는 이것이 화근이 돼 콜롬비아 국민들에게 비수를 꽂았습니다. 중앙선 근처에서 카메룬의 로저 밀러에게 공을 뺏겨 쐐기골을 내주고 만 것입니다.

와신상담한 콜롬비아는 4년 후 더 강해진 전력으로 미국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았습니다. 발데라마와 아스프리야, 발렌시아 등 호화멤버를 앞세워 막강 공격력을 자랑했습니다. 당시 남미예선에서 마라도나의 아르헨티나를 5대0으로 대파했습니다. 그것도 원정경기에서 거둔 대승이어서 모두를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당시 축구황제 펠레는 콜롬비아를 우승후보로 점찍었는데, 결과는 '펠레의 저주'였습니다. 콜롬비아는 조별리그에서 루마니아와 홈 팀 미국에 져 1승 2패로 탈락했는데, 여기서 월드컵 역사에서 최악의 비극으로 남는 사건이 발생합니다. 미국전에서 자책골을 넣은 수비수 에스코바르가 귀국 후 총격을 받고 사망한 것입니다.

4년 뒤 프랑스 월드컵에서 콜롬비아 선수들은 유명을 달리한 동료 에스코바르를 가슴에 품고 비장한 각오로 나섰지만 결과는 1승 2패 조별리그 탈락이었습니다. 이후 콜롬비아는 본선 무대에서 자취를 감췄습니다.

## 암흑기를 끝내고…신흥강호로 부상

벨기에는 유망주 육성을 발판으로 기나긴 터널을 지나 유럽 축구의 신흥강호로 떠올랐습니다. 유럽예선에서 크로아티라와 세르비아 등 강호들을 제치고 8승 2무 A조 1위를 차지하며 12년만에 본선 진출에 성공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있는 에당 아자르(첼시), 마루앙 펠라이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드난 야누자이(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크리스티앙 벤테케(아스톤 빌라), 무사 뎀벨레(토트넘) 등 황금세대가 벨기에 축구를 이끌고 있습니다.

콜롬비아는 남미예선에서 9승 3무 4패를 기록해 아르헨티나에 이어 2위로 16년만에 본선에 오르는 감격을 맛봤습니다. 프리메라리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시절 폭발적인 득점력으로 '인간계 최고의 골잡이'라는 별명을 얻었던 팔카오가 버티고 있습니다.

톱 시드에 배정된 벨기에와 콜롬비아는 우리와도 조별리그에서 맞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선에서 드러난 전력을 바탕으로 전문가들은 벨기에는 피했으면 하는 상대로 꼽고 있는 반면, 콜롬비아는 해 볼 만한 상대로 보고 있습니다. 암흑기를 마치고 오랜만에 월드컵에 초대받은 두 팀이 이번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리의 상대팀이 될 지 관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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