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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칼럼] 람페두사 그 이후 (3)

[논설위원칼럼] 람페두사 그 이후 (3)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난민 현실을 보겠습니다. 한국은 람페두사 그 이후 ② [클릭]에서 잠깐 지적했듯이 난민들이 찾는 주요 선진국 44개국 중 하납니다. 특히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함께 단 두 나라 중 하나입니다. 그만큼 국제 사회의 기대를 받고 있다는 얘깁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떨까요? 한 마디로 아직 미비합니다. 난민을 지원하기 위한 난민법이 작년 2월에 제정돼 올해 7월 1일부로 시행됐습니다. 난민 업무를 전담하는 난민과도 법무부에 신설돼 6월 부터 업무에 들어갔습니다. 아직 국내적으로는 초보 단계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뜻밖에도 국제적으로는 난민 정책을 컨트롤할 수 있는 위치에 올랐습니다. 한국이 UNHCR의 집행이사회 의장국이 돼 10월 4일 부터 1년 임기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UNHCR은 주지하다시피 전 세계 난민을 위해 법적·물질적 지원과 보호를 하는 국제 기구로 세계 126개국에서 난민 보호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집행이사회는 이런 UNHCR의 정책·예산을 승인하고 인사·행정을 감독하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로 한국을 포함해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가진 87개국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UNHCR을 실질적으로 끌고 가는 위치인 것입니다. 최석영 주 제네바 대표부 대사가 집행이사회 의장입니다. UNHCR 본부가 제네바에 있습니다. 이쯤 되면 한국이 전 세계의 난민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게 당연한 일 아닌가요? 현실을 보겠습니다.

법무부 캡쳐_500


법무부 난민과에 따르면 94년부터 올해 8월 31일 까지 5,834명이 난민을 신청했습니다. 이 중 난민으로 공식 인정된 경우는 340명, 인도적 체류자가 176명, 불인정이 2,641명, 신청 철회자가 1,061명에 이릅니다. 아직 심사 중인 경우도 1,616명입니다.

법무부는 난민인정률을 8.1%라고 설명합니다.(난민 인정자 + 심사결정 종료자) 그래서 난민 보호율이 12.2%(인정자+ 인도적 체류결정자+심사 결정 종료자)라고 집계했습니다. 국내에 들어와 난민 신청을 하는 사람들의 국적은 다양합니다. 파키스탄 출신이 1,126명으로 가장 많았고, 스리랑카, 네팔, 나이지리아, 중국, 미얀마, 시리아, 우간다, 방글라데시, 에티오피아 순입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최근 들어 난민 신청이 늘고 있는 데, 2011년에 비해 2012년에 28%나 급증했습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차이가 있습니다.

UNHCR에 따르면 터키와 미얀마 출신들이 일본을 선호하는 데 비해, 한국에는 스리랑카와 파키스탄 출신 난민들이 주로 들어온다는 것입니다.

난민 신청 사유를 보면 역시 정치적인 문제가 가장 많아서 1,968명, 1/3이 넘습니다. 이어서 종교적인 문제가 1,006명이니까 이 두 가지 요인이 전체의 절반이 넘습니다. 이어서 인종 문제, 특정 집단, 가족 결합, 국적 문제의 순으로 신청을 했습니다. 아직 한국에는 환경적 요인에 의한 난민은 뚜렷이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인접국에서 그런 상황이 벌어지지 않기 때문일 것입니다.

자 그런데 이상한 점 못 느끼셨습니까? 인접국이라고 했는 데 우리에게는 북한이라는 엄청난 잠재적 난민 발생 '국가'가 존재합니다. 물론 우리 헌법상으로는 북한은 국가가 아닙니다. 위에 주요 난민 출신 국가 10개국을 늘어놨는 데 북한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자, 실제로 탈북자라는 형태로 우리에게 친숙한 북한 출신 난민들은 어떻게 된 것일까요? 이른바 탈북자는 아직 국제 사회에서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고 있습니다. 우선 우리나라가 북한을 별도의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한국은 북한 출신 주민을 내국민으로 인정합니다. 우리 국민이 북쪽에서 남쪽으로 이주한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 중국이 난민 인정 여부의 관건이 될 텐데 중국은 아직도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탈북자들이 중국으로 탈출해도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고 쫓겨 다닐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탈북자들은 법무부의 소관이 아니라 통일부와 국정원 소관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한국도 중국도 탈북자는 난민으로 취급하지 않는 것입니다. 탈북자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미국이나 영국 같은 나라로 가면 난민 대우를 받습니다.

그렇다 보니 한국에서 살다가도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는 사실을 없애 버리고 이런 나라들에 난민 신청을 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우리는 그동안 한국이 난민 문제와 무관한 나라라고 오해했습니다. 그렇지만 이런 세계의 현실을 보면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특히 최근 시리아 난민의 증가폭을 보면 놀랄 정도입니다. 2001년 1명이었고, 2011년에도 2명에 불과했던 시리아 출신 난민들이 시리아 사태 이후 2012년에 146명, 2013년에는 177명이 들어 왔습니다.

법무부 통계인 데, UNHCR의 통계와는 조금 차이가 있습니다. 법무부 설명으로는 UNHCR이 별도의 자료를 쓰는 것 같다고 합니다. 시리아 내전이 이렇게 직접적으로 한국에도 영향을 미칠 지 누가 상상했겠습니까? 이런 경향은 앞으로 어느 나라에서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한국에 곧바로 난민 신청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난민 문제 왜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인권이라는 존엄적 가치를 지향하는 국격의 과제'라고 법무부는 설명합니다. 인종 문제를 피해야 하고,전쟁 범죄를 단죄해야 하고, 이런 얘기들은 바로 인류애라는 차원에서 논의되는 것입니다. 난민 문제 역시 우리와 직접 관련이 없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인류애, 인권, 이런 보편적 가치에서 다뤄져야 합니다.
김인기 논설위원 대
이런 가치를 수용하고 실천할 때 한국은 비로소 진정한 선진국의 대열에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법무부가 영종도에 외국인 지원센터를 열려고 하는 데 주민들의 반대가 심하다는 기사가 있었습니다.

과거 일제 때 우리 선조들이 중국과 러시아를 떠돌았습니다. 그 후손들은 아직도 그곳에 있는 분들이 많은 데요, 그 선조들 바로 난민입니다. 한국, 과거 어려울 때 외국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가 갚아야 할 때입니다. 그것이 인류의 보편적 가치에 부합한다면 금상첨화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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