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표적인 중국 전문가 에즈라 보겔 하버드대 명예교수와 마이클 메이어를 비롯한 외국 작가들이 중국 당국의 검열을 수용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을 삭제한 채 저서를 출간해 논란을 빚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 온라인판은 보겔 교수가 집필한 '덩샤오핑과 중국의 변화'는 지난 1월 중문판을 펴냈으나, 중국이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부분 상당수가 삭제됐다고 보도했습니다.
톈안문 사건으로 실각한 자오쯔양 전 당 총서기가 가택연금을 당할 때 눈물을 흘렸다든가, 덩샤오핑이 옛 소련 지도자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국빈만찬 도중 톈안먼 광장을 점거한 대학생들에 대한 두려움 탓인지 젓가락으로 경단을 집다가 떨어트렸다는 내용도 빠졌습니다.
보겔 교수는 책 홍보를 위해 중국 여러 도시를 방문하는 동안 중국 측 검열을 허용한 것은 불쾌하지만 필요한 거래였다며 서방 작가들이 오직 꿈속에서나 상상할만한 엄청난 독자에 다가서기 위해선 불가피한 결정이었다고 해명했습니다.
그는 자신의 책이 중국에 전혀 알려지지 않는 것보다는 90%만 알려지는 것도 좋은 일이라며 자신에겐 손쉬운 선택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 당국의 검열을 수용하고 출판했기 때문인지 보겔 교수가 2011년 쓴 책은 미국에선 3만 부 정도만 나갔지만, 중국에서는 65만 부나 팔렸습니다.
마이클 메이어가 2008년 펴낸 '옛 베이징의 마지막 날들'은 베이징의 역사 유적 파괴를 다뤘습니다.
지난해 중국에서 나온 중문판에는 톈안먼 유혈 진압이나 중국 반체제 예술가 아이웨이웨이가 베이징시를 신랄히 비판한 내용이 사라졌고 제목도 옛 베이징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문구로 바뀌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들 사례를 열거하며 작가와 출판사들이 중국에서 책을 많이 팔려고 5년 전만 해도 거의 없던 이런 타협이 점차 흔해지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국에서 외국 작가의 작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남에 따라 중국 시장은 미국 출판업계에는 막대한 수익원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국 출판업자들이 중국에서 전자책으로 벌어들인 수입은 56%나 급증했습니다.
중국 출판사가 외국에서 사들이는 판권은 1995년 1천6백 건에서 2012년에는 1만6천 건으로 대폭 늘었습니다.
특히 중국 출판업계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작품에 큰 관심을 기울이면서 '해리 포터' 작가 J K 롤링은 인세로 중국에서 240만 달러를 벌었고, 스티브 잡스 자서전을 쓴 월터 아이작슨도 80만4천달러를 챙겼습니다.
그러나 출판업자들은 중국의 광범위한 검열 방식이 지난 수년 동안 거의 변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 전 미 국무장관은 자서전 '살아 있는 역사'에서 많은 부분이 자신과 상의 없이 삭제된 것을 발견하고 중국 서점에서 중문판을 거둬들였습니다.
앨런 그린스펀 전 FRB 의장의 '격동의 시대'도 원저의 대폭적인 첨삭을 거절하면서 출판이 보류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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