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시리아 난민 캠프를 가다

시리아 난민 현지 르포 1편

유희준 기자 yoohj@sbs.co.kr

작성 2013.10.21 10:05 수정 2013.10.22 10:0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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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아 난민 현지 르포를 위해 취재진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요르단에 있는 자타리 캠프였습니다. 자타리 캠프는 세계에서 2번째, 시리아 난민을 수용하는 캠프로는 최대 규모의 난민 캠프입니다.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자타리 캠프는 취재진의 출입을 쉽게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요르단 출장에 앞서 20일 전부터 협조 요청을 했는데, 출국 전은 물론 현지에 도착해서도 취재 불허 방침을 계속 유지했습니다.

 취재진이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날에야 겨우 취재 허락이 떨어졌는데요. 2시간 동안 자타리 캠프를 둘러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의도 면적 크기의 캠프 내부 이동 시간을 빼면 실제 취재는 겨우 1시간만 허용한 것입니다. 당초 1박 2일 캠프 내에 머물면서 난민의 일상을 자세히 담아보려는 취재진의 계획은 무산됐지만, 아쉬운 대로 1시간이라도 내부를 둘러보는 데 만족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취파취파 유엔난민기구에서 왜 취재진의 출입을 허용하지 않았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의 실마리는 현장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난민 캠프에 도착해 유엔 직원의 안내를 받았는데, 유엔난민기구 본부 막사가 있는 곳을 가보니 외곽이 철조망으로 견고하게 둘러싸여 있었습니다. 또 캠프 입구에는 장갑차와 군 병력이 상시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일반인의 출입을 막고, 캠프 곳곳에 안전장치를 한 이유는 혹시 있을지 모를 불상사를 예방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실제로 올해 초 자타리 캠프에서는 난민들이 폭동을 일으켜 구호 대원 7명이 다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겨울 눈보라에 텐트가 한밤중에 날아가거나 주저앉아 버리자 화가 난 일부 난민들이 아침식사를 배급해주던 구호 대원들을 막대기로 때리고 돌팔매질을 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난민 캠프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 사고에 대해 유엔난민기구는 물론 요르단 정부까지 전혀 개입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난민 캠프에서 무정부, 치안부재 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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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난민기구가 자타리 난민 캠프의 출입을 불허하고, 취재 시간까지 제한한 이유는 시간이 지나면서 더 구체화됐습니다. 1시간 동안 취재진이 살펴본 난민 캠프의 상황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더 열악했습니다. 취재진이 찾은 난민 가족은 바닥에 아무 것도 깔려 있지 않은 텐트에 살고 있었습니다. 10월에도 낮에는 30도가 넘는 더운 날씨가 이어졌는데, 천막으로 지어진 텐트 안은 더운 열기가 가시지 않아 오래 머무를 수 없는 상태였습니다. 40도가 넘는 여름에 어떻게 텐트 안에서 지낼지 상상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요르단은 지난겨울 비바람이 많이 불고 눈보라까지 몰아쳤습니다. 일부 텐트는 겨울에 물에 잠기는 바람에 난민들이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이유로 폭동까지 일어난 것인데요. 이렇게 열악한 난민 캠프의 환경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드러내는 것을 유엔난민기구가 원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취파
 절망하고 있는 시리아 난민들...희망도 미래도 없다!

 취재진은 난민 캠프에서 유엔난민기구가 공개한 가정을 직접 방문했습니다. 텐트에서 살던 함메르씨 가족은 얼마 전에 임시주택인 카라반을 2백 달러를 주고 구입했다고 말했습니다. 카라반을 3채 연결해 부엌과 화장실을 갖춰놓은 것입니다. 참고로 자타리 캠프에서는 아직도 절반 가까이가 카라반이 아닌 텐트에 지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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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메르씨 가족은 난민 캠프에서 지내는 동안 물과 음식은 충분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밤마다 나타나는 쥐와 전갈을 비롯해 각종 해충 때문에 지내기 힘들다고 털어놨습니다. 난민 캠프 안에 12만 명가량이 지내고 있는데, 하수와 배수 시설이 제대로 안 돼 있어 해충이 득실거린다는 겁니다. 이런 비위생적인 환경 때문에 난민들은 각종 전염병에 시달리고 있는데요. 이런 이유로 상당수 난민이 자타리 캠프를 떠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함메르씨 가족은 한 가족이 한 달에 하나씩 받는다는 구호품과 빵으로 연명하고 있었는데요. 구호품 박스 안에는 통조림과 분유, 치즈, 세면용품 등이 들어 있습니다. 하지만 매일 똑같은 음식을 먹는 일도 고통스럽다고 말했습니다. 어렵게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함메르씨의 어머니 멥헬은 내전이 빨리 끝나길 바란다며 끝내 눈물을 보였습니다. 멥헬은 "시리아에 있는 우리 집과 가정, 삶, 모든 게 엉망이 돼 너무 고통스럽습니다."며 절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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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자타리 캠프와 달리 아랍에미리트의 지원으로 조성된 에미리트-요르단 캠프는 난민들에게 누구나 예외 없이 카라반을 제공하고 매일 세 차례의 식사를 차량을 통해 각 가정으로 배달한다고 합니다. 태양열을 이용해 온수도 공급하고, 단전에 대비해 발전 설비까지 갖추고 있습니다. 물과 전기를 제한 없이 사용하고 모든 비용은 아랍에미리트에서 부담합니다. 또 난민들에게 필요한 담요와 옷 등 23가지 생필품을 정기적으로 공수합니다. 아이들을 위한 현대식 학교도 갖춰놓고 있는데요. 자타리 캠프보다 훨씬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유엔에서 제공하는 서비스가 이웃국가인 아랍에미리트보다 못하다는 사실을 널리 알고 싶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도 가능해지는 대목입니다.

 1시간가량의 짧은 취재를 마치고 난민 캠프를 나올 때 취재진은 난민 캠프를 떠나는 행렬과 구호품을 내다파는 사람들, 그리고 입구에서 좌판을 깔고 행상에 나선 난민 아동들을 목격할 수 있었습니다. 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고, 시리아 내전은 과연 누굴 위해 벌이는 싸움인지 참 답답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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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리아 내전이 일어난 지 2년 반이 지났습니다. 내전으로 시리아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난민으로 전락했는데요. 총 인구 2천 2백만 명 가운데 6백만 명이 삶의 터전을 잃고 떠돌고 있습니다. 국외로 피신한 난민은 2백만 명이 넘고, 고향을 떠나 다른 지역으로 쫓겨난 시리아 국내 난민도 4백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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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시리아 난민 캠프 출장 취재는 월드비전의 제안으로 이뤄졌습니다. 지난달 중순 월드비전으로부터 시리아 난민 캠프 취재 관련 제안이 SBS 국제부로 들어왔습니다. 시리아 난민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뤄보자는 내용이었습니다.  1년 전부터 레바논을 시작으로 시리아 난민을 지원한 월드비전은 갈수록 처참해지는 현지 실상을 세상에 널리 알리고 싶어 했습니다. 난민이 2백만 명을 넘어서면서 유엔난민기구와 국제구호단체 모두 국제사회에 보다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했는데요. 월드비전 역시 난민 실태를 우리나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려 보다 많은 기부와 후원을 이끌어내고 싶어 한 것입니다.

 참고로 월드비전(World Vision)은 종군기자가 만들었는데요. 밥 피어스란 사람이 한국전쟁에 종군기자로 참전해 거리에서 죽어가는 수많은 어린이들을 보면서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전문구호기관을 만들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 결심을 실행에 옮겨 1950년,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사무실을 열고 교회를 중심으로 모금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공동창립자인 한경직 목사는 밥 피어스의 통역으로 그를 도우며 아픔의 현장에서 터를 닦았습니다. 두 사람은 한국의 전쟁고아들과 남편 잃은 부인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이 월드비전의 첫 걸음이었습니다.

 1999년까지 월드비전은 한국선명회란 이름으로 활동해왔습니다. 이 때문에 통일교와 관련 있는 단체로 혼동 하시는 분들도 있을 수 있는데요. 월드비전은 지난 1960년 한국전쟁 고아들로 이루어진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통일교에서도 리틀엔젤스어린이합창단을 설립하면서 한문은 다르나 한글 이름이 같은 선명회란 이름을 써서 동일기관이라는 오해가 생기기도 했습니다. 한국 월드비전은 현재 전 세계 100개국에서 4만여 명의 직원 들이 일하는 세계최대의 민간국제기구인 국제 월드비전(영국 런던 소재)의 회원국입니다.

 월드비전은 현재 요르단과 레바논, 시리아에서 난민 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시리아에서는 기초 진료소 2곳을 운영하면서 6백여 명의 환자를 치료했고, 이동 진료소를 운영하면서 호흡기 질환 환자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또 요르단에서는 새로 문을 열 예정인 요르단의 아즈락 캠프에 식수 공급 파이프를 설치하고 세면실과 화장실 신축을 위해 오수 정화조 670개를 조달하기도 했습니다. 난민 아동 2백 명을 대상으로 보충 교실을 진행하고 있고, 이달 초 자타리 캠프에서 3만9천개의 기저귀를 공급하기도 했습니다.

 월드비전은 급증하는 시리아 난민을 생각하면 현재 지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시리아 난민을 시급히 도와야 했지만, 이란, 이라크 사태 이후 재정 지원이 부족해 다른 구호단체에 비해 시리아 난민에 대한 지원을 늦게 시작했다고 합니다.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지만 시리아 난민을 돕는 일을 확대 해나갈 계획이라고 월드비전은 전했습니다. 
 
 세계식량계획(WFP)과 유엔난민기구(UNHCR)는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이달 1일부터 레바논 내 시리아 난민에 대한 지원을 대폭 줄였습니다. 유엔난민기구는 이번 식량 지원 삭감으로 리비아에 있는 시리아 난민의 40%에 해당하는 20만 명 이상이 식량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식량 부족이 심각해지자 레바논 내 난민구호소 앞에서는 식량 지원 중단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세계식량계획은 현재 시리아내 3백만 명과 요르단-레바논에 있는 시리아 난민 120만 명에게 매주 3백26억 원을 들여 식량 원조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대로 가면 연말에는 식량 구호가 필요한 사람이 시리아에서는 4백만 명, 탈출 난민에서는 250만 명으로 늘어나고 비용도 매주 4천 2백만 달러가 필요하다고 예상했습니다.
 
 시리아 내전은 이미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었습니다. 화학무기를 폐기 절차에 들어갔지만, 내전은 좀처럼 끝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에는 정부군 군용기가 인구밀집지역에 네이팜탄과 백린탄을 투하해 민간인이 최소 10명이 숨졌습니다. 네이팜탄과 백린탄은 목표물을 불태워 없애는 소이탄의 일종으로 엄청난 살상력 때문에 국제조약에 따라 사용이 금지돼 있습니다. 특히 백린탄은 사람의 뼈와 살을 녹일 정도의 치명적 피해를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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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드비전 사진 제공>
     
 유엔난민기구는 올 연말까지 난민이 3백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시리아 정부군과 반군이 도대체 누구를 위해 싸움을 계속 벌이는 것일까요? 내전 탓에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고향을 떠나 고단한 타향살이를 하고 있는 현실을 시리아 정부가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자국민이 주변 국가에서 절망과 곤궁 속에 살아가고 있는 현실을 애써 무시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시리아 사태 해결도 중요하지만, 지금 더 시급한 건 급증하는 난민을 돕는 일입니다. 국제사회가 보다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난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일이 무엇보다 필요합니다. 다음 시간에는 난민 캠프를 떠나는 난민들과 전쟁의 가장 큰 피해자 여성과 아동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