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논설위원칼럼] 람페두사 그 이후 (2)

[논설위원칼럼] 람페두사 그 이후 (2)
람페두사 그 이후(1) [클릭]에서는 지중해를 통한 아프리카 난민들의 문제만 다뤘지만 유럽 전체를 보면 난민 문제는 아프리카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난민들에게는 유럽이 살만한 지역으로 인식되고 있고, 실제로 유럽에 들어가기만 하면 최소한의 보장은 받을 수 있다는 현실이 난민들을 유럽으로 유럽으로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UNHCR)에 따르면 올해 세계적으로 주요 난민 발생국은 10개 국가, 이들 국가에서 난민들이 향하는 국가는 44개 선진국으로 구분돼 있습니다. 10개 국가를 보면 러시아, 시리아, 세르비아,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이란, 이라크, 중국, 소말리아, 에리트레아입니다. 러시아는 체첸이나 조지아 출신 난민이 많이 포함돼 있고, 세르비아 분류에는 구 유고권 특히 코소보 알바니아가 포함돼 있습니다. 44개 선진국에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한국만 들어 있습니다.

먼저 올해 통계를 볼까요? 7월 까지 모두 282,580명의 난민이 선진국으로 향했습니다. 난민이 가장 많이 간 나라는 독일, 51,659명이 들어갔습니다. 이어 프랑스 29,321명, 미국에 28,996명이 들어갔습니다. 이밖에 1만명 이상 들어간 나라가 스웨덴, 호주, 영국, 헝가리, 스위스, 오스트리아 순이었습니다. 한국에는 621명, 일본에 1,884명이 들어 간 것으로 통계에 잡혀 있습니다.

작년 한 해 동안에는 모두 469,301명의 난민이 선진국으로 들어갔습니다. 유럽 지역 국가에 355,000명이 들어가 2011년 보다 9% 늘었습니다. 특히 북유럽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는 38%나 늘어난 난민을 받았습니다. 반면 남유럽 쪽에서는 난민이 27%나 줄었습니다. 유럽 금융 위기가 난민들의 향방에도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한국과 일본도 2011년에 비해 28%나 늘어난 난민을 받았습니다.

람페두사에 수용된 많은 난민들이 프랑스행을 원합니다. 아무래도 아프리카 서부 출신들이 불어를 하고, 실제로 사회 분위기가 그다지 배타적이지 않다고 판단해서 그럴 것입니다. 실제로 프랑스는 이슬람 인구가 유럽에서 가장 많습니다. 그런데 요즘 프랑스 내부의 분위기는 외국인들에게 그다지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여하튼 난민들은 일단 유럽의 주요 국가로 들어가려고 애를 씁니다. 그래서 유럽 각국, 특히 주변국들이 비상이 걸렸습니다. 당장 이탈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오스트리아는 독일로 향하려는 난민들이 선호하는 곳입니다. 불가리아는 터키인들이 유럽행을 위해 거치려는 곳입니다. 시리아나 이라크 같은 중동 출신들은 남유럽을 향합니다. 러시아 출신들은 핀란드나 발트해 연안 국가를 통과하려 합니다.

왜 난민들이 이렇게 주변국을 공략하는가 하면 유럽 각국이 가입돼 있는 쉥겐 조약 때문입니다. 1990년에 체결된 쉥겐 조약 가입국가들 사이에서는 국경 검문이 없습니다. 같은 유럽연합 국가라도 영국과 아일랜드는 이 조약에 가입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유럽 국가에서 이들 나라로 입국할 때에는 검문을 받아야 합니다. 반면 유럽연합에 가입하지는 않았어도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스위스는 쉥겐 조약 국가입니다.

제가 파리에 근무할 당시 런던 출장을 자주 갔는 데, 파리에서 유로스타를 타고 런던으로 갈 때 마다 파리 북역에서 열차 탑승 전 꼭 영국 세관과 경찰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그 외에는 유럽 안에서는 여러 나라를 다녀도 국경을 넘는다는 감흥이 별로 없을 정도입니다. 쉥겐 조약 가입국 중 어느 한 나라에만 들어간다면 그 다음 목적지인 독일이나 프랑스에 입국하기가 아주 쉬워진다는 얘깁니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 가깝고, 국경을 넘기도 쉬운 유럽 주변국들에 난민들이 몰리는 것입니다.

불가리아의 망명자(
불가리아의 난민(UNHCR)


유럽연합 전체에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그래서 터키와 중동 출신들이 선호하는 그리스에는 유럽연합이 공식 경고 까지 하고 나섰습니다. 국경 단속을 엄하게 하지 않으면 쉥겐 조약을 유보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리스는 그리스 대로 억울합니다. 금융 위기의 직격탄을 맞아 어려운 데 에게 해의 그 복잡한 해안선을 어떻게 일일이 단속하느냐는 불만입니다. 불가리아도 내년 부터는 국경 검문 면제가 되는 데 그에 앞서 난민들이 밀어닥치자 전전긍긍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 들어 또다른 변수가 생겼습니다. 이집트의 정정 불안이 그것입니다. 시리아 내전으로 시리아 출신 난민이 대폭 늘었는 데, 이집트에서 이런 사태가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난민 발생은 계속 증가하고 있고, 이들을 받을 수 있는 국가는 한정돼 있고, 세계 모든 나라가 함께 고민해야 하는 숙제가 됐습니다.

김인기 논설위원 대
파올로 코엘료의 소설 '아크라 문서'에는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배경은 1099년 7월 14일 밤입니다. 내일이면 예루살렘을 포위한 십자군의 공격이 시작될 것입니다. 패배가 뻔해 보이는 상황, 예루살렘 성 안의 사람들은 다음 날이면 죽거나 혹은 살아 남는다 해도 난민이 될 것입니다. 그 밤 현자인 콥트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오늘 밤 부터 우리는 편협과 몰이해의 악령들과 싸우기 위해 보이지 않는 칼을 들고 세상을 돌아다녀야 한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